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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牛亭) 2010. 7. 8. 15:17

 

30여 년 전에 박경리씨의 소설 "토지"를 탐독하다가 그 속에 "능소화"라는

꽃 이름을 발견하고 무슨 꽃인가 알아 보게 되었습니다. 

 

 

 

미색인가 하면 연분홍 빛깔로도 보이는 능소화가 한창 피어 있는 유월,

담장 밖이었다.  비가 걷힌 돌 담장은 이끼 빛갈로 파아랗게 보이었다.

 

담장을 기대이고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능소화, 치수는 초당에서 내려오다가

구천이를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치수가 가까이까지 갔을 때도

인적기를 모르는 듯 능소화 옆에 서 있었다."

 

최 참판댁 당주 치수가 구천이와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구천이는 김환, 즉 최치수의 한 어머니 윤씨 부인에게서 난 다른 아버지,

동학의 접주 김개주 장군에게서 난 동생이면서 자기 부인 별당아씨를 데리고

달아나는 기구한 운명의 이부동복(異父同腹) 형제 아닙니까? 

 

 백과사전에는 호남 쪽 지방에 피는 꽃으로 담에 붙어 피는

꽃으로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난화 덕분인지 옛날에

남쪽에서만 피었던 꽃들이 서울에서도 잘 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가 바로 배롱나무(목백일홍)일 것입니다.

양재동이었는지 서초동이었는지 꽃 시장으로 가서 물어 물어 손가락만한 능소화 묘목을 2만 원 주고 사다 심었는데

30여 년이 지나니 이렇게 컸습니다.

 

 

 

능소화는 살아 있는 나무에 올려 감아 올라가게 하는데 워낙은 가죽나무에 올린다고 합니다.

가죽나무 잎 모양이 꼭 능소화 잎과 같아서 서로 구분이 잘 안되니까요.

우리는 하나는 은행나무에, 또 다른 하나는 대추나무 등걸에 올렸습니다.

금년에 잘 핀 꽃은 그 대추나무 등걸에 올린 꽃입니다.

 

 

 

은행나무에 올린 꽃이 훨씬 크고 좋았는데 근래에 무슨 벌레가 먹는지 아니면 병이 들었는지

지난 해부터 꽃망울까지는 잘 맺는데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이제 그 대추나무 등걸도 우리처럼 다 삭아지고 없어 담장 위에 나무 작대기로 받쳐놓고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잘 피는 꽃을 볼 수만 있다는 것 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