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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암(강국진) 2022. 4. 25. 22:25

22.4.25

Jtbc에서 문재인대통령과 손석희의 대담을 방영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대담이었는데요. 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지쳐있다는 느낌이었고 손석희의 질문들은 그것이 손석희 스타일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뭔가 핵심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둘의 대화는 대개 이러저러한 선택과 정책은 어떤 결과가 나왔으며 어떤 비판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방어하겠습니까 라는 질문 스타일의 반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은 생각보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죠. 오직 큰 거시적인 동향에 대해 말할 때 잠깐 언급할 가치가 있을 뿐 한국 사회의 변화와 정책의 세부사항으로 자세히 들어갈 수록 그렇게 됩니다. 왜냐면 사회적 변화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책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증명한 것처럼 말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듣고 시청자들은 납득을 할지 모르나 그 납득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사실 똑같은 정책을 써도 미래에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정책과 결과의 관계가 그토록 간단하고 분명하다면 그걸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왜 경제예측을 틀리겠습니까? 

 

예를 들어 두 분의 대화는 처음에 경제적 평등과 부동산 문제에 집중되었었습니다. 문재인 정권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의미와 원인을 대통령과 손석희가 밤새도록 토론하면 알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이 두분은 둘 다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봐야 부동산 전문가도 경제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어느 경제전문가가 한국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을 100% 확실하게 말할수 있습니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하면 이것이 정책실패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한가지만 봐도 이야기가 다르게 들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한국의 평균국민소득도 크게 올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돈이 생기면 뭐할거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민소득의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은 깊게 연관된거 아닐까요? 누군가의 소득이 증가했고 그들은 집을 사려고 할테니까요.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국민소득이 안오르는게 좋았다는 주장을 하는 겁니까? 

 

중요한 것은 저는 지금 다른 사람은 모르는 한국 부동산 상승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경제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도 확실치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부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도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1인가구의 증가때문에 주택수요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어떤 인과관계를 암시합니다. 그런데 1인가구의 증가는 원인이 없을까요? 예를 들어 집값이 오르니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서 1인가구가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즉 1인가구가 늘어서 집값이 오른게 아니라 집값이 올라서 1인가구가 늘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한 문정부동안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이 그 증가한 소득때문에 집을 사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돈이 없으면 집을 사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소득, 부동산 가격, 주택공급량, 1인 가구의 증가같은 요인만 봐도 서로 얽혀서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진다같은 간단한 공식이 분명하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쉽게 이건 왜 못막았냐같은 질문을 던지면 사실 몰라서 그렇지 그 댓가로 소득이 형편없어진다던가 부모님집에 붙어 사는 사람들이 계속 붙어살아야 하는 형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죠. 모르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야기해도 모르는 것을 문재인대통령과 손석희가 열심히 이야기해서 어떤 결과를 내면 뭘하겠습니까? 전혀 쓸모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퓨전연구의 전망이나 인공지능연구의 전망에 대해서 길게 물으면서 정말 그렇게 될까요라고 떠드는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둘이서 제 아무리 그럴듯한 결론을 내도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거라면 무슨 정책이든 상관없고 대통령은 뭘하는 사람이냐고 말이죠. 대통령은 그래서 어떤 가치관을 상징하는 사람인 겁니다. 평등과 민주가 행복과 번영을 가져올 거라는 주장은 하나의 가치관이며 이 가치관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주장될 수 있을 뿐 증명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믿음이죠. 저는 과학자이지만 이게 믿음이라는 것을 알면서 믿습니다. 믿지만 믿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자세하게 논쟁하고 논증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죠. 

