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오자키 2009. 11. 21. 22:35

문법은 필요하다

문법에 신경 쓰는 것이 좋지 않다는 학설이 있다. 그 학설의 영향을 받아 '문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무턱대고 부정해 버린다.

 

그러나 '문법'이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부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외국어에 숙달되는 길을 스스로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이 외국어의 전공자라면 실력 향상에 있어서 절망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법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문법을 어떻게 배우면 될까?

 

문법은 기술이다

외국어 학습에서 필요한 문법이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언어 감각을 말한다. 단어와 단어를 어떻게 결합시키며, 그때 단어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논리적 규칙들을 사용하는 기술을 모국어화자들은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들에게 하도 자연스러워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이것이 외국어 학습자가 익혀야 할 '문법'인 셈이다.

 

이와 같이 문법은 기술이다. 단어를 다루어서 문장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 기술을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외국어 학습자가 할 일이다. 문법을 기술로 보는 것이다.

 

뜻과 형태를 연결해야

좀 더 파고들어서 살펴보면, 뜻과 말소리(또는 글자)와의 이중적 관계가 보인다. 언어는 뜻을 이해하거나 전달하는 그릇인데, 그 그릇이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배열됐을 때 어떤 뜻을 전달하는지를 문법이 도맡고 있다. 다만 습관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불규칙하다. 이것을 배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정리된 자료를 통해 주어진 문맥으로 뜻을 이해하면서 그 말소리 또는 글자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면 뜻과 말소리(또는 글자)를 연결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교재가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순서야 어떻게 되든 결국 뜻과 말소리(또는 글자)의 조건반사적 반응이 가능하게 되면 문법 습득에는 성공한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형태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자주 일어나는 어려움은 뜻만 기억하고 단어의 형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다. 뜻은 기억하기 쉽고, 형태는 기억하기 어렵다. 특히 생소한 형태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를 진행하는 동시에 교재에 나오는 모든 변화표를 후다닥 암기하는 것이 도움되는 것이다. 그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법적 뜻을 나타내는지 잘 모르더라도, 일단 그 형태에 익숙해져 있으면 그 형태를 배우는 과에서 이미 친숙한 형태에 뜻을 연결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학습이 아주 쉬워진다.

 

어순도 규칙이다

문법은 단어의 형태를 바꾸는 일뿐만이 아니다. 어떤 단어와 어떤 단어를 배열하는가 하는 규칙도 문법이다. 중국어나 영어와 같은 언어는 단어가 전혀 바뀌지 않거나 거의 바뀌지 않은 대신 단어의 배열에 관한 문법적 규칙이 까다로워진다. 영어에서는 주어가 동사 앞에 오고 목적어가 동사 뒤에 와야 하는 규칙이 유명하다. 다만 이런 규칙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어와 프랑스어는 영어와 같지만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어순이 상당히 자유롭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주어와 목적어의 위치는 자유롭지만 둘 다 동사 앞에 놓아야 하는 규칙이 있다. 몽골어와 만주어에도 같은 규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귀납적 태도

이와 같은 문법을 터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재에서 설명과 용례를 보고 이해하는 방법. 또 하나는 예문들을 통해서 귀납적으로 문법 규칙을 발견하는 방법.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처음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는 문법 해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중에는 실제 용례를 통해서 규칙을 발견하는 태도도 중요해진다.

 

예문에서 귀납적으로 문법을 이해하려면 그 예문의 전체적 뜻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언어는 뜻을 담은 형식이기 때문에, 뜻을 통해서 형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낯선 형식이 나왔는데 뜻은 대충 알 수 있다면 그 형식이 나타내는 정확한 뜻에 대한 가설을 만든다. 예를 들어 경제에 대해 연구한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에 대해가 궁금하다. 그런데 문맥을 보니 ‘~에 대해는 연구하는 내용을 말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가설을 세워놓고 다른 용례가 나왔을 때 그 가설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가끔 이런 것조차도 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다. 그저 느끼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이 단계에서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고, 그 느낌은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다만 느낌에서 출발하여 그 느낌을 가설로 삼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나중에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자동화가 열쇠

문법은 무의식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사용하되, 많은 연습을 통해서 자동화될 때까지 익히는 것이다. 자동화에 대해서는 시라이 야스히로(白井恭洪) 씨가 <學習成功する人、しない> (岩波書店, 2004)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문법을 이해하는 것과 이것을 습득하는 것을 잇는 열쇠는 자동화에 있을 것이다.

 

종래의 문법 위주의 학습 방법도 문제가 있지만, 문법을 무시하는 학습 방법은 더욱 큰 문제를 우리에게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문법은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이것을 기술로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