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오자키 2009. 5. 30. 23:41

아내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에 갔다. 그저께(5월 28일)부터 거기서 르누아르전이 연리고 있는데, 한 2주 전에 아내가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아내는 나에게 가끔씩 관광지에 가자고 조르는데 그때마다 싫다고 대답해 왔다. 관광지는 대부분 시끄럽고 복잡하며, 볼거리들은 나에게 그저 지루한 행사에 불과한 데다 때로는 시끄러운 음악이 스피커에서 굉음을 퍼뜨리고 있다. 그것만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나서 관광지 가기를 나는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그런데 아내가 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오케이 했고, 오늘 오후에 덕수궁 근처에 있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갔다. 대도시 한복판에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여유롭고 조용한 공간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미술관이었다.

 

표를 사고 안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서 전시실에 들어가 보니, 바로 앞에 ‘Il faut embellir.(아름답게 그려야 해.)’라고 쓰인 르누아르의 말이 나왔다. ‘앙벨리르(embellir)’는 아름답게 만든다는 뜻으로 내가 이 단어를 아는 유일한 용례는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XXIV장에서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대문이야(Ce qui embellit de désert, ... c’est qu’il chache un puits quelque part...)’라고 한 말에 나오는 ‘앙벨리(embellit <그가 아름답게 만든다>)’가 전부다.

 

내가 아는 프랑스어라고는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 그리고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별’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접하는 프랑스어도 전부 그 책에 나오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르누아르가 그림에 대해 한 말이 뜻밖에도 신비로운 색채를 띠고 다가온 것이다. 르누아르의 말에 신비로운 뜻이 없는 것은 그의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의 첫 번째 방에는 르누아르의 사진과 함께 그의 생애를 간략하게 설명한 글들이 있었다. 거기를 건너 띄고 작품이 있는 방에 들어갔더니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그네(La Balançoir)’였다. 그네라는 제목의 그림은 처음 봤지만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드는 햇볕이 땅바닥과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것이 마치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그림의 검색 결과는 아래와 같다.)

 

http://images.google.co.kr/images?complete=1&hl=ko&lr=&um=1&newwindow=1&sa=1&q=%22La+Balan%C3%A7oir%22+Renoir&aq=f&oq=

 

그 옆에는 ‘시골 무도회(Danse à la campagne)’라는 그림이 있었는데, 남자와 같이 춤추는 여자의 행복한 표정과 윤이 나는 비단 옷의 질감이 놀라웠다. 여자의 표정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아름답게 그려야 해.’라고 말한 르누아르의 태도가 유감 없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이 그림의 검색 결과는 아래와 같다.)

 

http://images.google.co.kr/images?complete=1&hl=ko&lr=&um=1&newwindow=1&sa=1&q=%22Danse+%C3%A0+la+campagne%22+Renoir&aq=f&oq=

 

그림들 중에는 첫눈에 그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에너지가 다가오는 것도 있었지만, 계속 보아야 깊은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전시돼 있는 그림들은 너무 많다. 그것들을 전부 음미하면서 보다가는 절반도 못 보고 기진맥진해 버릴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관람객들보다는 좀더 천천히 봤지만 나름대로 간단하게 넘어가며 끝까지 본 다음, 그림이 전시돼 있는 첫 번째 방으로 다시 가서 그 중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을 봤다.

 

오늘 본 작품들 중 특히 마음에 든 작품은 아래와 같다.

 

그네(La Balançoire) 1876
시골 무도회(Danse à la campagne) 1883
피아노 치는 소녀들(Jeunes Filles au piano) 1892
가브리엘, 장 르누아르와 어린 여자아이(Gabrielle, Jean Renoir et une fillette) 1895-1896

 

하나 더 마음에 든 그림이 있었는데, 내가 사 온 작은 도록에는 나오지 않는다. 제목이 ‘책 읽는 여자(Liseuse)’였던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찾으면 같은 제목의 다른 그림들만 나오고 내가 본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르누아르는 책 읽는 여자들의 모습을 참 많이 그렸다.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준 르누아르가 마음에 든다.

 

기념품 판매장에서는 대도록과 소도록을 팔고 있었는데 소도록이 10,000원인데 비해 대도록은 33,000원이나 했다. 그래서 소도록을 샀다. 소도록도 내용이 괜찮아 보였다.

 

이집트 문명전에 갔을 때도 나는 소도록을 샀다. 물론 가격이 싼 것도 있지만 큰 도록은 책이 커서 집에 가져오면 이미 책들이 넘치는 방에서 꽂는 자리를 찾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책 꽂는 자리를 걱정하더라도 큰 도록을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왜냐 하면 작은 도록에는 전시물의 일부밖에 수록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참조하려고 할 때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는 9월 13일까지 한다고 한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나중에 다시 한 번은 가 보고 싶다. 다음에 갈 때는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눌러 앉다시피 해서 그림을 관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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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미술관 안쪽에서 창문 바깥쪽을 내다 본 것. 한국 같이 보이지 않으며, 대도시 한복판에 있다고는 더더욱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이 사진은 미술관 3층에 있는 커피숍 까페보자르를 떨어져서 본 것.

 

이 사진은 오른쪽에 있는 전시장 안을 살짝 들여다 본 것.


지금 알았는데 우리 뒤에서 한 남자가 두 팔을 들며 웃고 있다.

행복해하는 여인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림입니다. 두분 교수님도 행복해 보여서 좋으네요 ^^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행복해집니다. 언젠가 또 볼 기회가 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