 

핵심은 가치와 믿음인 겁니다. 일단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자신이 대표한 가치를 다시 기억나게 하고 이 대통령이 민주와 평등을 말했는데 그걸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펴는데 노력했고 어떤 선택이 이 기본가치에 어긋났었는가를 복기하는 것이 핵심인 겁니다. 강남아파트값이 몇퍼센트 올랐는데 그건 너무 오른거 아니냐는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계속 추구해야 하는 믿음에 대해서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두번째 주제였던 검찰개혁문제였습니다. 손석희는 수사를 검찰이 하건 경찰이 하건 부패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니까 준비를 충분히 한 후에 그걸 실시해야 하지 않냐고 말합니다. 대담의 이 부분이 저는 매우 안타까웟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똑똑한 분이기 때문에 더 잘 대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검찰의 권한은 독점적이고 검사의 수는 작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으면 아예 재판이 열리지를 않는데 이 힘을 가진 검사의 숫자가 몇명안됩니다. 그러니까 온갖 방법으로 조직을 뭉치게 하고 견제하면 검사집단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자의적으로 쓸 수 있죠. 하지만 경찰의 숫자는 검사의 숫자보다 백배 이상 더 많습니다. 어떻게 경찰조직이 모든 비리를 막기 위해 뭉칠 수 있을까요? 인원수가 핵심인 겁니다. 엘리트 주의가 문제인 겁니다. 의사들도 죽겠다고 하면서 의대정원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고 검사들도 판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절대 숫자를 늘리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들도 소수정예가 깨지면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는 보통사람의 시대를 지향하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문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들은 사법고시도 통과못한 경찰이 무슨 수사를 하냐고 하는 겁니다. 그런 엘리트주의와 문재인 정부는 싸우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이 하나 경찰이 하나 부패의 가능성은 똑같으니 차이가 없다는 말이 말이 될까요? 검사들은 자기들 권한이 줄어들면 사법대란이 벌어지기를 바랄 겁니다. 그래야 검사가 해야 문제가 없는데 개혁을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미래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걸 위에서 말한 부동산 분석마냥 검찰개혁을 했더니 사회가 더 부패하고 혼란스럽다. 개혁이 잘못된 것이 증명된거 아니냐라고 분석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외적이 처들어와서 목숨바쳐 싸웠더니 전쟁으로 나라가 황폐해졌다고 해봅시다. 이런 경우에도 네가 싸웠더니 나라가 황폐해 졌다는 식의 인과론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말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진짜 과학은 정해진 조건속에서 반복적으로 실험을 할 때나 검증이 되는 겁니다. 과학적 문재인 정부의 검증은 그러니까 타임머쉰을 타고 가서 똑같은 선거에서 보수정권이 5년더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되고 문재인 정권이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비교해야 하는 겁니다. 이게 가능한 겁니까? 이게 바로 과학자 흉내내는 기자들이 저지르는 실수인 것이며 문재인 손석희 대담이 핵심이 없어지는 이유인 겁니다. 

 

문재인의 마지막 인터뷰라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이 이루기를 바랬던 것이 뭐였는지를 좀 더 잘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어야 하는데 그걸 늙은 대통령의 임기응변과 말재간 시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 말들은 무의미한 분란만 만들뿐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건 지금의 한국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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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하면서 부분적으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글에서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두번째 대담 역시 이미 녹화된 것이라 피드백이 반영될 수 없겠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내용을 보면서 각자 느끼는게 많이 다르네요.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정 책임자로서 그간 하지 못했던 말을 들려준 것이고, 언론인 손석희는 반대진영의 주장을 말하고 대통령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자리였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있어서 그 속내를 다 드러낼 수는 없었겠지만 퇴임을 앞둔 대통령으로서 가능한 만큼의 솔직한 얘기를 했다고 보는데요. 그걸 늙은 대통령의 임기응변과 말재간 시간이라니...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거 아닐까요...
너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모습이 안타까운 면이었네요.
손석희님도 역사에 대해 잘 알고있었겠지만.
대담을 보면서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꼭 집어 주신거 같습니다.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손석희니까 이정도인듯해요. 다른 기레기였으면...휴
퇴임후 계획 묻는데 방전된거 같아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다는 문대통령이 얼마나 짠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