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오자키 2009. 5. 30. 02:22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 (송숙희 지음, 웰북, 2009)를 읽었다. 이 책은 글쓰기가 자신을 홍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면서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읽기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물론 글을 많이 써 온 사람들에게도 도움되는 책이다.

 

나는 이번에 이 책을 읽느라고 두 주 가까이 보내고 말았다. 그 전에 읽은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다 읽을 때까지 며칠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유를 생각해 봤다.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는 <글쓰기의 공중부양>보다는 글자 수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2배까지는 안 된다. 그리고 둘 다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읽었을 때보다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를 읽을 때가 더 바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책 읽기를 위해 시간을 내려면 더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는 점이다. 읽기가 즐거우니까 책에 빠졌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을 폈으며, 책을 펴자마자 내용에 집중하게 됐다. 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정말 맛있게 읽었다.

 

이외수의 책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 타계한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샘터사, 2005)는, 지난 주 말에 사서 며칠 전부터 간간이 읽고 있는데도 벌써 절반까지 읽었다. 글이 너무 아름답고 깊은 맛이 있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 계단 밑에서는 책이나 신문을 버리는 공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거기서 <The Addictive Personality> (Craig Nakken 지음, Hazelden, 1988)라는 책을 주워다 읽은 적이 있다. 중독되기 쉬운 성격이라고 할까, 그런 뜻의 제목이다.

 

영어를 잘 못해서 끝까지 읽지는 못했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중독의 메카니즘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무엇인가가 즐겁고 행복한 기분으로 메워 줄 때, 그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다시 얻고 싶어서 점점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의존하는 마음이 곧 중독이다. 책에서는 중독의 예로 알콜, 음식, 도박, 들치기, 섹스, 쇼핑 그리고 일 등을 들고 있었다.

 

이 예들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런 중독의 메카니즘을 이용해서 독서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독서에 중독되면 책을 손에 들 때 느끼는 부담스러운 기분이 없어지지 않을까. 어차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 남기 어렵다. 읽지 않느니 차라리 책에 중독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에 중독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용이 홍미롭고 매력적이며 읽기 좋운 책을 읽는다. 둘째, 틈이 나는 대로 책을 펴 본다. 셋째, 책을 다 읽으면 책 이름과 읽은 날짜를 기록해서 독서의 성과를 알 수 있도록 한다. 넷째, 이렇게 책을 가까이 하는 태도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리어 그 사람을 나쁘게 말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상당히 책 읽기가 친밀해지고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독서중독자라면 어떤 책을 읽어도 내용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아직 가벼운 독서중독에도 걸리지 못한 것이다. 예비 중독자도 못 됐다. 글의 질에 따라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면 아무리 책을 가까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진정한 독서중독자가 아니다.

 

그래서 독서중독자가 되기 위해 지금도 흥미롭고 매력적이며 읽기 좋은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다. 다른 즐거움은 자제할 수 있어도, 책을 읽는 즐거움은 자제하지 않는다. 물론 일을 해야 할 때는 책을 읽을 수 없지만 그런 금욕적인 시간이 독서에 대한 열정을 증폭시켜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새는 읽고 싶은 책을 미리 사다가 책상 위에 쌓아 놓기도 한다. 아직 안 읽은 책들이지만 가까이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한 책을 다 읽으면 그 쌓여 있는 책에서 골라서 읽기 시작한다. 물론 읽기 전에 관심이 없어진 책은 책꽂이에 꽂아 버린다.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기도 하며, 특별히 마음에 드는 책은 여러 번 읽기도 한다. 몇 권의 책을 병행해서 읽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항상 책을 읽고 싶은 갈망과 책을 통해서 얻는 만족감을 유지하고 있다.

 

독서중독자가 되는 길은 멀고 또 멀다. 그러나 이 길을 걸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다른 오락이 무색할 정도로 독서는 즐겁다. 그러니 결국 독서중독자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결코 시간 낭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