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생태·건강

잠용(潛蓉) 2021. 6. 19. 12:42

금강은 돌아오고 있지만... 낙동강은 여전히 '시궁창뻘'
오마이뉴스ㅣ김종술 입력 2021. 06. 18. 12:54 수정 2021. 06. 18. 15:00 


[유튜브 영상] 낙동강은 안녕하신가? 2박3일 동행 취재 https://youtu.be/S3pYBLE4sRI


[낙동강 건강검진 ①]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조사단 동행 취재기
지난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4대강사업 현장조사-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위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오마이뉴스>는 동행 취재한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말>

 

▲  2017년 금강 공주보 상류 강바닥에서 퍼 올린 펄 ⓒ 김종술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지난 2017년 6월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권우성
  
[김종술 기자] 위의 두 사진은 2017년 6월에 각각 금강과 낙동강 바닥에서 퍼올린 펄의 모습이다. 크게 다를 게 없다. 시커먼 펄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두 강 강바닥의 모습은 천양지차로 갈렸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하면 금강과 낙동강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극과 극] 2017년과 2021년 사이의 낙동강과 금강
아래 금강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모래가 쌓였고,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종인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모래를 파면 맑은 물에서 사는 재첩도 나온다. 4대강사업 이후 거의 종적을 감췄던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지난 겨울 하늘을 수놓았다. 지금도 모래톱 위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이 전면 개방되고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흐른다. 사진은 공주보 하류 2km지점. ⓒ 김종술
  

▲  보트를 타고 채취한 강바닥 퇴적토를 박창근 교수가 들어 보이고 있다. 시커먼 펄에서 심한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 김종술
  
위 사진은 지난 6월 12일 구미보 상류의 낙동강 한가운데서 퍼올린 펄의 모습이다. 2017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렇게 금강과 낙동강이 '극과 극'으로 변한 결정적 원인은 보의 수문개방 여부였다. 금강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세종보 수문개방을 시작으로 공주보와 백제보를 열었다. 하지만 낙동강 8개 보는 '찔끔 개방'하거나 거의 닫아둔 상태다. 그렇다면 낙동강 강바닥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건강진단] 8개 지점 채수·채토·수질 검사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4대강사업 현장조사-2021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을 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첫날 오전 찾아간 낙동강 하굿둑에서, 얼마 전 금강보 수문개방 반대론자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물은 방방해야(물이 가득차다) 한다. 강물이 가득 차야 사람들도 찾는다. 관광객이 몰려야 지역 경제가 확 살아난다. 수문 개방되고 강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모래톱이 생겼는데, 이건 그냥 '개천'의 모습이다. 이러면 사람도 찾지 않는다." 

대한하천학회장인 박창근 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과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인 유병제 교수(대구대학교)와 함께 찾아간 하굿둑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방방했다'. 하지만 20여명에 달하는 조사단 일행을 빼면, 관광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  칠곡보에서 채취한 강바닥 퇴적토를 박창근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한번 냄새를 맡아보세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냄새가 심합니다. 보 때문에 오염물질이 계속 쌓여서 유기물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것들이 물속의 용존 산소를 고갈시킬 것이고 낙동강을 무산소층으로 만들 것입니다. 3년 전 조사했을 때에는 수심 6m 정도의 바닥층 2~3m는 용존산소가 고갈된 상태였어요." 박창근 조사단장의 말이다. 박 단장은 10일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현황을 조사한 뒤 본포취수장에서 채수와 채토, 수질조사를 하고 낙동강 8개 보 중 가장 하류에 위치한 함안보로 이동해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박 단장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한 보트를 타고 강 중간으로 들어가서 채취한 퇴적토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어민들의 말에 따르면 값이 나가는 물고기의 90% 정도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이 물은 먹는 물입니다. 우리나라 정수 기술이 우수하다고 해도 강바닥 전역을 코팅한 정도로 펄흙이 뒤덮은 상태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질 겁니다."

[퇴적토 상태] 시궁창 펄과 실지렁이
박 단장은 하얀 비닐 위에 있던 퇴적토를 시료 봉투에 넣었다. 한편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삽으로 강바닥의 펄흙을 퍼 올렸다. 박 단장이 강 중앙에서 가져온 흙보다는 입자가 굵었으나 시커멓게 썩은 상태는 비슷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함안보 강바닥을 파헤치자 퇴적토에서는 환경부 수 생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득시글했다. ⓒ 김종술
 
"어! 여기 실지렁이네."
퇴적토를 휘저으며 정 국장이 말했다. 햇볕을 받아 붉은색이 더 선명한 생명체가 꿈틀거렸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실지렁이가 살아가는 강물은 4급수로 최하위 등급이다. 환경부는 "4급수에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고 적었다. 조사단은 같은 방식으로 11일에는 합천보, 도동서원 앞, 달성보, 강정보, 12일에는 칠곡보와 구미보로 이동해 채수·채토·수질을 측정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7개 지점이 퇴적토 상태는 대동소이했다. 수문을 일부 개방했던 함안보와 합천보에서는 펄흙 속에 모래가 섞여 나오기도 했는데, 수문을 거의 닫아두었던 칠곡보와 구미보 구간은 찰진 펄흙의 상태였다.

