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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2012. 10. 27. 06:47

 

프랑스를 떠난 후, 초기에는 매 2~3개월마다 프랑스에 돌아 갔었다.

그러다 요사이는 연 2~3회 정도 방문하는 것 같다. 사이 사이 싱가폴, 중국, 사우디, 두바이, 카타르,아부다비, 이란, 미국 등 많은 나라를 돌아 다니지만 왠지 프랑스에는 자주 못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금년에는 지난 3월 말에 갔었으니 올해에는 2번 여행한 셈이다. 전에야 다행히 리용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리용에 갈 일이 없어 (친구들을 보러 간다면 몰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파리에서 보낸다.

 

일요일 저녁에 도착했는데에도 아들 쎄드릭이 마중나왔다. 바쁜 아이라 올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CDG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일요일 저녁시간은 공항 파리간의 교통체증이 심하다. 주말을 외지에서 보내고 파리로 돌아 오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든 간에 땅하고 연관을 맺기를 좋아한다. 우리 처럼 토지투기가 아니라, 흙내음 속에 젖어드는 것을 좋아해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시골과 연관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집'을 가지고 있고 정부도 도시집과 함께 하나의 주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하여 '시골집'의 TV에 시청료를 징수하려다 국민으로부터 된통을 당하고 총리가 나서서 시청료 징수계획 취소를 발표한 것만 보아도 프랑스 사람들에게 '시골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파리에서 호텔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편이다. 비교적 저렴하면서, 깔끔하고 교통이 좋은 호텔을 잡기가 말이다. 내가 30년 이상을 애용한 호텔은 5구의 Pantheon과 Sorbonne대학 사이에 있었는데 프론트를 지키던 할머니가 은퇴하고서는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여 방이 잘 나지 않는다. 하여간 파리의 5구를 떠나 다른 곳에 호텔을 잡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호텔을 찾다찾다 안되어서 떠나기 이틀 전에 6구 Montparnasse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지만 호텔을 정하고, 체류예정기간의 숙박료를 전액 전송하고 난 후에, 이 호텔에 대한 평을 Google+에서 찾아보니 형편 없었다. 욕실의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방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침대가 형편 없어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 었다. 예약취소 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전액을 포기해야 한다. 할인 받은 조건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하루에 25만원이 되는 호텔이 너무 하다 싶었지만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호텔까지 나를 데려다 준 쎄드릭은 바빠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 가야 한다며 떠났다. 바쁘기도 할 것이 영택이는 프랑스 재무부 고위 책임자인데 이틀 후에 프랑스 2013년도 예산안 심사가 국회에서 심의하기에 그 준비로 바쁜 것이다. 그래도 공항에 마중나와 준 것이 기특하다.

 

내 방에 들어가니 생각보다는 깨끗하다. 하지만 침대는 약간 무른 편이다. 프랑스인들은 침대쿠션이 비교적 무른 것을 쓰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시트 도한 독일차 보다는 소프트한 편이다. 아마 엉덩이들이 많이 단단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짐을 내려 놓자 마자  호텔 옆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스테이크 치료법을 위해서이다. 프랑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굉장히 커다란 스테이크를 아주 rare로 구어 겨자를 듬뿍 발라 배가 찰 때까지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 쇠고기를 못먹는 것은 아니지만 맛이 틀린다. 고기는 씹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고기 굽는 방식은 너무 익히고, 너무 잘게 썰며, 너무 부드러운 부위들이다. 나는 덩어리가 큼직해서 한 입을 가득 채우며, 육즙이 뚝뚝 떨어지도록 덜 익혀야 하며, 육질이 단단해 동키호테의 말안장으로도 쓸 수 있는,  내 이빨에 저항성이 강한 스테이크를 즐긴다. 만약에 너무 질겨 씹을 수 없을 때에는 그냥 덩어리채 목구멍으로 넘겨 버린다.  커다란 시저 살라드 (세계 어디에나 거의 시저 살라드를 볼 수 있는데 형상과 맛은 천양각색이다.) 와 1kg짜리  cote de boeuf (두께 5cm 정도 되는 통갈비 구이- T-bone steak 3~4개를 겹쳐 구운 것과 비슷하다)를 주문했다. 고기에는 프렌치 포테이토 칩이 따라 나온다.

 

                        1kg 짜리 cote de boeuf와 frites, 오른쪽 위의 것은 ratatouilles라는 토마토 소스에 익힌 모듬야채찜이다.

 

  

와인 리스트를 들여다 보니 그 길이가 한참이나 된다. 식사를 하면서 그에 걸맞는 와인을 고르기란 쉽지 않고, 또한 그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웬만한 돈과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여서는 어렵다. 오늘은 보르도 와인이 군침을 돌게 한다. 2009년산이면 약간 젊은 편이지만 그래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색깔을 보니 진한 보르도 색에, 맛은 중후하고, 잔에 남는 자취는 여자의 넙적다리를 연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농도가 짖은 편이었다. 조금 놓아 두면 더 맛이 잇을 것 같았다. 갑자기 와인이 좋아 질 것 같아 반병짜리를 시킨 것이 후회가 된다.

물은 Badoit rouge 큰 것 한병을 시켯다.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차거운 탄산수가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느끼는 짜릿함을 즐기고 싶어서엿다. 원래 소프트 드링크를 거의 절대로 마시지 않는 내가 거품음료로 좋아 하는 것은 탄산수 밖에 없다.   맥주도 샴페인도 마시기는 하지만 한 잔 이상은 잘 마시지 않는다. Badoit는 상업적으로 물을 ㅂㅇ에 넣어 판매한 최초의 자연수로써, 100년이 훨씬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마 소유주는 세계 최고의 명품회사인 LVMH (루이 뷔똥.모엣,헤네씨)일 것이다.

 

고기의 맛은 내가 예상했던대로 아주 우수했다. 원래 bleu (blue)로 익힌 것을 좋아 하는데, 내가 주문하는 방식으로 익히는 것은 어려워 잘 맞춰오기가 힘들다. 고기가 거의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따듯해야 한다. 자주 너무 익거나, 아니면 고기가 너무 차서 육질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격이 좋은 (?) 나는 대부분의 경우 불평하지 않고 가져다 주는 고기를 그대로 들지만, 식사가 끝난 후에 평을 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오늘은 그래도 긴 여행 후라 약간 더 익힌 고기를 먹고 싶어 saignant 과 a point (rare와 medium) 사이로 익혀 달라고 했다. 

맛 있게 구운 고기의 향기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잘 드는 나이프로 한 덩어리 베어 입에 넣으니 우선 코가 즐겁다. 일순간 다음에 고기 덩어리를 잇빨로 지긋이 누르니 탄력있게 저항하지만 여인의 그것 처럼 육즙이 사르르 입안에 고인다. 프랑스 육우인 Chaolais 특유의 맛이다. 고기를 고기 답게 느기며 먹는 맛!

아~ 아~ 이 행복....

한국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행복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불편,불평은 없지만 그래도 항상 뭔가가 모자라는 것을 느낌과 함께, 옅은 농도의 동질감을 가지고 살아 가던 나는 나 혼자의 프랑스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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