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팔마스

우정(牛亭) 2010. 3. 27. 22:03

라스 팔마스(Las Palmas de Gran Canaria)를 아십니까?(4)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스페인에서 런던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영사관 주소로 보낸

내 편지를 받았다고.  그 친구는 라스 팔마스에 있었고, 주소도 모르고 한국 영사관으로 보낸

내 편지는 겉봉에 쓴 한글에 의해 정확하게 본인에게 전달이 된 겁니다. 

 

귀국 때 꼭 라스 팔마스에 들려 가라고 간청을 했습니다.  나도 흔쾌히 항공사 대리점에 들려 

귀국 길 코스를 라스 팔마스를 거쳐서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네 집 앞 정원)

 

라스 팔마스 기지에 있는 한국인들은 거기를 일컬어 스페인의 흑산도라고 한답니다.

고국에서 멀리멀리 떨어져 있는 절해고도의 느낌과 하루하루 선원들과 선박 뒤치다꺼리 하느라고

동동거리며 살아가는 고단한 삶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라스 팔마스의 풍광을 여기저기 둘러 봅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외로운 섬에서 살아 오다가 자신을 찾아온 친구.   런던에서는 일단 스페인 서북쪽 대도시인

빌바오 공항으로 가서 거기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라스 팔마스로 갔습니다.  이렇게 라스 팔마스 가는 첫 방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간 것도, 어업기지로 간 것도 아닌 그저 친구 보러, 거기를 갔습니다.

 

 

 

 

 

 

 

 

 

 

밤 시간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친구와 우리는 얼싸 안았습니다.  얼마만입니까?

 

부인의 말로는 남편은 내가 도착하기까지 보름 동안을 꿈을 꾸는 듯 흥분된 상태로

있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누구이기에 그토록 흥분하는가?" 했다고 합니다.  미리

잡아 준 호텔에 짐을 푼 뒤 밤이 늦은 시간인데 나가자고 했습니다. 

 

스페인의 저녁은 10부터가 시작이랍니다.  자정이 된 시간에 한국인들이 드나드는

바에 가 앉았습니다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이 절해고도 라스 팔마스에 찾아 온 사람

이라고는 오로지 선박과 선원과 생선매매 이외로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나는 유일하게

업무와는 전혀 상관도 없이 찾아온 것입니다.

 

세계적인 풍광을 찾아서도 아니고, 더더욱 현란한 카니발을 보러 온 것도 아닌 오로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만으로 왔다는 것입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悅乎!입니다.) 

 

 

 

그 이튿날 라스 팔마스의 이곳 저곳을 돌아 봅니다.  콜럼버스 기념관, 그 때만 해도 눈 앞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조금 섬찟해지는 부두에 정박해 있는 소련 선박에 달린 소련국기, 독일인들이 대거 투자를 해서 개발한 휴양지,

섬의 여기 저기를 두루두루 구경합니다

 

 

 

1970년대 경제발전으로 형편이 좋아진 독일인들이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으로 대거 달려간 모양입니다.  스페인의 풍광 좋은 휴양지는 모두 독일 자본이

투자하여 개발했답니다.  마치 1980년대 일본이 동남아 휴양지 곳곳에 투자를 한 것처럼.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면서 십여 년 동안 못한 이야기를 밤새 쏟아 냅니다. 

생선과 선원과 선박 이야기가 아닌, 지난 십 년 동안 접어 두었던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

갑니다.  한 참 잊고 있었던 노래도 함께 부르고, 시를 이야기하고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첫 번 라스 팔마스 방문을 마치고 온 이래로 우리는 지금까지 더러는

오고 가면서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편지지 위에 육필로

써서 주고 받다가, 그 다음에는 컴퓨터로 쳐서 프린트하여 편지를 주고 받았고,

이제는 이 메일로 사진과 편지가 오가고 있습니다.

 

 

               (라스팔마스 카니발 기간에는 이렇게 어린이들도 카니발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고 합니다.  수박 모양의

                 의상을 입은 친구의 아들)

 

1987 처음 라스 팔마스를 다녀 온지 10년이 되는 1997년에 나는 또 다시

라스 팔마스를 찾아 가는 기회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