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오자키 2009. 11. 8. 14:47

외국어 교재에는 대부분 변화표가 나온다. 활용표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동사의 변화를 말한다. 서양 언어의 경우 명사와 형용사도 변화를 하는데, 이것을 곡용이라고 한다. 어쨌든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다.

 

언어학자 지노 에이이치(千野榮一)는 외국어를 배우기 시적할 때 교재에 있는 변화표를 다 뽑아 내어 무조건 외울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외운 뒤에는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왜 이런 방법이 좋은가 하는 설명은 없지만, 실제로 해보니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첫째,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변화형들을 미리 조감할 수 있어서 문법에 대한 불안감이 덜해진다. 둘째, 뜻은 잘 모르더라도 변화형을 먼저 배우면 나중에 그 변화형이 나오는 과를 배울 때 이미 그 변화 형태에 친숙해져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셋째, 앞에서 배웠던 변화형을 뒤에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변화형을 따로 배우면 그 기억을 계속 유지하기 쉽다. 앞에서 배운 변화형을 잊어버리는 것은 당혹스럽고 난처한 일이지만, 그런 문제가 해소된다면 중간에 좌절할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외우는 요령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처음에 손을 댈 때는 조금씩 머리에 담아서 베끼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 모기 겐이치로씨가 소개하는 그 방법이다. 그리고 체계에 따라서 순서대로 외워 가면 좋지만, 대부분의 표가 바둑판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 외우기 쉬운 방향을 중심으로 순서를 매기면 될 것이다.

 

변화들 중 특히 동사 활용이 복잡하고 변화하는 수도 많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형용사는 변화하지 않고 명사는 단수와 복수 이렇게 두 가지로 변화하는데, 동사는 기본형과 3인칭 단수 현재, 과거형, 과거분사, 현재분사 이렇게 다섯가지로 변화한다. 신약성서가 쓰였을 때 그리스어의 어형 변화는 명사가 여덟 가지, 형용사가 스물네 가지, 동사는 무려 400가지 정도의 변화를 한다. 한국어도 동사가 복잡하기로는 마찬가지다. 명사는 변화하지 않지만, 형용사는 일종의 동사이며 동사와 대부분 동일하게 변화하는데, 그 활용의 수는 세 가지다. 물론 동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어의 경우 변화 유형이 다양해서 외우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동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규칙 황용으로부터 먼저 배우는 것이 좋다. 일반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규칙동사도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영어는 따로 유형을 나누지 않지만, 현대 일본어의 경우는 5단동사와 1단동사로 두 가지며, 한국어는 크게 네 가지 (모음 어간, 자음 어간, '으' 어간, '르' 어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기타 불규칙한 동사들이 있는 셈인데, 먼저 생산성이 높은 규칙동사의 변화부터 배우면 전체의 틀을 잡기 좋다. 불규칙 동사들은 나올 때마다 배우면 된다.

 

그러나 불규칙 동사들 중 무시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be동사와 같은 것이다. 이런 단어는 대부분 불규칙하지만 규칙동사의 활용에도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현재 진행을 나타내려면 be doing과 같은 복합 형태를 취하는데, 이런 형상은 다른 언어에서도 볼 수 있다.

 

동사활용이 다양한 언어를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빈도가 높고 쉬운 개념을 나타내는 부분일수록 불규칙하고 복잡한데, 비교적 빈도가 낮고 어려운 개념을 나타낼수록 규칙적이고 단순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에서는 직설법 현재에서는 인칭어미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고, 어떤 동사는 인칭에 따라서 어간까지 다른 것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시제에서는 대체로 유형별 차이는 없이 똑같은 인칭변화를 한다. 그리스어에서는 직설법에서 세제에 따라서 어간이 최대 여섯 가지로 바뀔 수 있는데, 가정법이나 희구법, 명령법, 분사 등에서는 직설법에서 나온 어간을 다시 쓸 뿐이다. (어간이 바뀐다는 것은 예를 들어 영어에서 come의 과거형이 came로 바뀌거나, go의 과거형이 went와 같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불규칙한 부분에 특별히 신경 써서 관찰하되, 나머지는 유사점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즉 '관찰'과 '유추', 이 두 가지 의식 황동을 이용해서 규칙성과 불규칙성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아무리 다양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나머지는 유추의 끈이 가로 세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것들과의 유사점에 착안하면서 차이점을 드러내는 식으로 관찰해 나간다면, 비교적 쉽게 변화의 체계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표가 방대해지면 외우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유추가 가능한 부분을 같은 것이라고 치면 실제로 외워야 할 것은 그다지 많지 않게 될 것이다. 방대한 것은 난해한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끈기 있게 외우면 된다.

 

물론 이렇게 변화표를 외웠다고 그 외국어를 터득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다만 새로운 변화형이 나올 때마다 느끼는 당혹감과 난감함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이 방법의 강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외국어 학습이 얼마나 수월해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당신이 배우려는 외국어가 문법이 복잡하기로 유명하다면 꼭 해 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