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오자키 2009. 6. 6. 01:16

외국어를 잘 하려면 아무래도 그 언어의 문장들을 머리 속에 쑤셔 넣어야 한다. 그래서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암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암기를 등한시하면 외국어 학습은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암기는 중요하다.

 

특히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이해력이나 표현력 등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이 된다. 그래서 나는 수업 중에 암기를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암기의 지도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일본어를 가르친다기보다는 암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교실에서 익숙해진 암기 방법이 앞으로 일본어 공부를 계속해 가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암기를 할 때 핵심적 요소 3가지가 있다. 첫째 이해하기, 둘째 반복하기, 셋째 확인하기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제대로 암기하기가 어려워진다.

 

첫째, 이해하는 것은 학습의 시작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가끔 이해를 못한 채로 다짜고짜 암기하려고 드는 학생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외우는 데 힘이 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외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깨끗하게 잊어버릴 것이다. 이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메시지를 이해하면 세부까지 이해하게 될 때가 많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교재는 이해하는 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는 책 뒤에 있는 해석을 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또 하나는 현장감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황 또는 기능 중심으로 쓰인 교재에서 등장인물들이 말을 할 때에는 각각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하고 그 광경을 머리 속에 떠올리면서 현장감 있게 연기하는 것이 좋다. 이때 몸 동작도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건성으로 읽으면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온 몸으로 외우려고 하면 외우기 좋을 뿐만 아니라 그 기억은 비교적 오래 갈 것이다.

 

둘째로, 반복하는데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은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처음에는 또박또박 정확하게 한 마디씩 이해하면서 읽는데, 익숙해 지면 점점 속도를 낸다. 그리고 나중에는 모국어화자들과 같은 속도로 읽는다. 빨리 읽는 효능은 첫째,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횟수를 연습할 수 있고, 둘째, 머리 회전이 빨라져서 뇌가 활성화되며, 셋째, 그러므로 기억력이 향상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천천히 읽고 싶어지기 쉬운데, 천천히 읽는 것은 처음에만 하고, 점점 속도를 올리며 읽는 것이 좋다. 이해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서 머리도 젊어지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가끔 수업 중에 연습할 때 조금만 연습하고는 입을 다물거나 잡담을 하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있다. 연습하라고 재촉하면 ‘끝났다’고 대답한다. 3~5분 동안 반복 연습하는데 먼저 끝나는 일은 없다. 처음에는 정말 다 외워져서 더 이상 되풀이할 필요가 없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발표할 때 더듬더듬 외웠다. 그 학생은 제대로 외우지 못했던 것이다. 빠른 속도로 술술 말이 나올 정도로 연습해야 머리에도 잘 들어오고 오래도록 기억에도 남는데 아까운 일이다.

 

단, 반복 연습할 때는 한 번 연습할 때마다 조금씩 시간적 간격을 두어야 한다. 요시나가 켄이치쎄에 따르면 간격을 두지 않고, 쉴 새 없이 반복하면 우리의 뇌는 한 번만 연습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러면 여러 번 연습한 것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그러므로 반복할 때마다 잠깐씩 쉬는 것이 기억에 더 많이 남기기 위해 필요한 요령이 된다.

 

복습도 방법의 하나다. 나의 수업에서는 본문 회화를 항상 복습하는데 그것은 기억에 잘 남기기 위해서다. 지난 주에 외운 내용도 일주일이 지나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다시 암기 과정을 밟으면 기억이 살아날 뿐만 아니라 지난 주보다 유창하게 암송할 수 있게 된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확인이다. 확인은 기억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암송해 보는 것이다. 암송한 다음에 자기가 암송한 내용이 맞는지 다시 보기도 한다. 그 확인 작업은 구두로 할 때도 있고 필기로 할 때도 있는데, 소리 내어 읽기만 하는 것보다 몇 번은 필기도 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표기나 구두점 사용 등에 대한 감각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두로 연습할 때는 가능한 한 유창하게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반복해서 연습을 한다. 입이 잘 움직이지 않는 부분은 더 많이 반복해서 입이 잘 움직이도록 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유창하게 암송하기 위해서는 대화문을 귀로도 많이 들어서 청각 인상을 귀에 남겨야 한다. 그리고 시각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귀로 들은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나의 수업에서는 암기할 때까지 20번 정도 테이프를 들으면서 반복하고 있으며, 책을 보는 시간보다 책을 덮어 놓는 시간이 더 많다. 그리고 발표할 때도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 것을 귀로 듣기만 하게 한다. 왜냐 하면 책에 시선이 가면 귀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혹시 나의 수업을 수강하지 못한 사람도 암기를 할 때는 녹음 교재를 들으면서 20번 정도 반복하면 책만 보고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암기하기 좋아질 것이다.

 

그 외의 암송하는 요령들은 하다가 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되겠지만 중요한 요령을 알아 두는 것도 도움될 것이다. 먼저 주의할 것은 암송할 때 처음의 한 마디부터 말이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말의 뜻은 중대하다. 처음의 한 마디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이 나오지 않으면 뒤에 이어지는 말들도 나오지 않는다. 나도 교실에서 외운 대사로 학생들과 연습할 때 첫 단어를 잊어버려서 난처하게 될 때가 가끔 있다. 말이 나오지 않은 채로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순간은 공포 그 자체다.

 

또한 긴 문장을 외울 때 요령은 몇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서 외우는 것이다. 그러면 각 부분이 짧아진다. 물론 뜻이 끊어지는 곳에서 나누어야 의미가 있다. 어떤 교재라도 독해문이나 대화문은 어느 정도 정돈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몇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을 나눔으로써 그 하나 하나가 짧아져서 외우기 좋아질 뿐만 아니라, 나누는 행위로 인해서 구조를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되어 기억이 강화된다.

 

이와 같이 암기를 잘 할 때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요령들이 있다. 그 중 핵심적인 것은 이해하기와 익히기 그리고 확인하기의 세 가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해하기 이외에는 반드시 손이나 입을 움직여서 암기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만 하고 암기하려면 긴 문장을 외울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컴퓨터의 자판을 치면서 외우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점이다. 자판을 치는 것은 손으로 쓰는 것에 비해 잘 외워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경험하고 나서 몇 년 동안 그 이유를 몰랐는데, 어떤 책에서 뇌의 활동을 측정한 사진을 보고 놀랐다. 자판을 두드릴 때 손으로 쓰는 데 비해 뇌의 활동이 거의 정지 상태에 가까웠던 것이다. 뇌의 활동이 활발해야 머리에 잘 남는다. 그런 이유에서 암기할 때는 자판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