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격암(강국진) 2021. 4. 11. 14:20

우리는 모두 지혜롭고 합리적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죠. 흔히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떨어지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들 보통 생각합니다만 사실 우리가 지혜롭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합리화를 너무 잘하기 때문입니다. 기대를 하고 공포를 느끼며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을 해서 자기에게 이런 저런 왜곡된 정보를 반복해서 주입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판단은 스스로에 의해 왜곡되고 맙니다. 

 

그걸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예는 아마도 줄 위를 걷는 것일 겁니다. 평지위에 한 뼘정도되는 폭을 가지고 두 개의 평행선을 10미터 정도 그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10미터를 그 평행선들의 안쪽으로 걷는 일은 아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그럼 이제 높이 100미터정도의 하늘 위에 한뼘정도의 폭을 가진 길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떨어지면 당연히 죽죠. 바람이 전혀 없다고 해도 이 길을 훈련없이 건널 수 있는 사람은 천에 하나 만에 하나도 없을 겁니다. 훈련을 받아도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드물거고요. 

 

이 두가지 일의 차이는 백퍼선트가 아니면 거의 다가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상황에 있어도 다른 문맥에서 그걸 볼 때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만원짜리 도박에 이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억짜리 도박에도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공포에 어두워져서 자멸의 길을 걷는 겁니다. 

 

우리가 만약 결과에 무심하게 우리의 일상을 추구할 수 있다면 우리의 행동은 훨씬 더 지혜로울 겁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한지 혹은 심지어 바람직한지도 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결과를 두려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소중한 어떤 것이 있기 때문인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마음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런게 바람직한지도 알 수 없습니다. 욕망과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산다는 것이 사는 것이기는 할까요?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 사람들은 많겠습니다만 최근에 많이 이야기되는 사람중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다니엘 카네만이 있습니다. 그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 책에서 그가 말하는 내용중 두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인간은 자기가 이미 가진 것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고 아직 가지지 않은 것의 가치는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선택이 비합리적인 것이 되는 한가지 이유입니다. 주식으로 말하면 손절을 못하는 것이고 직장으로 말하면 어쩌다 어느 길로 접어들면 거기서 떠나질 못한다는 겁니다. 둘째로 우리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들을 알아도 인간은 그 불합리성을 계속해서 저지르게 됩니다. 그는 이것은 심지어 다니엘 카네만 자기 자신을 포함한다고 말합니다. 즉 인간이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그도 그 예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의식적 분석과정없이 행동하면 다시 불합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저의 아내가 저에게 몇번 핀잔을 주듯이 말한 것이 있습니다. 그건 제가 예언은 아주 잘하는데 그걸로 돈은 못벌었다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비트코인과 테슬라 인데 저는 그것을 아주 일찍 가능성이 높다고 주목했는데 왜 비트코인을 사모으거나 테슬라 주식을 사지 않았냐는 겁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가 지혜롭고 예언을 잘한다고 자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지혜의 본질을 보자고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가 지혜로웠다면 그 지혜의 적어도 상당부분은 바로 제가 돈을 벌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돈버는 데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저 그럭저럭 살 수만 있으면 괜찮다고 하며 살아왔습니다. 집에 생활비가 있다면 도대체 제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르며 살 정도였습니다. 계약을 할 때도 월급에 신경쓰지 않고 그 월급이 올랐는지 내렸는지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충 살만큼은 나오고 있고 그게 통장으로 나가고 있으며 아내가 그걸 써서 생활하고 있다라고만 생각할 정도 였으니까요. 그러므로 10년전만 해도 저는 부동산 투자를 한다거나 주식을 산다거나 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전기차에 관심이 있고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테슬라가 미래라는 말을 여러번 쓰면서도 주식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게 진짜라면 제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의 글을 보고 전세돈을 빼서 테슬라에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저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작년에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재미삼아 했으니 아내가 핀잔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가 지혜가 있었다면 그 지혜는 상당부분 제가 돈을 벌 생각을 하는 순간 사라집니다. 장기도 훈수두는 사람이 더 잘둔다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을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이 보는 사람은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 둘 주식을 사고 아파트도 한 채 사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 주식 저 주식을 사고, 부동산에 대해서 집주인이 된 입장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 온갖 왜곡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바로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천길낭떠러지 위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욕심과 공포가 그들의 생각을 진작에 왜곡시켰는데도 그들은 그걸 자각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을 둘러 보면 자신과 비슷한 소리를 하기도 하니까 그런 사고에 대한 확신은 더 깊어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유명하고 학벌 높은 누구도 자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발견한다. 이렇게 우리의 확신이 조금씩 더 깊어지면 우리는 더욱 더 지혜로운 것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저는 지금은 주식을 합니다. 작년에 저는 제가 한국의 미래를 밝게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에는 아내의 핀잔에 보답하기 위해 제 생각에 걸고 주식을 샀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돈도 좀 벌었지만 저는 제 지혜가 결과적으로 훼손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공평한 판단자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에 돈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불합리는 욕심과 공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능이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나라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이야기하면 참으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할 사람들이 자기 지역, 자기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거의 미친 거 아닌가 싶은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얼마전에는 의사시험을 거부한다면서 세상을 향해서 협박을 했던 의대생들이 그런 일을 했죠. 다들 똑똑한 학생들일 텐데 누가 봐도 명분도 없고 손해가 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들과 그들 집단 내부에 존재하는 욕심과 공포가 그들을 집단적으로 어리석게 만든 겁니다. 

 

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이 모든 감정과 욕심을 버리고 로보트나 목석처럼 되는 것이 가능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면 인생이 재미가 하나도 없겠죠. 감정과 욕심없는 지혜? 누가 제 가족에게 위해를 가해도 공포를 느끼지 않고 감정도 없는게 지혜로운 걸까요? 누가 제 조국을 욕해도 분노하지 않는게 지혜일까요? 

 

하지만 욕심도 있고 없고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가 있고 종류의 문제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단순하고 많지 않은 사람은 더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을 지키려고 하고 제한 된 범위에만 욕심을 내기에 눈뜨고 살기 쉽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로또당첨만 바라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욕심내면서 살려고하면 우리의 판단은 어리석어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의미로 이미 당첨된 복권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모르죠. 그래서 복권한번 당첨해 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다가 이미 당첨되어 버린 복권을 찢어버리고 맙니다. 아니면 누가 휴지를 들고 와서 이게 좋다고 하면 그 당첨된 복권과 교환해 버리는 겁니다. 자신의 현명함을 칭찬하면서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다행히 조금은 더 정신차리게 되는 때가 있을 때 뒤를 돌아보면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욕심과 공포가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자기를 파괴했다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거기에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계속 아둥바둥 힘들게 사는데 나는 왜 재수가 이렇게 없냐는 말만 합니다. 신기할 정도로 안되는 길로만 갔다는 거죠.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은 대개 이때문입니다. 타고난 재능이나 운 그리고 좋은 교육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혜로울 수 없는 대표적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필요없는 욕심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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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라는 말이 참 좋은 거 같아요
휘둘리지 않으면 사는 재미가 없으려나요..
균형이 언제나 중요하지만 적당한 균형이 어디인가는 각자가 선택할 일이니 정답은 없겠죠. 제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휘둘리며 산다고 느낍니다만 그건 제가 복잡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