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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암(강국진) 2020. 7. 19. 13:35

나영석 예능을 좋아하는 저는 삼시세끼같은 프로그램을 챙겨보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새로나온 나영석 사단의 예능 여름방학이 왜색논란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내용이 소니게임과 비슷하다는 것은 둘째치고 그 예능의 장소로 선택된 집이 적산가옥같은 집이라는 겁니다. 아내가 보여주는 집사진을 보니 과연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이 논란에 대해서 일본식이면 어떻고 프랑스식이면 어떤가 뭘 그런 걸 가지고 따지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집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여름방학에서 이런 집을 선택한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런 논란이 단순히 반일감정이나 민족주의적 감성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 둡니다. 그런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저는 만약 이 프로그램을 일본의 어느 지역에 있는 집을 빌려서 하는 거였다면 적어도 이야기가 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런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겁니다. 또한 이번에는 왜색이 문제가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집이 설사 한국에 있는 독일풍이나 프랑스풍집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색이니까 더욱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힐링류의 예능은 사실 장소가 반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여행도 그렇지 않습니까? 여행이란 누구와 가는가, 가서 뭘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숲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유럽의 도시로 가는지, 오지로 가는지에 따라 큰 틀이 잡히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생활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예능은 그 장소가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장소는 출연자들이 뭘 하게 되는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농촌에 가면 농촌이라는 배경에서 일이 일어나는거고, 섬으로 가면 섬이라는 환경속에서 일들이 일어나는 거죠. 그리고 핵심은 그게 패키지 투어같은 관광이 아니고 진짜 그 장소에 대한 체험이라는 겁니다. 

 

한국에 있는 적산가옥같은 집을 예쁘게 꾸며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여주면 자연히 그 예능은 마치 일본의 힐링영화나 드라마같이 흘러갑니다. 리틀 포레스트나 안경같은 영화나 심야식당같은 드라마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그런데 여기는 적어도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한국에 있는 외국풍집이라는 것이 결국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겁니다. 그건 마치 알프스에 있는 한옥풍 집같은 겁니다. 그런데 프랑스사람이 그 알프스의 한옥풍집에서 힐링을 누리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부러워 할까요? 그건 가짜인데? 힐링 프로그램의 핵심중 하나는 모든 게 진짜라는 겁니다. 가벼운 이미지와 가짜가 넘쳐나는 도시의 일상을 떠나서 스스로 밥해먹고, 집앞의 들꽃을 보면서 진짜 생활을 누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시골에 가면 적산가옥처럼 지어진 집들이 넘쳐납니까? 그렇지도 않죠.

 

그러니까 앞에서 말했듯이 이건 단순히 문제가 왜색이라는 것만 있는게 아닙니다. 가짜 집을 지어놓고 진실된 표정을 짓는 설정을 해버린 겁니다. 무주 리조트에 완전히 프랑스처럼 보이는 집을 지어놓고 힐링 예능을 찍어도 공감대는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알프스에도 가본 사람이 많은데 그게 부럽겠습니까? 

 

둘째로 일본풍 힐링은 시대에 뒤진 것입니다. 일탈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넘쳐나는 그것은 사이비 냄새가 너무 납니다. 한국 예능이 왜 인기가 있는 건지를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일본에서는 힐링 영화나 드라마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출연자들이 다 어디 농촌이나 외진 곳에 가서 득도한 고승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도시에서 사람이 안살고 농촌인구가 줄어서 농촌마을이 없어지는 일이 없는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산골 마을이나 해변가 마을에 간다고 천국같은 현실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압니다. 삼시세끼나 바퀴달린집같은 한국예능의 강점은 진짜라는겁니다. 힐링은 힐링인데 현실을 잊지 않습니다. 고생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진짜 인간이 느껴집니다. 사실 깨달음같은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괜히 무게잡고 속세를 떠난 사람처럼 굴지 않습니다. 

 

최근에 일본풍 드라마로 야식남녀라는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단 5분만에 드라마를 포기했습니다. 너무나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집이지만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이게 새 것같은 가게에 찾아간 여배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신은 계약직이라서 힘들다고. 그런데 이 식당은 주방장이 손님에게 알아서 음식을 대접하는 가게이고 그 여배우가 먹는 술도 그냥 맥주나 소주가 아니라 독한 술을 예쁜 잔에 담아 마시는 거였습니다. 이건 왠지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가 회사 끝나고 나서는 한끼에 20만원쯤 하는 고급 일식집에 가서 사케를 들이키며 주방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드라마같은 분위기더군요. 야식남녀의 형편없는 시청률이 한가지 문제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드라마가 일본풍 힐링드라마에 안일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저는 이 여름방학이 한옥고택체험이었으면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한옥고택을 빌려주는 곳도 많습니다. 그런 곳을 한달쯤 빌려서 그런 한옥고택에서 살면서 여름방학을 보냈으면 아주 좋았을 겁니다. 한국이니까 한옥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민족주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그보다 이것은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입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사는 장소로의 주택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구해죠 홈즈같은 프로그램이 대단한 인기입니다. 꼭 한옥찬양론을 펼치라는 게 아닙니다. 진짜 고택에서 우리가 뭘 할 수있는가, 좋은것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나쁜 것도 보여주는 거였으면 그건 진짜 체험같았을 겁니다. 시청자들은 문화를 느꼈겠죠. 그게 이런 예능이 보여줘야 할 것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왜색풍의 적산가옥같은 집이라니요. 나영석 피디의 주택에 대한 안목에 크게 실망이 듭니다. 기모노를 입던 한복을 입던 상관없는거라면 뭐하러 일상에서 탈출해서 어딘가에서 한달살기를 하면서 힐링을 꿈꾸겠습니까. 여기나 거기나 다 상관없는데 그냥 익숙한 살던데 있지.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진부한 말을 꼭 다시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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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다른게 말하면 '괜한 걸로 시비 걸고 있네'라고 욕 먹을 수도 있는 것을 나름 진실되게 풀어내신 듯하여 동감 이전에 공감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ㅍㅍㅅㅅ에 올라온, 겉모습을 바꾼-그냥 페인트칠만 다시 한- 그 집은 뭔가요?
이건 뭐, '그딴 걸로 시비 걸어? 이러면 마음에 들어?'하고 반항하는 듯한... ^^;;;
문제를 인식해도 그걸 다 수정할 수가 없었겠죠. 뭐 항상 홈런만 있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런가보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