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suit of Mentoring/구결컬럼

도미니크 2021. 4. 14. 22:38

미소 냉전의 긴장감이 고조 되었던 1961년 9월 25일, UN 총회장 연단에 오른 ‘존 F 케네디’ 대통령. 연설이 시작된 지 8분 여만에,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남녀와 아이들은 사고, 오판 혹은 미친 짓 때문에 언제든 떨어질 지 모를, 가장 가는 실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핵폭탄 칼(a nuclear sword of Damocles) 아래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해진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은 로마시대의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키케로(Cicero)가 말년에 쓴 ‘투스쿨란의 대화(Tusculanae disputations)’ 5권 21장에 실린 스토리에서 유래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러하다.

 

이태리 시칠리아 섬, 시라쿠사(Siracusa)의 폭군 디오니시우스(Dionysius)는 25살에 정권을 장악하여 38년 동안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다. 권력자 밑에는 아첨배도 있는 법. 신하인 다모클레스는 주인의 재산, 강력한 권력, 무한한 즐거움, 황홀한 궁전 등. 그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왕처럼 행복할 수 없다며 칭송한다. “다모클레스! 나처럼 한번 살아보겠나?” 왕은 화려하게 장식된 금침대, 금은실로 수를 놓은 옷, 수려한 하인들의 시중, 산해진미 음식으로 차린 식탁, 진귀한 꽃과 향내음 속에 다모클레스를 파묻히게 만들었다. 왕좌에 앉은 다모클레스가 행복에 겨워 하는 와중에 왕은 번뜩이는 칼날의 검을 한오라기 말총에 묶어, 다모클레스의 정수리를 향해 천정에 매달도록 명령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금은보화, 맛난 음식과 호화 찬란한 주위 환경이 다모클레스의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디오니시우스는 외견상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자신의 왕좌가 겉보기와는 달리 수많은 정적들로 부터 언제 권력을 빼앗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고통스러운 자리임을 다모클레스에게 온몸으로 느끼도록 한 듯 하다. 이러한 다모클레스의 일화를 경각에 달린 안보상황으로 비유한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지만, 어떤 이는 외견상 남부러울 것 없는 권력자의 보이지 않는 비애를 외둘러 표현하려 인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 혹은 독선적인 경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의 비유로 말하고 싶다.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는 사회과학 이론에 빠질 수 없는 주제이다. 위임받은 권한범위 안에서 주인을 섬겨야 해야 하는 대리인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고 싶은 끊임없는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조직관리의 많은 에너지는 대리인이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잘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쓰인다. 작게는 주주-이사회-경영층의 내부통제 구조가 그렇고, 크게는 정치인을 뽑는 선거활동에도 많은 사회적 비용이 사용된다. 의뢰인과 변호사 관계, 생산자와 유통업체 사이에서도 제한된 범위(법률서비스, 판매활동)에서 대리인 관계가 성립된다.  서비스 비용을 받지만 대리인 관계가 아닌 직업도 있다. 감사 보고서를 내는 경우, 회계사는 회사의 대리인이 아니다. 불특정 투자자의 공익을 위하여 재무제표를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의 창업자에게 대리인 이론은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누구에게 위임 받지 않았고, 내가 스스로 노력하여 일구워낸 성과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조직원을 대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장들의 태도에서 우리는 그들의 내면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지난 4월 2일 작고하신 채현국 선생님의 일갈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 채 선생님은 불특정 다수인 국민이 회사의 주인이며, 창업자 역시 그들의 재산을 잠시 맡아 기여한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우침이 있으신 듯 하다. 채 선생님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 아래 대리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

 

최근의 투표결과에 권력의 대리인이 당황스러워 한다. 그 자리에 오를 때에는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었던 유권자들이, 어느 순간 등을 돌리고 비난의 손가락질을 해댄 때문이다. 비루할 지언정 ‘평범한 사람의 집단적 선택은 신의 섭리를 반영한다.’ 열심히 일했다는 진정성을 들이대며 자연의 섭리와 싸울 일이 아니다. 기대와 다른 주인의 심판이 있었다면 뭔가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반추하고 노선을 바꾸어야할 시점이다. ‘이 워꼬!”하는 화두를 던져, 세상과 담론을 나누며, 새로운 가설을 고안해야 한다. 

 

권력의 대리인, 경영의 대리인들은 채 선생님이 말씀하신 융통과 포용의 다음 말씀을 다시금 새겨 들어야 한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유권자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일은 언제 떨어질 지 모를 다모클레스의 검날을 살피는 일이고, 주인이 갖는 신뢰의 말총 끈을 강화시키는 길은 융통과 포용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고하신 채현국 선생님을 기리며, ‘다모클레스의 칼’로 대리인 경영론의 메타포를 꾸며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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