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3. 12. 6. 10:35

 

지난 수요일 아침 (12 4; 서울시간) 뉴욕 타임즈 인터넷판 첫 머리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Detroit Ruling on Bankruptcy Lifts Pension Protections.”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디트로이트에서 이루어진 (재판) 판결이 (공무원) 연금에 대한 파산으로부터의 보호막을 걷어냈다.” , 시정부가 파산하더라도 시공무원의 연금은 보호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고, 시정부가 파산하면 시공무원에 대한 연금도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NYT_12/03/2013/detroit-bankruptcy-ruling)

기존의 재판에서는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명확한 판결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공무원들의 주장은 자신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연금 혜택은 시정부가 파산하더라도 유효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연방법원 판사 스티븐 로즈 (Steven W. Rhodes)는 미국 전역에 막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의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The city has lost hundreds of thousands of residents, only a third of its ambulances function, and its Police Department closes less than 9 percent of cases.

(이 도시는 인구 감소가 수십만에 이르고, 구급차도 1/3 만이 운행 가능하며, 경찰의 사건 해결은 9%를 밑돌고 있다.)

The judge made it clear that public employee pensions were not protected in a federal Chapter 9 bankruptcy, even though the Michigan Constitution expressly protects them. “Pension benefits are a contractual right and are not entitled to any heightened protection in a municipal bankruptcy,” he said.

(연방 파산법 9장에 의한 보호 대상에서 공무원의 연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천명하였다. 비록 (디트로이트가 소속되어 있는) 미시건 주() 헌법이 연금에 대한 보호를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 혜택이란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는 권리일 뿐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우선순위의 권리는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디트로이트의 연금부담 가운데 $35억은 연금자산이 뒷받침 되지 않는(unfunded) 부채로서 시재정(市財政)- 즉 세금으로 부담하여야 합니다. 이 금액은 시가 부담하고 있는 전체 부채 금액 $18십억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가 부담하고 있는 전체 부채에 대한 재조정이 없이는 디트로이트는 다시 일어설 수 없으며, 부채 조정 대상에 연금 부채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확실히 언급된 것은 연방 파산관련법이 주() 파산관련법보다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파산 결정이 나면 23천명에 이르는 은퇴자들의 연금은 다른 부채들보다 우선 변제되지 않고 동등하게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판결에서 주문한 내용에 따르면 퇴직자 연금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에 법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시정부는 내년 가을 이전에 파산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목표로 한 청사진을 2014 1월 첫째 주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판사가 이야기하였듯이 이번 파산 절차가 새로운 출발 (fresh start)을 위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디트로이트는 한 때 미국내 제 4위의 대도시였으나 지금은 18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구도 한 때는 180만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그 반도 안 되는 70만명에 불과합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은퇴자들은 이번 판결에 대하여 충격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금마저도 불안정하고, 기대하기 어렵고, 노후보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참담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는 34세의 브렌던 밀류스키 (Brendan Milewski)라는 사람의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그는 디트로이트의 소방관이었으며 2010년 화재 진압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은퇴하여 월 $2,800의 연금에 의지하여 살아 왔습니다. 브렌던 밀류스키뿐 아니라 대부분의 은퇴자 가족들은 앞으로 연금 수입이 얼마나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자동차는 물론, 충분한 음식을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 고무되어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도시들이 줄줄이 파산 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그렇지만 파산 신청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파산의 위기에 처한 도시들이 채권자와 협상에서 퇴직연금도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협상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디트로이트의 법정관리인인 케빈 오어(Kevyn D. Orr)씨의 언급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퇴자들에게 제시할 마땅한 대안이 당장은 없다. 그들에게 지급할 자금이 부족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강구하는 데에는 인간적인(humane) 면을 빼놓지 않고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상황에서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일어난 동양그룹의 CP 발행에 따른 사태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또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경_2013/12/01_동양사태피해자)  이러한 논리와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지방자치단체가 파산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혹은 상급기관인 중앙정부에서 공무원 연금에 대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들이 실적과시를 위하여 전시성 사업을 일삼으며 재정을 파탄 내고 있다는 보도는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세계일보_2013/11/08/2013_지방재정)

일부 지방언론에서는 방만한 지방자치제의 복지예산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성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경북매일_2013/11/25_복지재정위기)

이번에 디트로이트에서 있었던 판결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연금은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 사이의 계약일 뿐이므로 계약의 한 쪽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파산을 하면 계약 상대방인 공무원의 연금은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파산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연금은 임금과 마찬가지로 최우선변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그 동안에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그러한 막연한 기대가 여지 없이 깨어졌습니다.

미국의 판례가 우리나라에도 바로 인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재정 운영에 좀더 신중을 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영에 앞장 서게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