"금강과는 달리 낙동강 수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찔끔 개방'했어요. 그 정도로는 큰 변화가 없어요. 수문 개방되기 전 금강에도 2~3m씩 펄층이 쌓여 있었어요. 예전 장화 신고 들어갔다가 펄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이번에 둘러보니 낙동강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펄층이 많게는 3~4m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무슨 강인가요. 그냥 펄이지."
2박 3일간 낙동강을 조사한 박 단장이 밝힌 소회처럼 수문 개방 이전의 금강 강바닥에도 펄이 쌓였고 그 속에 4급수 오염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이 깔렸었다. 하지만 지금 강바닥의 대부분은 모래로 뒤덮였다. 보 수문을 낙동강처럼 닫아두었을 때 쌓인 펄이 완전히 씻기지는 않았지만, 4대강 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한해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가짜뉴스] <조선>을 필두로... "개방 후 수질악화" 왜곡 보도
최근에 찍은 아래 사진과 2017년에 찍은 금강 펄의 사진을 비교하기만해도 4대강 보가 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금강의 수문이 개방되고 강바닥 모래가 돌아오면서 가족단위로 찾고 있다. 공주보 하류에서는 족대를 들고 물속을 뛰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모습. ⓒ 김종술
 
그럼에도 지난 5년간 '수문개방이 오히려 강을 망쳤다'는 류의 언론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시민환경연구소가 '낙동강 종합 건강 진단' 자료집에 정리한 '자연성 회복 가짜뉴스 흐름 분석'에 따르면 "4대강 보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보 개방에 따른 수질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질악화를 보도했다"면서 "전체적인 수질 지표와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확대 왜곡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 정부, '보 개방'후 수질 최대 40% 악화 첫 인정, 금강·영산강 보 3년간 개방 결과 (조선일보. 2021.4.14)
- 하지도 못할 '4대강 보 해체' 결론, 비겁한 줄타기 (조선일보 사설. 2021.1.20)
-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 악화' 증명됐다 (문화일보. 2019.3.15)
- 수질도 가뭄도 못잡는 4대강 수문개방 (동아일보. 2017.5.30)
 
박창근 단장은 12일, 마지막 조사 일정으로 구미보에서 채수와 채토, 수질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3년 전에 조사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퇴적토는 훨씬 더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금강의 경우를 보면, 수문을 개방한 뒤 모래가 나타났는데, 상류에서 흘러온 모래라기 보다는 펄이 씻기면서 바닥의 모래층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펄이 쓸려 내려가면서 수질이 일부 나빠질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공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언론들이 마구 가짜 뉴스를 쓰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낙동강의 경우도 수문을 일시에 개방하면 이런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데, 이런 가짜 뉴스에도 대비를 해야할 겁니다."

[다시 금강] 예전의 강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불안한 평화'
언론 보도도 문제지만, 이에 휘둘려 낙동강의 수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몇해 전부터 제기돼 왔다. 박 단장은 "이번 조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현재의 낙동강 강바닥은 보에 의해 호수로 변해서 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펄이 진을 치고 있는데, 생태계는 엉망이 되고, 그 물을 영남인들이 걸러 먹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했다"면서 "환경부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낙동강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금강의 수문이 개방되고 강변 모래톱에는 황금빛 모래가 돌아왔다. ⓒ 김종술


2박3일간의 낙동강 조사단 동행 취재는 악몽과도 같았던 과거 금강으로의 회귀였다. 13일부터 다시 금강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4대강사업 이후 보아왔던 녹색 강물은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강으로 바뀌었다. 수심 6m에 쌓인 펄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씻겨 내려갔고, 그 자리에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으로 씨가 마른 줄 알았던 물고기도 돌아왔고, 강변에선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평화'이다. 지난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골자로 한 금강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언제 해체할 지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이해가 변하면, 언제든 수문을 닫을 수 있다.

 

금강이 다시 시궁창 펄과 실지렁이, 깔따구가 가득한 현재의 낙동강으로 회귀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금강과 낙동강의 대비된 모습만 봐도 정부가 취해야할 4대강의 정책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금강·영산강 일부 보의 해체 시한을 결정해야 한다. 낙동강 보의 처리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그 전에 수문을 24시간 상시 개방해야 한다. 이래야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내건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최소한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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