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

격암(강국진) 2013. 5. 27. 17:02

2013. 5. 27

 

막내아이가 게으르게 굴어서 설교를 하다보니 아이가 외우고 다녔으면 하는 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에부터 생각하던 두가지 말을 반복해서 외우게 했는데 그 두가지는 이런 말이다.

 

생각을 하면서 살자.

왜를 생각하자.

 

외우게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말은 나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나 중요한 말이라는 것이다. 나도 외우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생각을 하면서 살자는 말은 좀 막연하지만 긴장을 풀고 너무 늘어져서 게으르게 타성적으로 살게 되지 말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막내 아이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누구보다도 나 자신도 사실 하루 하루 살다보면 어느새 그냥 습관에 젖어들어 살게 되는 일이 많다. 무엇보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를 왜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것인지, 뭐는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게 된다. 맥주한잔을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맥주의 유혹에 넘어가 생각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들어누워 편하게 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늘어져서 지금 내가 뭘하는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도 곤란하다.

 

타고난 천성이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귀찮음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극이 일어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나나 나의 막내아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둘다 어찌나 타고난 천성이 게으른지 뭔가를 하기로 하면 금새 생각없이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많은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실수도 많이 한다.

 

이런 나의 천성은 거꾸로 나로하여금 사색하는 사람이 되게 만든 면이 있다. 게으르고 둔감한 사람은 대개 그냥 그렇게 살게 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둔감함의 댓가를 지불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프고 괴로운 것이다. 그런 괴로움을 겪는데도 자꾸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신과 몸이 되는대로 살자고 한다. 그리고 또 아프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이 돌아가니 도대체 나는 뭐가 문제일까라던가 잊지 않고 살자면 어떻게 해야겠는가라는,  말하자면 이론의 문제에 대해 집중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많은 것을 저절로 기억하는 체질은 아니니까 그나마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가장 잘 압축해서 기억하고 있어야 그걸 잊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거의 날마다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쓰고자 골몰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들이 정리하고 기록해 두지 않으면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생각처럼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나면 기억이 남을뿐만 아니라 기록도 남기때문에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지를 다시 읽으면서 나와의 대화를 진행할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읽기 위해서 글을 쓰는 이유다.

 

그 다음에는 왜를 생각하자라는 말을 외우도록 했다. 생각을 하면서 살자는 말과 어쩌면 그리 다르지 않은 말이지만 생각을 하면서 살자는 것은 감수성을 가지고 깨어있는 삶을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지금 민감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었다면 왜를 생각하자는 말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이건 당연한 거야라는 식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게으름을 없애자는 뜻이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산다. 일정정도는 그것은 피할수 없는 것이라서 그렇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생각해 보면서 세상을 살려고 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친구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고려하고 알고서야 그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자 한다면 우리는 즐거운 친구와의 대화따위는 평생가도 한번도 할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근거없는 것을 믿는다. 우리는 그냥 세상사람들이 믿는 것을 믿는다. 일단 그런 것을 기반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수정을 가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왜를 생각하지 않을때 우리는 우리의 작은 세계에서 결코 탈출하게 되지 않는다. 부모님이 밥을 주면 왜 이 밥을 나는 받을까, 부모님은 왜 이 밥을 줄 수가 있을까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방을 부모님이 치워주면 왜 치워줄까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막내 아이에게 설교를 하면서 내가 강조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부모와 자식이건 그냥 사람과 사람이건 우리는 모두 어떤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세상에는 누가 누구를 강제로 이용해 먹는 관계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 것도 많다. 결국 약속이 지켜져야 어떤 시스템이건 시스템은 돌아가게 된다.

 

아이가 오락기를 선물받을 수 있는 것은 부모가 그만 가지고 놀라고 했을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개집에다가 먹을 것을 주고 개한테 이거 한번에 조금씩만 먹어라고 하는 일은 없다. 하물며 화초에 물을 왕창주고 물을 조금씩 먹으라고 하거나 집앞의 시냇물에게 지난해에는 한번 홍수가 나서 민폐를 끼쳤으니 올해는 참아달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각별한 것은 사람은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서로 서로 도와서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개가 사람과 나무가 그런 식으로 협동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사람이 유혹이 생기고 게을러지는 것이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좋은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마치 슈퍼에 가서 돈을 주지 않으면 빵을 가져갈수 없는 것처럼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 점을 아는 사람들이 소위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며 이 점을 깨닫지 못하면 그것은 어린애 혹은 아기나 마찬가지다. 아기는 보호를 받지만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선택자유도 철저히 제한받는다. 아기는 약속따위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먹고 싶은대로 먹으라고 하면 자기를 해칠 정도가 되어도 그것만 먹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도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왜 부모가 화를 내는가라던가 왜 이런 저런 선물이 주어지거나 벌이 주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 자명해 지는 일이다. 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이렇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내 주변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기보다 어른이 더 큰세계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더 큰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막내에게 생각을 하면서 살자와 왜를 생각하자라는 말을 여러번 쓰게했다. 앞으로도 종종 그렇게 할까 하며 응당 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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