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단상

우정(牛亭) 2019. 7. 27. 17:36

포병-짜빈동(9)

 

David Long을 불러서 air-strike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는 나의 행선지를 밝히고 총성이 들리는 2소대 쪽 전면에 관심을 돌렸다. 그 쪽

숲에서 소총소리가 무척 요란하게 났다 도주하는 적병들을 엄호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2소대를 다시 추가 공격하는 것인가? 바로 2소대 최전방 교통호 제 2선 후면으로

달려내려 갔다.

 

적들이 사격해 오는 방향이 은폐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제2선 교통호를 따라서

자세를 낮추고 북쪽 4부 능선으로 기어가다 관측을 시작하였다. 통신병도 없이 단독으로

무전기를 메고 머리만 내밀었다

 

그 때였다 타닥하고 오른쪽 얼굴 1m 떨어진 곳에 소총탄 한발이 박혔다. 분명코

나를 겨냥한 조준사격이었다. 기겁을 하고 자세를 낮추고 다음 목표를 찾아 기어갔다.

 

다시 기어거의 8부 능선 까지 교통호로 이동하여 가서 관측을 시작하는데 다시 날카로운

총성이 나면서 얼굴 바로 아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낭(砂囊)에 총알이 박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놀라서 털썩 주저앉았다. 이놈 봐라? 아주 날 제대로 조준하는

놈이구나. 다시 기어 올라갔다.

 

가장 치열한 3소대가 바로 눈 아래 감지되는 최정상 지점이다. 이곳에서 보니 적의동태와

아군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인다. 바로 절벽 밑 30미터거리에 106미리 무반동총도 보였다.

전에 작업하였던 81미리 박격포 포상(砲床 : 포 발사장소)에 도착하였다. 누어서 한숨을

돌리며 멈추었다.

 

그리고 3소대 위험 지역과 2소대에 총격을 가하는 위치를 알아내야지 생각하며 전방을

향해서 눈만 보이게 아주 낮은 무릎쏴자세로 고개를 들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최대의

은폐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아무소리도 안 들리고,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야구 방망이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듯

강타를 맞으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넘어지면서 보니 철모가 내 가슴위로 치솟았다

떨어진다. 얼굴에 맞을 까봐 철모를 두 손으로 받고 보니 의식이 흐릿하였다.

 

엉겁결에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지니 여러 개의 머리카락과 함께 손바닥에 많은 피가

묻어났다. 저격병에게 내가 당한 것이다. 우선 머리를 손바닥으로 누르고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사실 머리에 총을 맞은 후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는

모호하였다.

 

어느 결에 나를 따라 왔는지 한 미군 병사가 있었다. 아까 David에게 나의 행방을

말해 주었기에 나를 찾아 온 것 같았다. 비명을 지르며 나의 부상을 보고 울부짖는

미군병사는 Jim Porta였다. 그리고 머리 지혈을 위해 압박붕대를 묵는 걸 도와주고

또 치료할 위생병도 신속히 데리고 왔다.

 

이 고마운 Jim이 없었다면 쉽게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Thank you so much Jim!

 

산개해서 마구잡이로 후퇴하는 적 월맹군들을 희미한 여명에 보았을 때는 정말로 내

눈을 의심하였다. 이 좁은 지역의 1개 중대에 공격한 적군으로는 상상을 넘는 엄청

많은 적들이었기 때문이다. 돌산 쪽으로 죽어라하고 뛰어가는 적들을 보고는 차라리

당시의 현실이 의심스러운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당시에 부상만 당하지 않았어도 자신에 가득차서 포 사격유도를 더 많이 하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의식을 찾았을 때는 포를 쏠 수가 없었다.

FSCC에서 항공기 출격요청을 하였기에 포를 쏘지 못하였던 것이다.

 

생사의 운명이 이미 정해진 것일까? 적의 저격병 한명의 힘이 패주하는 적들을 많이도

구해준 셈이니 말입니다.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