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오자키 2009. 5. 24. 14:48

나는 젊었을 때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었다. 자전거는 나의 발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산간 지역의 길도 자전거로 다녔고, 대학생 때는 혼자서 사이타마 한복판의 도시 가와고에에서 도쿄까지 여러번 가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자전거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차에 치이는 바람에 더이상 못 쓰게 되고 말았다.

 

그 뒤에 나는 한국에 왔고, 그때 당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기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길이 위험했다. 게다가 인도는 자전거를 타기에는 너무 울퉁불퉁했고, 시중에서 팔리는 자전거도 내 눈에는 너무 후진 것이었다. 그때는 비가 오면 길거리에서 파는 우산이 대나무에 푸릇한 투명 비닐을 씌운 것이었다. 가격은  아마 2천 원인가 3천원인가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몇 년후 자동차를 중고로 사서 타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매우 편리했다. 도쿄에서 차를 운전했을 때는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는데, 서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신문이나 방송 광고 등에서는 대중교통이 편하다고 열심히 선전했는데, 자가용은 대중교통보다 훨씬 편했다. 90년대에는 속도위반 단속도 거의 하지 않아, 시속 80킬로까지로 제한된 88올림픽대로를 100킬로, 120킬로로 달리곤 했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나 분위기가 점점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한강 둔지에 생긴 산책길이 자전거 타기에 알맞게 보였다. 알고 보니 산책길이 아니라 자전거도로였다. 게다가 이 자전거도로는 점점 늘려 가고 있었다. 이제 내가 사는 용산에서 학교가 있는 홍응동까지 그 자전거도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그때 나는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은 운동부족 때문에 몸이 허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으려고 해도, 원고를 쓰거나 번역을 해야 할 때도 오랜 시간 동안 책상 앞에서 몸을 가누기가 힘든 것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산책을 해 봤다. 그러나 산책은 상쾌하기는 하지만 다른 용도를 겸할 수 없었다.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려서 출퇴근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학교까지 10킬로 이상 떨어져 있는데 걸어서 출퇴근할 수는 없다.

 

그 다음에 줄넘기를 해 봤다. "朝型人間の秘密(아침형 인간의 비빌)"란 책을 읽었을 때 현대인은 바쁘니 줄넘기를 5분만 하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이 쓰는 것을 빌려다 뛰어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100번 뛰면 숨이 찬다. 100번이면 1분도 못 뛴다. 그리고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한편 자전거는 옛날에 비해 훨씬 성능이 좋아졌고, 수입 자전거도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한강 둔지에서는 멋있는 로드사이클을 쌩쌩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도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만 로드사이클은 너무 비싼 데다 타이어가 얇다. 서울의 길은 아직 좋지 않은 곳이 많아 로드사이클은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로드사이클은 가격도 부담스럽다.

 

한국에서 팔고 있는 자전거는 일반용과 마운틴바이크(MTB) 그리고 로드사이클로 나누인다. 로드사이클이 가격이 부담스러운 데 비해 일반용은 싸서 좋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무겁기도 해서 출퇴근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산 것은 MTB와 로드사이클의 양쪽 특징이 있는 하이브리드형이었다. 대만제인데 성능은 옛날에 내가 탔던 자전거보다 좋고 가벼웠다. 아래 사진이 지금 내가 타는 자전거다.

 

 

이 자전거를 산 후 나는 날씨가 좋을 때는 한강 둔지를 따라 용산에서 성산대교까지 가기도 하고, 거기서 하천가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홍은동에 있는 학교까지 가기도 하게 됐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면 공기가 좋지 않고 때로는 하수 냄새 때문에 힘들지만 자전거 타는 것은 지루하지 않다. 더군다나 요새 신문을 보면 매일같이 자전거 이야기가 나온다. 시대를 잘 탄 것 같다.

 

다만 아직도 불편한 점은 없지 않다. 내가 산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첫째, 핸들이 일자형이어서 역풍이 불 때 몸을 눕히기 어려워 속도를 내지 못한다. 둘째, 스탠드가 없다. 자전거 구조를 보니 원래 대만에서는 스탠드를 달아서 생산하는 것 같은데 한국으로 수입할 때 다 스탠드 없이 수입하는 것 같았다. 자전거 가게 사람은 원래 수입할 때 스탠드를 안 다는 게 원칙이라고 하니까 나는 그런 걸 원칙 삼지 말고 스탠드도 빨리 구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 백미러를 달려고 했더니 이 하이브리드형에 달 수 있는 백미러가 28,000원이나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로드사이클에 달 수 있는 백미러는 10,000원이다. 해도 너무한 가격 차이 같다. 백미러를 다는 것은 당분간 포기하고 저렴한 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결국 한국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자전거란 생활용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가용, 운동용이라는 개념이 중심이고, 그 외에는 업무용이다. 그런데 기어 달린 자전거가 업무용이라는 인식은 없으니까 대부분 레저나 운동용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상황이고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은 자전거 대국 되기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선언했고, 사회적 분위기도 이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자전거 대국이 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은 한 두개가 아니다. 일본에서 온 나의 눈에는 한국이 자전거 대국이 되겠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마저도 바꾸겠다는 뜻이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래야 자전거 대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만이나 중국에서 온 사람들도 비슷하게 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동안 점점 자전거 타기가 편해지는 것을 말이다. 서울 시내를 마음대로 자전거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돈도 들이지 않고 건강에도 좋으며 환경 보호에도 도움된다. 전용도로만 잘 정비된다면 차로 이동하는 것에 비해 크게 시간이 길어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문화에 관해서는 일본이 훨씬 선배지만 먼저된 자가 나중될 수도 있는 법이다. 서울이 그렇게 될 것을 나는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