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3. 11. 8. 08:39

 

어제는 2014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 (수능) 보는 날이었습니다. 때쯤이면 수능 추위라 불리는 초겨울 추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런 수능 추위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수능 날이면 행여 수능 추위가 올까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어제 아침의 일기예보입니다;

오늘 새벽에는 안개와 비로 인하여 다소 궂은 날씨였으나 하루 동안 날씨변화는 없겠습니다. 수능 추위는 없겠으나 기온이 크게 오르지 못해서 낮에도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겠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에는 바람이 강해지면서, 귀갓길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전국이 점차 기압골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고기압의 영향을 받겠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비가 오는 지역도 그치고, 날은 점차 개겠습니다.”

예전에는 곳에 따라 같이 두루뭉실한 예보를 곧잘 하였습니다. 장소와 시간이 매우 불분명하고 애매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예보는 요즈음의 일기예보에 비하면 신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요즈음 일기예보는 매우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불과 이십여 전의 일인데도 마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기예보뿐이 아닙니다. 많은 분야에서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지금부터 25 전쯤의 이야기,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1980년대 말에 정부에서는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전까지는 재무부 ( 기획재정부)에서 금리 가이드라인을 주고 한국은행에서 창구지도를 하면 모든 은행들이 그에 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14%, 비우대 금리 15% 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면 모든 우대기업 대출은 14%, 비우대기업 대출은 15% 이자율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정부에서 이상 가이드 라인을 주지 않겠다며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것입니다.

순진한(?)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은 부산을 떨면서 고객별 신용도에 따라, 자금 시장의 조달 금리를 반영하여 대출 금리를 조정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향 조정, 대출 금리를 올려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금리자유화 발표가 있고 나서 6 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대출 금리를 내린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금리는 이미 자유화 되었는데 어떻게 정부가 대출 금리를 내린다는 발표를 하는 것일까 의아해 했습니다.

정부 발표가 있고 직후에 한국은행에서 외국은행 책임자들을 소집하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회의에 불려가서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오는 안에서 회의 옆에 앉았던 다른 외국은행 책임자가 말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정부의 금리자유화란;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뜻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금리를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하고 나서 실제로 금리를 조정한 은행은 외국은행 지점들뿐이었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모두 정부의 말이 금리자유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내- , 뜻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은행들은 모두 금리자유화 이전의 대출금리를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만 금리를 진정으로 자유화하여 시장 금리 수준에 맞추고,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리를 높여 받았던 것입니다.

제가 들었던 한국은행 간부직원의 나무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네 외국은행들이 자기 불리려고 국내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한테 고리 이자를 부과하는 행태를 주겠다. 생각 같아서는 철퇴를 내리고 싶지만 시정할 기회를 테니 돌아가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하여 외국은행 지점들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조치해 주기 바란다.” 것이었습니다.

마디에 졸지에 외국은행들이 금리를 올려 받으면서 국내 산업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고리대금업자인양 취급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여야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는 금리를 다시 예전 수준으로 인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지시사항이었기에 외국은행들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부랴부랴 금리를 낮추고 결과를 다시 한국은행에 보고하였습니다. 당시 제가 일하던 은행의 지점장은 외국인이었고, 한국은행의 이러한 조치를 도저히 이해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상황이 지점장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국내에서 계속 금융업을 하려면 한국은행의 의중에 맞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지점장을 설득할 밖에 없었습니다.

형식적인 금리 자유화뿐이 아니었습니다. 금융 감독기관이나 정책 실행 과정에 무리가 따르는 조치와 불합리한 상황도 비일비재하였습니다.

가지 사례를 기억해 보겠습니다.

현재도 은행들의 대출 가운데 일정 부분은 중소기업에 대출하여야 하는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전체 대출의 40%, 지방은행은 60% 중소기업에 대출하여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중소기업들도 예전보다 사정이 많이 나아져서 여신한도를 받아내는 데에도 전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나아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대기업에 비하면 중소기업의 신용 상태는 많이 취약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서는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비율까지만 대출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의무대출비율마저도 유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지금부터 30 전에는 재무부, 한국은행 등에서 중소기업대출을 독려하는 공문이 은행으로 자주 내려오곤 하였습니다. 때에 사용되던 전형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선별하여 적극 지원하도록 .”

이 문장 하나면 정부기관, 감독기관은 모든 책임을 면하면서 지시사항은 전달을 한 것입니다.

만약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지원을 회피하여서 지시사항을 불이행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중소기업에 대출한 것이 부실화하게 되면 이는 건실한중소기업을 선별하여 지원하라는 지시사항을 간과하여 문제를 일으킨 것이 됩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건실한 중소기업을 찾는다는 것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인데 감독기관에서는 이렇게 손쉽게 지시하였던 것입니다. 지시를 하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 지시를 따르는 사람은 무척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이런 부류의 지시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정부기관의 고압적인 자세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보여준 금융환경의 변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