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3. 11. 22. 15:16

 

지난 주에는 손자를 데리고 저희 부부가 23일 동안 오키나와를 다녀 왔습니다.

비행거리도 그리 오래 가는 것이 아니고, 시차도 없어서 손자를 데리고 짧게 다녀 오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행기표, 호텔 2, 아침 식사를 포함하여 1인당 30만원, 손자는 약 반 값에 해결하니 가격도 무난하였습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 바로 옆에는 아메리칸 데포 (American Depot)라는 미군을 겨냥한 자그마한 쇼핑 몰과 레스토랑들이 있는 지역이 있었습니다. 미군들을 위한 영문 안내문도 있어서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저희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는 미군 공군기지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손자와 함께 온천도 즐기고, 머지 않은 곳으로 성() 유적지 구경도 다니면서 잘 쉬었습니다. 음식도 입에 맞고 기온도 그리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아주 쾌적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키나와의 나하(那覇) 공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손자는 주식(主食)으로 밥을 먹기는 하지만 밥 못지 않게 우유도 상당량을 마십니다. 그래서 이동 중에는 항상 우유병에 우유를 넣어서 가지고 다닙니다. 서울을 떠나 오키나와로 갈 때에도 비행기에 우유병을 가지고 탔습니다. 공항 보안 검열에서도 어린이 우유병은 통과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나 나하 공항은 달랐습니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의 보안요원은 제 손자의 여권을 보자고 하였습니다. 제 손자는 2011 11 6일 생입니다. 제가 오키나와로 가기 위하여 인천공항을 출발한 날은 11 12, 인천으로 돌아오는 날은 11 14일 목요일이었습니다. 나하 공항을 떠나는 날 제 손자의 정확한 나이는 2 8일이었습니다.

나하 공항 보안요원은 제 손자의 우유 병을 가리키며 우유를 버리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한 말은 미루쿠 아라우드 압뿌투 투 이아즈 온리. 히 이즈 오바 투.” 였습니다. 영어로 “Milk allowed up to two years only. He is over two.”라는 내용을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우유를 가지고 타는 것은 만 2세까지 허용되는데, 이 아이는 2 살을 (8) 초과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항의를 하였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영어로 항의하였습니다. 그 보안요원은 영어를 못 알아 듣는지, 아니, 그보다도 항의를 듣고 싶지 않은지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손을 내저었습니다.

결과는, 저희가 보는 앞에서 제 손자의 우유는 양철 쓰레기 통에 쏟아 부어 버려졌습니다.

원칙을 따진다면 사실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그 보안요원 말대로 제 손자는 만 2세에서 8일이 지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유를 마시기에 우유병을 가지고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 것이 분명한데, 이를 원칙을 앞세워 우유를 모두 쏟아 버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더구나 단지 8일 지났다는 것은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2세까지 우유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허락된다는 규정이 얼마나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냐에 대한 생각의 차이라고 보입니다. 어린 아이가 만 2세까지는 우유를 마시다가 만 2세가 지난 다음 날부터 우유를 안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제 생각으로는, 조금의 융통성을 가져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반면, 나하 공항의 보안요원은 만 2세까지 우유병이 허용된다는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원칙들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융통성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융통성이 작동하는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자동차의 속도 위반을 단속할 때에 제한 속도에서 10% 전후의 여유를 두고 단속을 합니다. 시속 100 킬로미터가 속도제한이라고 하더라도 시속 110킬로미터 정도까지는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미국에서도 속도제한이 55마일이라고 하더라도 시속 65마일 정도까지는 단속을 하지 않습니다.

그 반면 엄격히 지켜지는 원칙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주 운전의 단속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0.05% 이상이면 면허 정지, 0.1% 이상이면 면허 취소입니다. 40년쯤 전에 우리나라에 분식쎈터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음식점에서는 가격이 100원 이상인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분식쎈터에서 가장 비싼 음식은 99원이었습니다. 법을 집행하려면 이와 같이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로 엄격히 지켜지는 원칙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의 정부 지원 기업 (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 *: FNMA, GNMA 등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금융지원 기관)에서 정하는 conforming loan (*: 모기지 시장에서 GSE가 매입을 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대출)의 규모는 2013년 현재 $417,000 입니다. 이 금액에서 단 $1 혹은 단 1쎈트만 초과하여도 GSE에서 매입을 하지 않습니다. conforming loan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소위 non-conforming loan 들은 각 금융기관들이 자체 조달 자금으로 대출을 하게 되므로 이자율이 conforming loan 보다 높아집니다. 이러한 기준에는 눈곱만큼의 융통성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conforming loan 의 기준에는 금액뿐 아니라 LTV- loan to value, DTI- debt to income 등도 적용됩니다.)

원칙을 영어로는 ‘discipline’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self-disciplined’ 라고 하면 굉장한 칭찬이 됩니다. ‘스스로 원칙을 지키는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그 만큼 원칙이란 스스로 지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지켜야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칙을 지키는 데에 아직은 익숙지 않은 면이 있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서 겪은 상황도 원칙을 지키는 데에 융통성을 앞세우는 저와 원칙을 집행하는 데에 엄한 잣대를 들이댄 공무원 사이의 원칙에 대한 인식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그에 대한 불만이 없어지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