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단상

우정(牛亭) 2019. 7. 27. 20:40

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 6 )

 

청룡 투혼의 위대한 승리-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 6 )

 

5. 계곡 입구부터 근접사격으로 검은 들개들을 박살내다.

 

시계를 보고 또 보아도 고장 난 시계처럼 분침이 요동을 안했다. 연이어 3회 그 지역

정찰을 자세히 하였으니 지형판단을 하기가 용이하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가장

용이한 접근로는 3소대 정면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쪽의 동북쪽 접근로는 조명지뢰도 터지지 않았고 월맹군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고갯길이 있는 능선 너머가 주 접근로라는 걸 전창우 소위와 함께 전투 초기에

감지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삼태기같이 생긴 Y 자형 계곡으로 적이 계속해서 진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계곡 양쪽 경사면은 가시넝쿨이 가득하여 맨 아랫길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없었다

오직 우마차 정도나 겨우 다닐 수 있는 외길로 연결되어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접근로 양측 경사면은 가시 넝쿨로 엉켜 있어서 도저히 야간에는 길이 외에는 기동이

불가능하였다. 그렇다면 1소대 쪽은 좁은 지역이라 소대 정도의 병력으로도 저지가

가능하다. 그런 단순한 상황판단이 서는 입장에서 보면, 1소대 청음초에게 적들의 행동이

일찍 노출되었기 때문에 우리 측에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조기 경고를 한 결과가 되었다.

 

반면에 월맹군 지휘관들은 자기들 대부대 병력 숫자만 믿고, 순식간에 9중대 소수병력을

전멸시킬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이점이 상황판단과 작전계획에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다.

 

MB 346, 347, 348 쪽을 좌우 전후로 계속 반복 포격하면 그거야 말로 독 안에 든 쥐에게

수류탄 투척하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또한 MB349, 350 등은 포병대대 작전에서

후속 지원부대의 접근을 막을 요란사격에 들어갔다고 통보가 왔다.

 

포병대대장 이갑석 중령이 누구인가?

 

아니 포병대대의 유능한 참모진들은 또 누구인가? 전 포병대대의 3개 포대와 155미리

포대(육군지원)24문의 포가 삼태기 같다는 그 계곡과 계곡 동쪽방면을 연달아

사격하였다.

 

마치 융단 폭격처럼 차례차례 전후좌우로 쉴 새 없이 퍼부었다. 해병포병대대장 이갑석

중령의 취임 일성으로 월남 지형을 변형시키겠다!”는 말의 첫 시험무대처럼 한없는 정말

원 없는 포병 사격을 하였다.

 

포격이 계속되는 동안 대대 작전상황실 미도파에서 중령 이갑석 대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관이 원하는 대로 그곳에 포탄은 명중할 것이다

 

귀관이 앞으로 10미터 전진하면 포탄도 10미터 전진한다! 포병 전부대원이 귀관만 믿는다!”

당시 이갑석대대장의 기본 작전 개념은 일단 중대단위의 작전이 신작되면 우선 포병

관측장교가 소속된 1개 포대(포병중대)가 사격임무를 전담하여 수행을 하고, 관측장교의

상황설명에 따라 나머지 3개 포대는 적의 접근 예상로나 집결지, 적의 포병진지를 사격한다.

 

그리고 추가로 도판운영과 지도상의 지형을 보고 또 청룡여단본부의 정보를 파악하여

적의 추가지원 병력의 이동을 못하도록 거의 원형에 가까운 보호망을 펴며 포격을 해준다.

 

따라서 적들에게는 예상하기 힘든 포탄사격의 피해를 주게 된다. 가시적인 적군들이

관측장교의 눈으로 피격되고 은폐된 적의 장비나 지원 병력의 기동이 완벽하게

차단되도록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포병전술을 월남전에서 최초로 적용하였다.

 

이 전술의 시험을 성공한 후에 짜빈동 대첩에서도 적용하여 11중대를 승리로 이끌어주는

전과를 올렸다. 포탄 유도를 위한 사격임무(fire mission)를 관측장교가 알리면 모든

포병무전은 침묵을 하므로 관측장교 한명 이외에는 누구도 대화가 없는 침묵의 시간이다.

 

왜냐하면 사격임무라는 명령을 OP에서 내리면 모든 무전기는 재밍(끼어들기)이 금지되고

무선의 최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관측장교의 목소리만 무전기에 들리게 되어 있다.

 

이런 고립된 상황에 처하면 정말 적진에 숨어들어간 고립된 저격병처럼 뼈를 깎는 듯한

외로움과 공포가 엄습하게 된다. 이런 때 틈을 보아서 잠간씩 무전기로 들려오는

대대장의 격려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로 큰 위로이며 사기를 높이는 힘을 넣어주는

활력의 원천이었다.

 

짧은 말 그러나 침착하게, 천천히, 굵직하고, 듬직한 말로 격려하던 목소리가 떠올라서

지난 3월 월남격전지 탐방 후에 그분이 묻힌 대전 국립 현충원 묘소에서 소리 낮추어

읍소(泣訴)하였다.

 

(모든 전공은 보병에게 돌려라~~.당시 청룡부대 이갑석 포병 대대장님의 말씀이다.

푸억록, 짜빈동 양대 전투에 해포의 지원사격은... 청룡의 승리에 절대적 기여를 하였다.

포병의 지원사격을 유도 양대 전투를 승리로 이끈 관측장교 김세창 중위~~ 지난 3

월남탐방을 마치고 대전현충원에 이갑석대대장님을 찾았다.)

 

분명히 같은 장소의 진지에서 연이어 숙영한다는 건 위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월맹군은 협소하고 기동이 어려운 좁은 접근로를 이용하는 커다란 오판을 하였다.

 

물론 대대병력 정도로 2개 소대를 공격하면 즉시 후퇴하거나 괴멸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 오만한 판단은 청룡 3대대 9중대에게는 먹혀 들 수 가

없었다. 럭비선수로 단련된 체력에, 최일선 소대장으로 쌓은 노련한 전투경력을 지닌

전창우중위의 용감한 전술 운용이 적군 1개 대대도 두려움 없이 방어하고 있었다.

 

이때 계곡에서 전사한 적군 월맹군 중에는 상당수의 월남 민간인 보급지원 병력이

많았고 특히 여자 보급지원군이 상당수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접근 선에서는 양방향으로 도저히 기동할 수 없는 가시넝쿨이 가득하여 스스로 함정에

빠져서 꼼짝없이 포탄세례를 받았습니다. 사냥꾼이 함정에 빠진 여러 마리의 사냥감을

타작하듯 캄캄한 밤에도 적들의 아수라현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