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오자키 2009. 7. 18. 01:17

정세훈 콘서트에 갔다 왔다. 팝페라 가수 정세훈씨가 17일 저녁 8시부터 서울시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Memories of Paris’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가졌다. 이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 아내와 함께 갔다.

 

저녁 7시쯤에 집을 나갔을 때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이어서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으로 헤매지 않고 공연장에 갈 수 있었다. 1층 로비에서 이름을 말하고 티켓을 받았다.

 

정세훈씨와 알게 된 것은 약 5년 전의 일이다. 그때 일본 공연을 앞두고 노래 몇 곡의 가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달라는 부탁을 교회 사람을 통해서 받았다. 그리고 원곡의 악보를 받을 때 처음으로 정세훈씨를 만났다.

 

그리고는 보름 동안 아내와 함께 고생하며 마법의 성, 꿈꾸는 섬, 심연(深淵) 등 몇 곡의 번역을 했다. 그 가사는 일본 각지에서 열렸던 러브 소나타에서 불렸다.

 

나는 마법의 성과 꿈꾸는 섬은 좋았는데, 심연은 좋아하지 못했다. 가사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은 사람의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노래한 것이었다. 그 가사의 지독한 슬픔 때문에 번역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망가질 지경이었다. 나는 젊을 때부터 마음이 여리다는 소리를 가끔 들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정세훈씨 이야기로는 일본 공연을 했을 때 이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참을 수 없이 가슴 아픈 가사 내용이었는데, 그 괴로운 마음으로 번역한 가사를 실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위로가 된다는 것이었다.

 

정세훈씨와는 번역할 때 두어 번 만나서 식사를 한 후 한 번도 만날 기회는 없었다. 다만 가끔씩 문자가 와서 나도 답문자를 보내곤 했다. 정말 그것뿐이었는데, 이번 콘서트에 초대해 준 것이었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을 때 로비에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디카가 없었다. 집에 두고 나온 것이었다. 나는 어디 가나 항상 디카를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심지어는 꿈 속에서도 들고 다니는데, 왠 일인지 오늘 따라 책상 위에 두고 온 것이었다. 몹시 허전했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2부가 시작됐을 때 정세훈씨가 객석 통로 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나타났다. 왼 손에 마이크를 잡고 오른 손에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꽃다발에서 한 송이를 아내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군데 군데서 통로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꽃을 주며 무대에 올라갔다.

 

오늘 부른 곡목은 프로그램에 따르면 1부가 Lungi dal caro bene, Ombra Mai Fu, una Furtiva Lagrima, Ave Maria, Comfort, Panis Angeilcus, Pie Jesu, Lascia Ch’io Pianga, Mozart “밤의 여왕”이고, 2부가 Nella Fantasia, Cinema paradiso, Think of me, All I ask of you, This is the moment, once upon a dream, You and only you, 꿈꾸는 섬, 심연, 마법의 성, 눈의 꽃, 아리랑 등으로 되어 있는데, 그 순서는 거의 무시하다시피 바뀌어져 있었다.

 

그리고 2부 중간에 한 여성 뮤지컬 가수가 와서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 주었다. 이것도 프로그램에는 없는 깜짝 서비스였다. 정세훈씨는 거금을 들여서 불렀다고 했는데, 그 가수는 CD 한 장을 받고 나왔다고 했다. 자신에게 정세훈씨는 동생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중에 알아봤는데, 김선경씨라고 한다. 나는 그 사람을 몰랐는데 가창력과 표현력이 대단해, 넋을 잃고 그의 노래를 들었다.)

 

콘서트가 끝났을 때 로비에서는 사람들이 구매한 CD를 들고 줄 서 있었다.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인 것 같았다. 나도 CD를 샀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사인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그런데 아내 이야기로는 5년 전에 번역 의뢰를 받았을 때 받은 CD재킷에 그가 사인을 해 주었다고 한다.

 

마지막 곡은 가성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로 불렀다. 뮤지컬 곡 같은 박력 있고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 목소리는 팝페라를 부를 때와 전혀 다르게 화려하고 힘찼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이 달랐다.

 

정세훈씨의 목소리는 맑고 깊은 그늘이 있는 것이 매력이다. 여러분도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들어 보면 좋겠다. 네이버나 싸이월드 등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은 티켓과 팜플렛 그리고 CD.

 

이 장미꽃은 아내가 정세훈씨에게서 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