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단상

우정(牛亭) 2019. 7. 27. 20:12

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2)

 

용안 작전(196611)이 시작되고 1대대 병력이 1번 도로 서쪽지역 일대에 걸친

전투정찰 작전을 하고 있었는데 그 임무를 3대대가 인계를 받았다.(19661113)

 

이 작전을 계속하러 9중대가 짜빈동 진지를 떠나던 오전의 기상은 월남의 우기였다.

 

첫 출발부터 억수 같은 세찬 비를 맞으며 출발을 하였다. 행군출발 1시간 첫 휴식을

하는데 그 많은 비가 오는 곳에서도 맨 땅에 앉아 장비 정비며 무기를 휴대하기 좋게

재조정하고 있었다.

 

출발 직후부터 온 몸이 젖어서 군복 주머니의 지갑이나 담배, 작전용 지도 등은 모두

비닐봉지에 밀봉 테이프로 방수 작업을 하고 행군을 하였다. 특히 어려운 점은

관측장교의 필수품인 지도, 나침반, 무전기 송수화기의 방수처리가 무척 부담을 주었다.

 

최초 행군 출발 한 시간이 되어서 15분간 휴식을 하던 중에 관측반원 한명이 배변을

보러 보고하고 바로 옆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 그는 놀라서 허리춤을

잡고 숲속에서 뛰어 나왔다.

 

....베트코 ...콩 입니다!”

 

순간에 놀라 총을 잡고 5미터쯤 떨어진 그곳에 찾아가니 억수 같은 빗줄기만 보일 뿐,

베트콩은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빗줄기가 내리 쏟는 관목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관측반원의 배설물이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풀숲에는 베트콩이 던졌다는

안전핀도 빼지 않은 미제 세열수류탄 한 개만 보였다.

 

아군 관측반원이 쭈그리고 앉아 있던 그 순간에 척후 정찰을 나온 적의 정찰병이

우리 관측반원을 보고 놀라 베트콩이 던지고 간 수류탄이었다. 안전핀도 뽑지 않고

던져진 수류탄이라....

 

용안작전 시작부터 적들은 이미 우리 9중대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작전

중에도 농부로 위장한 베트콩 한 명이 숲에서 도망치다 우군의 총에 피살되었는데

놀랍게도 그의 수첩에서는 잘 다듬어진 몽당 색연필이 있었는데 지도 상황판에 쓰는

세 가지 적, 청, 흑색의 연필이었다. 이는 분명 작전지도 표시용 필기구였으며 부비트랩용

인계철선도 주머니에서 나온 걸로 보아 적의 전방 관측병이나 정찰요원이었다.

 

보이지 않는 맹수처럼 계속 그림자같이 청룡부대의 작전을 여기저기서 관측하고 있었다.

 

작전개시 4일째인가? 식량이 떨어져서 물도 먹지 못하고 굶은 채 정찰 및 적 탐색은

계속되었다. 만 하루가 지나 4끼를 굶었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 물이 없어서 대원들은

지휘관 몰래 도랑에 맑은 물을 보면 엎드려서 물을 먹었다. 손으로 물을 떠먹으려도

손에 흙이 묻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17일에도 헬기가 여러 개의 물통을 5갈론 통에 담아서 높은 곳에서 물통을 떨어트렸으나

물통이 터졌으니 물은 없고 플라스틱 통만 보급한 꼴이었다. 물을 공급받으려면 완전히

착륙을 해야 하였다.


1118일 보급 헬기 수송이 2차례나 연기되더니 기상이 조금 좋아진 오후 2시가

되어서 헬기가 날아왔다. 무슨 일인지 헬기가 선회만 하였는데 앵글리코 팀에게

물어 보니 적색 연막탄 표시를 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숲속에 은폐지역에 중대원이

있어서 헬기도 우리 중대를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중대장에게 요구하여 적색연막탄을 구하였다. 가끔 베트콩이 무전으로

헬기를 자기지역으로 유인하여 보급품은 물론 헬기까지 추락시키는 사고가 있기 때문에

헬기 조종사들이 조심을 한다고 했다.

 

완전 개활지에 의지할 곳도 없는데, 적색연막탄을 던지고 나 홀로 논바닥으로 뛰어나가서

양팔을 벌리고 헬기를 유도하여 착륙위치를 표시하였다. 온 몸이 오그러들고 마음이

초조해서 손발이 떨리는 데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중대장에게 보고도 못하고 자원하였다.

저격을 할 경우 영락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만 하루가 지나서 오랜만에 씨레이션 식사를 마치고 정찰작전에 임하였다. 중대 방석인

짜빈동 진지 멀리 서측방의 고무농원 근처를 돌아 제 7일 째인 19일에도 오후 3시가 되어

숙영할 진지를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