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오자키 2009. 8. 15. 01:43

결론을 아끼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이 쓴 글은 가끔 이상하게 말을 돌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가까워지면 폼만 잡은 채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결론을 아끼고 있다고나 할까.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것은 서점에 깔린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글이 서점에 깔릴 리야 없다. 동인지나 자비출판 등으로 나온 글들 중에는 이와 같은 것들이 가끔 있다. 그것도 학생들이 쓴 글보다 성인이 쓴 글들에 많다.


근거를 써야
나는 그동안 그렇게 쓰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그렇게 쓰게 되는 속사정을 알려 주었다. 그의 말로는, 결론을 말해 버리면 바닥이 드러날까 봐 걱정 된다는 것이었다. 결론을 노골적으로 씀으로써 무식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한 20년 전에 내가 원고지에 써 놓은 글이 생각났다. 그 글은 내내 결론만 나열해 가지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식한 글이었다. 그때 나는 나름대로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주장이 있었는데, 막상 글로 쓰다 보니 나 자신이 재미 없어서 결국 끝까지 못 썼다. 그것은 결론 주변을 빙빙 도는 글과 대조적인, 얕은 바닥을 드러낼 대로 드러낸 글이었다. 그때 나는 분명히 문장 작법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그런 비논리적인 글을 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하고픈 말이 넘쳐서 그랬나? 그러므로 바닥이 드러날까 봐 걱정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첫째,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나 배경 등을 찾아서 쓰는 것이다. 둘째, 그렇지 않고 인상 깊은 경험을 중심으로 쓸 때는 그 경험을 쓰면서 왜 내가 이 경험을 쓰고 싶은가를 생각해 내어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을 독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독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낀 것, 즉 생각을 덧붙여 줄 때, 비로소 나의 경험을 독자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근거나 경험은 결론과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을 때 '왜냐 하면 오늘은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근거를 대면 결론과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 반대로 '오늘은 날씨가 좋다. 그러므로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왜 연결되지 않느냐 하면 결론과 근거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독자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하는데, 논리적 비약을 신중하게 메워서 연결이 잘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날씨가 좋고 하늘에 이러이러한 구름이 떠 있는데, 이럴 때는 다음 날에 비가 올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라고 한다면 독자는 근거와 결론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깊이 있게 하려면
결론을 깊이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근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대 의견과 맞붙이는 것이다. 그것도 반대 의견을 처음부터 깎아내려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느끼게 한 다음에 약점을 찌르는 것이 좋다. 물론 가능하면 말이지만 그렇게 논할 때 우리의 주장은 멋있어지고, 결론 또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또한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의견을 쓸 때는 아무리 그 통념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거를 무너뜨리기가 만만치 않다. 그럴 때는 그들이 갖고 있는 근거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특히 학자들의 의견에 반기를 들 때는 더욱 그렇다. 학자들은 논쟁의 고수들 아닌가. 그들은 하나 하나의 주장에 대해 어마어마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수많은 논쟁과 고찰을 통해서 의견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내용도 섣불리 부정하기 어렵게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론이라는 칼만 들고 있으면 안되며, 근거라는 두터운 방패도 동시에 들고 있어야 논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는데, 결론에 도달한 근거의 범위를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한정 짓는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고, 그 경험만 가지고 말한다면 이렇다 라고 제한적으로 결론을 짓는다면, 아무리 치우친 결론이라도 욕하기가 어렵다. 왜냐 하면 자신의 경험과 보편적 진리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기 대문이다. 이런 방법은 섣부른 논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며, 누군가가 논쟁을 걸어도 근거 자체가 다르다고 일축할 수 있다. (물론 논문이 그러면 안 되지만...)


반대 의견이 특별히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도 의견만 늘어놓으면 읽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 그럴 때는 여러 시각에서 그 의견을 조명해 보면 독자는 다각적으로 그 의견을 볼 수 있어서 속이 깊지 않다는 인상은 주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이 아무리 엉뚱해도, 이를 지지하는 근거나 경험 등이 사실에 입각하거나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그 결론은 속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결론은 솔직하게
글은 명확해야 한다. 그러므로 결론을 돌려서 써서는 안 된다. 결론을 솔직하게 쓸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나 경험 등도 친절하게 써야 한다. 물론 그렇게 쓰면 자신의 주장이 너무 짜임새 있게 되어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멀어진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은 자연스러운 나를 드러내는 자리라기보다는 짜임새 있게 표현하는 자리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들여서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러므로 용기를 가지고 결론을 솔직하게 쓰도록 하자.


(원래 이 글은 일본어로 쓸 생각이었다. 왜냐 하면 못쓴 글들을 읽은 경험은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친구가 글쓰기에서 똑같은 문제로 고민 중이어서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한국어로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