수업 및 일본어 교육

오자키 2009. 7. 1. 18:14

나는 성적이의 신청기간에 항상 전화기를 앞에 두고 학생들에게서 문의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왜냐 하면 나도 인간이어서 실수로 자료에 오류가 생기거나, 성적을 다르게 입력해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의 근거가 궁금한 학생에게는 시험 결과를 알려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이틀 동안 기다렸다. 그런데 연락해 온 학생은 도합 3명 뿐이었다. 그것도 성적이의 신청기간 전에 홈페이지를 보고 문의해온 학생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혹시 내가 한국어를 못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러워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교실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전화나 문자 또는 메일 등에서는 한국어로 대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부담 없이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내가 학생들에게 약속한 원칙을 깨고 원하는 대로 성적을 올려 줄 수는 없지만, 아무리 신중하게 점수를 매겨도 오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이 의심스럽다 싶으면 그 기간에 꼭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생각보다 좋다 할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다시 계산해서 점수가 부당하게 높다고 판명되면 나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점수를 다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성적이의 신청기간처럼 곤욕스러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온갖 설득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여학생은 F 학점을 받았는데, D라도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애걸했다. 그 교수님은 잠시 생각한 뒤, 그러면 지금부터 추가시험을 해 주겠는데 100점 만점을 받으라, 그러면 D를 주겠다고 대답했다.

 

자기 사정을 말하는 학생들도 만만치 않다. 가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었다, 아파서 입원했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정말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의심스러울 때도 많다고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내가 대학에서 일하기 전부터 많이 들었던 것들이다. 그래서 2005년에 처음으로 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 나도 무척 걱정했었다. 학생의 요구에 따라 성적을 고칠 수는 없다. 또한 거짓말을 잘하는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말 사정이 있는 학생을 부당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시행착오를 하다가 지금 수업 운영 방식이 되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공평한 성적 평가를 지키기 위해 이 기간에 곤욕을 치르는 것이지만, 그분들에게 부족한 것은 평가 방법이나 기준에 대한 투명성이었다.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평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믿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투명성을 더해, 공평하고 투명한 평가를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평가 기준 등이나 운영 방침등을 알려 주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그 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겠지만, 읽고 이해한 학생들은 학점을 관리하는 데 이득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후한 점수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메일을 주는 학생이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복잡한 기분이 든다. 나는 평가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알려 주었고, 그것들에 따라 충실하게 평가할 뿐인데 그것을 믿어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아직도 남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부분이란 여러분의 시험 성적 결과를 알려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평소 점수에 관해서는 홈페이지에 올린 연락 사항을 보면 대강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시험 결과가 어떻길래 그 점수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설마 여러분 모두의 시험 결과를 홈페이지에 발표할 수도 없고, 여러분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메일로 알려 주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투명성의 마지막 관문인 개별적 시험 결과 통보는, 미안하지만 여러분이 나에게 문의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성적이의 신청기간에 내가 여러분의 문의를 기다리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문의하러 연락해 오는 학생은 항상 적다.

 

물론, 성적이의 신청기간이 끝난 후에 문의해도 좋고, 다음 학기에 문의해도 좋다. A+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A0였거나, 적어도 A0를 기대했는데 B+였을 때 왜 그 성적이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물론 자기의 현실이 드러나는 것은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아는 것은 나중에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