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피아노의 숲 2012. 11. 27. 20:11

▒'기생수(寄生獸)'▒ [출처:스포츠 투데이]

어느 날 밤,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생명체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 뇌를 점령한다. 주인공인 이즈미 신이치에게 접근한 괴생명체는 그가 잠에서 깨는 바람에 뇌를 점령하지 못해 신이치의 오른팔에 기생하게 되고,이후 둘은 기묘한 공생관계를 갖는다. 인간의 뇌를 점령한 다른 패러사이트(기생동물)들은 그들의 본능에 내려지는 하나의 명령(인간을 먹어라)에 따라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

기생수들에게 적대감을 지닌 주인공 신이치는 막연한 영웅심으로 대항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인간 자신의 모순점 때문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한편 자신들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학습하는 특이한 기생수 타무라 레이코는 인간과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연구하고,계속되는 실종과 살인사건으로 기생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정부는 대응책 연구에 고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패러사이트 괴멸 작전에 들어가는데….

현대인은 가식적인 삶을 살고 있다. 예의라는 규칙 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을 해야 하고,동물의 삶터를 훼손해놓고 동물을 보호하자 하며,자신의 생존을 위한 자연보호를 마치 다른 생명을 위한 일인 양 생색을 낸다.그들은 그것이 가식이라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다.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지극히 본능적이고 꾸밈없는 존재인 기생수 오른쪽이를 주인공 신이치와 공생시킴으로써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을 부각시킨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생태계를 유린하는 인간과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질서를 만드는 기생수 사이에서 독자들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인간 중심주의에 의문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신이치는 결국 거창한 명분을 내거는게 아니라 바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함으로써 가식을 벗고 진정한 생명체의 마음을 얻는다. 인간은 정점에 올라서서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 하지만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에 기대어 사는 기생수일 뿐이다. 자신의 자만과 쾌락을 위해 다른 생명을 살상하고 파괴하는 불필요한 존재일지 모른다.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숙주를 잃어버린 기생수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니까….

이영록(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