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오자키 2009. 11. 9. 18:18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문법에서 이런 고생을 할 때가 많다. 이와 같은 난공불락의 성들은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공격하면 어느 한 시점에서 갑자기 성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규칙성을 못 찾기 때문이다. 외국어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본어를 배우다가 동사에 접속조사 て가 붙은 형태가 나오면 갑자기 다양한 유형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을 보고 당황한다. 설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고, 생리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외국에 가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의 냄새와 맛에 질리는 것과 같다.

 

일본어는 그래도 문법이 무척 단순한 편이지만, 언어에 따라서는 변화의 수가 많고 유형도 다양해서 상당히 복잡할 때가 있다. 게다가 요즘 어학 교재들은 문법 규칙을 수학 공식처럼 제시하면 독자가 도망가기 때문에 간단한 변화표와 용례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분량에 제한이 있어서 그런지 그 용례도 최소한의 것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부족한 용례로 승부를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참패를 당해도 어쩔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공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사실 좋은 것이다. 처음부터 규칙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배우는 것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명을 배우기만 하면 수동적인 태도가 되기 쉽고, 문법에 관해서도 마치 법에 사례를 맞춰 가며 보듯이 연역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복잡한 설명을 한꺼번에 배우면 머리가 포화상태가 되어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설명해 주는 교재가 없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악전고투를 하다 보면 길은 열릴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아랍어를 배우면 꿈틀거리는 문자 때문에 당황한다. 그리고 그 문자로 나타내는 발음이 어려워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문자와 발음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동사 변화... 변화표에는 칸마다 글자가 꿈틀거리고 있어서, 규칙성을 찾기가 무척 곤란하다. 그리고 인칭 변화도 단수와 복수 외에 쌍수가 있고, 각 인칭에는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다. 더군다나, 아랍어는 대부분의 외국어와 반대의 순서로 배운다. 먼저 과거형이 나오고, 그 다음에 현재형이 나온다. 그리고 3인칭을 먼저 배운 다음에 2인칭, 1인칭의 순서로 배운다. 문자는 오른쪽에서 왼족으로 읽는다. 이런 글자로 쓰인 표를 힘겹게 읽는데, 인칭 변화에 규칙성을 찾지도 못한다. 그래서 변화표를 처음 볼 때는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베껴 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래서 어간 부분을 뺀 변화표를 다시 작성해서 자세히 관찰해 본다. 그러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은가! 동사는 어두, 어간, 어미로 나누어지고, 거기에 붙은 모음기호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관찰하면 그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먼저 과거형에는 어두에 붙는 글자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두에 따로 글자가 붙는 것은 현재형과 접속법인데, 이때 어두의 글자가 붙는 법이 현재형과 접속법에서 똑같다. 나에게는 이것도 대단한 발견이다. 이 어두의 글자도 'ta-, ya-, a-, na-' 이렇게 네 가지밖에 없고, 그 모음을 보니 모두 /a/다. 어간에 붙은 모음들도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비교적 복잡한 것은 어미여서, 어미에 집중적으로 힘을 쓰면 된다.

 

이런 것들은 교재에서 일부러 설명할 것도 없고, 학습자 스스로가 깨우쳐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다난한 데다가 아랍 문자가 꿈틀거리는 설명 없는 변화표에서 규칙성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표를 학습서에서 찾아내어 종이에 베끼고 몇 번이고 읽으면서 나름대로 공식을 찾다 보면 점점, 또는 어느 순간에 규칙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규칙이 보이기 시작하면 성벽의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그 틈에서 쳐들어가면 된다. 이제 그 표는 암기할 수 있게 됐고, 암기가 됐다면 다른 규칙동사들을 그 표를 따라 변화시켜 보면 된다. 물론 이제 표는 볼 필요 없다. 이렇게 해서 어려운 문법도 공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표 베끼기, 어간 빼기, 각 칸 비교하기, 머리에 담기, 다른 단어 적용하기 등으로 공성퇴로 만들어서 꾸준히 공격한다면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문법이라도 끝내 함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열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지혜로운 속담이 있지 않은가. 이 속담을 이상한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 공부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좌우명으로 삼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