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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쿠터를 타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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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활

2008. 5. 5.

 

몇해 전 어느 여름....

 

나는 당시 여의도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회사원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여의도 직장은 고작 10킬로미터도 안되는 가까운 물리적 거리였지만 실제로 시간거리는 무척 길어 50분 정도였고, 대중교통도 불편하기 짝이 없어, 지하철이던 버스던 2-3번 갈아타는 수고로움은 필수였다.

 

피곤에 지쳐 있는 상태로 여느때처럼 집에 오는 버스를 타고 막히는 영등포 거리를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다. 택트 처럼 작은 스쿠터가 옆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신호에 걸려 정체되어 있는 버스와 인도 사이를 유유히 벗어난 스쿠터는 어느덧 신호등 맨 앞에 섰고 청신호가 켜지자마자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게 아닌가.


그동안 오토바이란 것들은 운전에 방해만 되는 위험 천만한 것들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 저녁때 정체되는 길에서 만난 스쿠터가 내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후로 2달동안 스쿠터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쿠터 정도는 자전거만 탈 줄 알면 간단하게 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으로 이거저거 알아보기 시작했고 비교적 모양이 이쁜 패션 스쿠터와 클래식 스쿠터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클래식 스쿠터 붐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거리에는 혼다 조커의 짝퉁 쥬드 스쿠터가 많아지기 시작할 때였다. 대림에서는 뒤늦게 상용 스쿠터에서 승용 스쿠터로 판로확대를 기획하고 있었고 그 결과물인 베스비가 막 출시된 상태였다.

 

일단 간단한 출퇴근 용이긴 하지만 번호판도 달지 못하는 50cc 류는 제외하고 번호판을 달 수 있고 2인 승차가 가능한 클래식 스쿠터 제품군들을 대상으로 압축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베스파가 마음에 끌리긴 했으나 서류있는 매물도 구하기 어려웠고 발브레이크와 수납공간 제로가 발목을 잡았다. (높은 가격과 높은 유지비도 한몫했지만...)

결국 대림의 베스비, 항주스즈끼의 벨라, SYM의 미오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쥬드류는 당시 악평이 자자하여 도무지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일단 클래식 스쿠터로 마음을 정하자 좋은 사이트가 검색에 걸려들었다. 일명 태클동이라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클래식 스쿠터에 대한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고, 마침 괜찮은 미오100 중고매물이 나왔길래 서울 끝에서 끝까지 두번 왕복한 끝에 내 생애 최초의 스쿠터를 갖게 되었다.


내가 신중을 기해 고른 미오100 중고매물은 적산거리도 얼마 되지 않은 대만산 패션스쿠터였지만 사고차량인 관계로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비록 사고차량이었으나 간단하게 껍데기와 앞 서스펜션 정도만 손 보면 별 무리 없던 스쿠터였고 무엇보다 작지만 짱짱한 출력과 2인승차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대만이 스쿠터 제조실력은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들 했던 점도 미오를 선택한 이유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뒤로부터 출퇴근을 스쿠터로 하게 되었으며,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었다. 예전 50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30분 미만으로 줄어들고 교통비도 절약되는 장점도 탁월했다. 게다가 탁 트인 시야와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긴장감은 출퇴근 시간을 더할나위 없이 즐거웁게 만들었다. 꽉 막힌 정체길을 만나서도 천천히 갓길로 주행하면 가만히 서 있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속력을 내야하는 구간에서도 뒤쳐지지 않게 속도내며 달리는 기분도 쏠쏠했고... 무엇보다 주차하기 위해 골머리 썩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너무 좋았다.


처음엔 걱정하던 아내도 몇번 뒤에 태우고 마트로 장보러 다니고 날씨 좋을 때는 동네 한바퀴 마실 돌고 하니 적잖이 안심하는 눈치였고 주차걱정 없다는 장점도 크게 마음에 드는지, 지금은 알아서 스쿠터 타고 마실갔다 오자고 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아직은 사륜자동차 위주의 도로정책으로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차도를 달려야 하지만 막히는 곳도 잘 빠져 나갈 수 있고, 주차도 간편한 시티커뮤터로서 스쿠터는 자신만의 존재가치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