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uit of Mentoring/구결컬럼

도미니크 2015. 3. 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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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다큐멘터리를 잘 만드는 영국의 BBC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미래에 태양은 크게 팽창해서 적색거성이 되고 그 열로 지구는 불바다가 된다.  살고자 한다면 지구인은 태양계의 바깥 위성으로 이동해야 하고, 언젠가는 영원히 태양계를 떠나야 한다.’  태양에 의한 인류의 멸망은 우리들의 증손자 세대도 아닌 20억년 후의 까마득한 일이라고 하니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영화 ‘인터스텔라’는 인류의 종말을 더욱 앞당겨 예언한다.  영화에서 묘사된 지구종말의 시점과 현재와의 시간 간격은 요원하지만, 두 영화 모두 과학적 논거가 분명하니 미래가 어둡다.


미래 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과학적 이슈는 몇가지 손꼽을 수 있다. 로보트에게 인간의 지능을 부여하려는 위험성이 그렇고, 블랙홀을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과학적 실험에도 이견이 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게 전파를 보내는 우주통신 프로젝트도 만약 그들이 온다면 어떤 일을 벌일 지 모를 일이다. 잘하는 일인지, 잘 못하는 일인지 지금으로는 판단할 수가 없다. 


영겁의 시간을 생각하면 인류의 삶은 덧없는 일이다. 20억년 이후의 일을 가지고 우리가 의기소침해서 우울하게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시간 폭을 차츰 넓혀 가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소중한 판단기준과 관점을 일깨우게 된다.  당장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긴 호흡으로 판단하면 결과가 잘못 되기도 하고, 당장은 비판이 빗발치지만 시간이 지나서는 정말 좋은 결정을 했다고 재평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실시간 의사결정이 진보라는 생각을 가진 현대인에게 생각을 달리하도록 만드는 메시지가 있다.


지구를 온전하게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속가능한”이란 꾸밈말이 유행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초월성”이 떠오른다.  중동의 시인 ‘오마르 워싱턴’은 이러한 초월자를 영웅이라 불렀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라 읖조렸다. 결과에 초연함이 평범한 사람은 도모하지도 못할 뿐더러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리더들에게 호흡이 긴 결정은 큰 도전이다. 해야 할 일을 감내할 용기와 반대자를 통제해야 가능해진다.


망해 가던 조직이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기사 회생했다고 칭송을 받다가도, 15년 30년 살다 보면 오히려 그때의 지도자가 도모하던 일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해악을 가했다고 비판하는 일도 발생한다.  동서 간의 체제 이데올로기가 그랬다.  다행스러운 일은 빠르게 발전하는 IT산업의 경우에는 초월성을 논할 만큼 그리 호흡이 길지 않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5년 정도면 효과의 지속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항상 업계의 CIO를 달구는 화두 중 하나는 솔루션을 사서 쓸 것(Buy)인가? 아니면 직접 개발할 것(Build)인가 하는 문제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전사적 자원관리(ERP)의 바람은 어플리케이션 부분에 있어서 BUY냐 ? BUILD냐? 의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전자의 논리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백 로그(backlog) 이슈를 해결하고, 라이프사이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사서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후자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서 쓰면 개별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노하우도 축적하지 못할 뿐더러 전략적 차별성도 도모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누가 맞을까?  대답은 호흡의 길이에 따라 다르다. 


짧은 호흡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BUY측이 승리했다. 대기업은 경쟁적으로 전산조직을 스핀오프 시키고, 그룹사의 시스템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함과 아울러 남는 개발자를 외부 SI사업에 배치하였다. 그 덕택에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IT업계는 자체개발 솔루션의 노하우 보다는 시스템 통합에 관한 노하우만 남았고, 외산 솔루션으로 구성된 고비용 IT 환경과 폐쇄적 시스템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다국적기업의 비즈니스맨이었던 나도 이러한 고착화에 일조하였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민원업무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솔루션이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에서도 해외의 개발도상국에게 전자정부 시스템을 인도적으로 원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분야에 익숙한 지인을 통해 들으니 전자정부의 해외원조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봉착했다고 한다.  우리의 전자정부 솔루션은 개발도상국이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벅찬 것이다. 인당 하루평균 수입이 미화 1.2달러 미만인 가난한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48개국이나 된다. 소스코드를 우리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수십억 대의 하드웨어, 상용DB, 미들웨어, 개발 툴을 한꺼번에 도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유지할 기술도 부족하다.   


개발도상국가들이 원하는 해법은 전산자원을 적게 요구하면서도 자유롭게 코드를 변경할 수 있는 Free Open Source Software(FOSS) 아키텍처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자정부솔루션은 FOSS 기반으로 이루져 있지 않다.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지적자산은 UI와 프로그램 로직 뿐이다.  무료로 줄 수 있는 오픈 소스는 없다. 20년 전의 좋은 선택이 호흡이 길어지니, 누구에게는 한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어떤 개발도상국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원치 않아 의도적으로 오픈소스를 배척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는 3가지의 특성이 만족되어야 가능하다.   상호 의존성, 동적 평형성, 무한 순환성이 그것이다.  생물은 생존을 위하여 매개체로서 혹은 기생과 공생으로 상호 의존한다.  천적 간의 먹이사슬이 객체수자를 조절하는 동적평형을 유지시킨다. 배설물이나 죽은 생명체를 박테리아나 세균이 분해하여 다시 무기질로 변환시키고 무한히 순환시킨다.  이러한 세가지 특성이 무한히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보장한다. 


자연 생태계를 레펀런스 모델로 지속 가능한 IT 생태계의 3가지 특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데이타 호환성, 자원 적정성, 소스 순환성을 꼽아 본다.  콤포넌트간에 이해가능한 프로토콜 교환이 데이타호환성이 되겠다. 컴퓨팅 자원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DB, 네트워크에 걸쳐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자원 적정성이다.  재활용이 가능하여 폐기되지 않는 코드의 흐름이 FOSS에 의한 소스 순환성이 될 것이다.  IT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너무 관념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연보호와 국제적 빈곤문제에 지속가능성이 담론화 되어가는 이때에 중요한 한 축을 맡을 IT에 있어서도 지속가능한 레퍼런스 모델에 대한 합의가 따라가야 되지 않을까?


어려서 읽은 동화책에 “원숭이 가죽신”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꾀가 많은 여우가 원숭이에게 가죽신을 공짜로 선물한다.  거친 발바닥으로 신발없이도 정글을 잘 누비던 원숭이가 여우가 던져주는 가죽신에 익숙해져 발바닥이 말랑해졌다. 가죽신이 다 해져 버리니 원숭이는 발바닥이 아퍼서 더이상 걸어다닐 수가 없었다. 그때, 여우는 원숭이에게 맛있는 바나나를 가져다 바치도록 요구한다.  가죽신의 대가로 바칠 바나나의 양은 해마다 늘어난다.  결국 견디다 못한 원숭이는 숲(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떠난다. 제조사 종속이론(Vendor lock-in)을 풍자한 45년전의 동화책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일에 호흡을 길게 생각하고 후손에게 어떻게 지속가능한 IT 자산을 물려줄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도미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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