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3. 11. 29. 09:26

 

2주 전 토요일 아침에는 헬리콥터가 고층 아파트에 부딪힌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모든 TV 방송,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였습니다.

헬리콥터라는 이름은 외래어이고 우리 말로는 회전익 항공기입니다. 회전익이라는 말은 날개가 회전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입니다. 이에 대응하는 단어는 고정익 항공기입니다. 회전익 항공기의 날개가 회전하는 것에 반하여 고정익 항공기는 날개가 고정되어 있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회전익이나 고정익이라는 용어를 알아듣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애써 우리 말로 바꾸어 놓고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고정익이니 회전익이니 하는 용어는 아마도 군대에서나 주로 사용할 뿐 다른 곳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헬리콥터를 모두 헬기라고 부릅니다. 국적불명의 용어입니다. 영어로 ‘hell’ 은 지옥이라는 의미이니, ‘헬기라는 말은 잘못하면 지옥행 비행기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신문 등에서 지면을 절약할 목적으로 약자를 사용하거나 줄여 쓰기를 하면서 헬리콥터를 헬기라고 쓰기 시작한 것이 방송이나 일상생활에서 조차도 헬기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금융에도 국적불명의 용어가 있습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방카슈랑스라고 합니다. 이 말은 불어의 ‘banc’‘assurance’를 합성한 단어로, 영어의 ‘bank’‘assurance’라는 말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들입니다. 즉 은행 (banc)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assurance)를 의미합니다.

이 방카슈랑스는 정확히 발음하려면 방크-어슈랑스라고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방카슈랑스를 모두 방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험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입니다.

헬리콥터를 헬기하고 부르듯이 방카슈랑스를 방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방카슈랑스라는 단어가 너무 길어서 줄여서 부르고 싶다면 차라리 방크혹은 뱅크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은행 (뱅크)에서 판매하는 보험이니 이를 뱅크라고 부르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방카슈랑스가 독특한 새로운 보험 상품이 아니라 단순히 판매 채널이 은행이라는 것만 구별될 뿐 일반 보험상품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카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험의 판매 채널 가운데 보험 대리점을 통한 보험 판매는 에이전트(agent) 혹은 대리점 판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은행 판매라는 용어를 사용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아무리 줄인 말이라고는 하지만 방카라는 말은 너무나 국적불명의 용어이고 의미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에서 방카슈랑스의 지위는 압도적이기도 하면서 골치 덩어리이기도 합니다. 방카슈랑스의 위력이 압도적인 것은 은행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여 이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게 되면 그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방카슈랑스의 위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출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활동입니다. 이와 같은 영업 활동은 금융감독기관에서는 소위 끼어 팔기식 영업행위라 하여 제재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 돈을 빌리는 고객은 이라는 등식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 보니 감독기관의 단속만으로는 뿌리 뽑기 어렵습니다. 2012회계연도 금융권별 방카슈랑스 가입을 보면 은행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섭니다. 총 초회보험료(*: 보험 가입시 지급하는 첫 번째 보험료) 236026억원 중 은행 채널이 166476억원으로 70.5%를 차지했습니다.

방카의 위력이 돋보이는 또 한 분야는 NH농협의 약진입니다. 우리나라 방카슈랑스 규정에는 한 은행에서 특정 보험회사의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초과하지 못하게 정하여 놓았습니다. 그런데 NH농협 생명은 지난 해 처음 발족하면서 25% 룰을 2017년까지 유예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국에 5천개가 넘는 영업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거대한 영업망과 특정 보험사 방카슈랑스 25% 제한 룰의 유예 혜택을 바탕으로 NH농협생명은 2012 회계연도 한 해에만 5조 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대형보험사에서는 방카슈랑스의 영업에 예전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보험소비자원에서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은 보험료가 다소 저렴하고 접근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문 설계사 보다는 상품 설명이 미흡할 수 있고, 계약 후 관리가 부실할 수 있으므로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 특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경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방카슈랑스라는 판매 채널이 보험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은행이라는 보험 판매 채널이 보험회사의 지시나 감독을 따르지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어느 보험회사의 상품을 팔 것인지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판매 구조입니다. 이러다 보니 보험회사에서 상품 판매 채널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보험 판매 채널과의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마냥 방카슈랑스를 장려할 수 만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헬리콥터를 헬기하고 부르고, 방카슈랑스를 방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다시 금융- 보험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다음 주에 더 즐겁고 유익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