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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2012. 7. 10. 20:41

 

수련이가 그 동안 불만이 많았었다.

뉴욕에 정착한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을 정직하게 말하자면, 좀 너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수련이를 찾아 보았는데 아빠만 한번도 오지 않아서 이다.

사실 내겐 미국이라는 나라가 별로 당기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구태여 이유를 댄다면, 미국보다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마음에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미국인들은 대부분이 표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깊이가 없는.... 그래서인지 만나보면 만난지 벌써 10년 동안이나 알아왔던 사람 같은데, 발꿈치 돌리면 벌써 나는 잊혀진 사람이다. 내게 계속해서 이해관계를 느끼지 못한다면 말이다. 마치 식당에서 지금까지는 친절하던 서비스가 일단 식대를 지불하는 순간부터는 서비스 품절상태에 돌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것도 음식 값의 15%나 되는 서비스료를 지불했는데 말이다.

 

또 다른 면에서 본다면 내가 미국인에게 지금까지 받은 인상은 경망스럽다는 것이다. 깊이도 없고.... 그리고   자본주의, 수정주의,신자유주의  등등을 거치지만  앞뒤가 없이 철저하게 이이과 효율만을 추구하는데 (이 것이 100%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은 나도 동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또 총체적으로는 "제 닭 잡아 먹는 식"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들이 경망스럽고, 천박하고, 지성의 깊이가 없어서인지 자신을 잘 못 생각 - 즉 자신이 합리적이고, 박식하며 긍휼심이 충만하여 배려를 아끼지 않는 다는 자신에 잘 못 된 생각 - 하는 데에는 보통 용감한 것이 아니다.  유럽사람이라면 (네델란드 사람은 제외하고) 주눅이 들 것 같은 데,  무지해서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당당하다. 그리고 얼 빠진 세계인은 그런 그들을 동경한다.

 

내겐 미국은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였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주 갔고, 또 자주 갈 수있는 나라이기에 내겐 그저 그렇고 그런 나라였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 대하여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내가 미국인을 뺀 미국을 만난 것이다. 이제 까지는 미국에 가면 미국인들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지난 번 뉴욕에서 지낸 10일간은 수련이와 미국만 본 것이다. 할렘과 뉴욕의 일부를 느끼고 만져 본 것이다. 또 이제 까지 내 인생에서 culture therapy를 그토록 intensive하게 해본 적이 없다. 절믕ㄴ 날 그토록 쏘다니고, 또 수련이 엄마를 만난 젊은 날에 둘이서 그토록 찾아 다녔지만 이번만큼 수련이와 둘이서 순전히 문화만을 위해서 돌아다닌 적은 드물다. 오페라, 뮤지컬, 전시회, 현대무용, 째즈클럽 등 매일 같이 문화였다.  그리고 정말로 미국을, 미국의 힘을 느낀 것 같고 또 그 것이 다양함에서 부터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llis Island를 보며 다양한 인종이 그들의 문화를 미국이라는 땅에 가져와 꽃을 피우고 또 다른 문화와의 접목을 통하여 발전시키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엿다. 다양함이 서로 어울려 서로를 포용하고, 때로는 상쇄적 행위가 있긴 했어도, 서로의 자양분이 되는 삶이란, 내가 "짜장면으로 통일 해"를 못참아 유럽으로 떠났던 것과 비교가 된다. 30년이 지나 돌아온 지금도 아직 그 획일이 나에게 상처를 주며, 불포용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도 생각해 보니 내가 잘 한 것들 중에 하나는 내가 미국으로 이민오지 않은 것이고, 잘 못한 것 중의 하나는 공부를 하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가지 않으므로써 나는 나의 깊이를 간직할 수 있었으나, 공부를 함으로써 나는 나의 폭을 좁히고 자유를 잃은 것이다.

 

 

폴 테일러 무용단은 나를 현대무용이라는 예술에 눈을 뜨게 해준 발레단이다. 그의 레퍼터리 중의 하나는 내가 45년전에 본 작품이 들어 있었다! 같은 작품을 45년 후에 다시 볼 수 있다니....

뉴욕에서는 문화생활이 값비싸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당시에 행운아였었는지 모르겠다. 파리에 갈 때마다 흥미로운 공연예술을 보고 싶었지만 항상 실패했다. 벌써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기회도 잘 닿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졸부들만 예술의 전당에 가는지 항상 가격들이 만만치가 않다. 결국 관광객 신분으로 공연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는 뉴욕과 런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