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피아노의 숲 2012. 11. 27. 20:13

열혈 학원물을 평정하다

작가 : 다카하시 히로시

출판사 : 학산문화사

어느 정도 : 학원물의 지존을 보고싶다면 바로 이 만화!


한 때 <짱>이란 만화에 열광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잘생긴 외모에 이쁜 여자친구도 있고, 싸움도 엄청 잘한다.
주위에 친구들과는 의리로 똘똘 뭉친 사이고, 애들은 싸우면서 커가는 것이라는
단순무식한 진리로 40권에 이르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우리나라 학원물을 말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박산하의 <진짜사나이>다. 우리나라 군가제목 0순위와도 같은 이 만화는
교복입은 학생들과의 땀과 열정(싸움)을 날렵하고도 뜨겁게 그려냈었다.
쉬운 말로 폼생폼사를 제대로 살려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만화 중흥기에 쏟아져 나온 이런 일련의 작품들은 한 때 학원물이란 새로운 장르를(사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발굴해 냈고, 그 열풍을 이어갔다.



이렇게 통칭 학원물이라 부르는 만화들의 스토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절대 강자인 주인공이 하나 있고, 주인공과 막상막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친구 한 명이 있다.
주인공은 싸움을 잘하나 공부는 별로고 여자는 밝히나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싸움에 별 관심없는 주인공과는 반대로 주위에는 온통 학교를 접수하고 1인자가 되려는
( 쉽게 말해 학원물은 교복입는 조폭들의 이야기다.) 인물들의 무수한 도전을 받게 되고
매번 물리친다.
물리치는 과정에서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철천지 원수가 되기도 하지만
대개 친한 친구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앞서 말한 이런 류의 스토리를 가장 정형화된 틀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크로우즈>란 만화다. 최강 깡패학생 집단학교인 '스즈란' (통칭 까마귀학교)을 중심으로 주변의 학교들이 패권다툼을 벌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90년에 시작해 장장 8년에 걸쳐 '월간 소년챔피언'에 연재된 이 만화는 단행본으로 26권까지 나왔으며 총 3200만부가량이 팔린 화제작이다.
만화 스토리 중 가장 단순하면서 원초적이라는 학원물을 소재로 3200만부나 팔아치운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만 한 이 만화는 학원물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적의 등장. 더 강력한 적의 등장. 새로운 등장인물의 소개. 등장인물들끼리 엮이는 과정.
중간중간 보이는 작가 특유의 개그컷. 학원물답게 화끈하게 뻥쳐대는 상활설정 등.
(어떻게 사람이 한 방 맞고 물수제비 마냥 땅바닥에서 3~4번을 튕기는지...)

<몬스터>나 <데스노트> 처럼 치밀한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만화로 하여금
머리가 지끈거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이런 류의 만화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학교 생활이 싸움으로 얼룩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나,
별 볼일 없이 조용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보다
피터지게 무언가에 열중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은 불사르라고 있는 거지 억누르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모두들 청춘에 열광하고 부러워해마지 않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