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Jay Kim 2014. 6. 27. 07:59

2주 전에 브라질에서 개막한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참가하였습니다. 첫 경기에서는 잘 싸워 러시아와 1:1로 비겼으나 두 번째 경기인 알제리와의 경기에서는 4:2로 아깝게 패하였고, 오늘 새벽에 벌어진 벨기에와의 1차 본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0:1로 지면서 아쉽게도 16강이 겨루는 2차 본선에 오르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는 경기뿐 아니라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 또한 많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 국가대표 왼쪽 풀백이었던 이영표 해설위원은 예리한 분석뿐 아니라 정확한 예측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까지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06/19/2014_world-cup-prediction-lee,young_pyo) 이번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이영표 해설위원은 한껏 주가를 올렸습니다.

이영표 해설위원처럼 정확한 예상을 하게 되면 그 것을 듣고 보는 사람은 일말의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저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에 저희 학교는 대입 시험을 2~3주 앞 두고 지원 대학에 맞는 맞춤식 수업을 하였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은 터라 연세대학교 입시 준비반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희 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연세대학교 박물관장이신 손보기 교수님은 공주 석장리에서 신석기 시대 유물인 반월형석도(半月形石刀, *: 현재는 반달형 돌 칼또는 반달 돌 칼이라고 부릅니다.)를 많이 발굴하셨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국사 시험 문제에는 반드시 이 문제가 나올 것이다. 반월형석도는 추수를 하는 데에 사용하던 도구로 신석기 시대에 농경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유물이다.”

제가 연세대학교 입학시험의 국사시험 첫 번째 문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사시험 1번 문제는, ‘신석기 시대에 농경이 이루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유물은 무엇인가?’였고 정답은 반월형석도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정답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쭈삣 서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 국사 선생님은 저를 상당히 예뻐해 주셔서 제가 대학교 1 학년 시절에 당신께서 담임을 하고 계시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저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을 소개해 주셔서 제가 아르바이트 교사를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후에 서울 시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실력도 있으실 뿐 아니라 대입 준비를 위한 분석과 예측도 아주 뛰어나셨던 분이었습니다.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전율을 또 한 번 느꼈던 사건은 그 이후 한참이 지난 1985년의 일입니다. 그 해 5 Bank of America 본점 샌프란시스코의 외환 딜링 룸 최고 책임자인 쥬세페 도제 (Giuseppe Dose)라는 분이 서울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 Bank of America를 사직하고 Chase Manhattan 은행에 재직하고 있을 때입니다. 이 분은 과거에 제가 Bank of America 본점에서 근무할 때에 알게 되어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모처럼 서울을 찾은 이 분이 저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여 시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이 때 이 분이 하신 말씀이, ‘미국 달러화가 너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 달러화대 일본 옌화의 환율은 다시는 200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밑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미국 달러화 강세로는 세계 경제가 균형을 잃고 경제성장도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의 US$/¥ 환율은 240 수준이었습니다. 이 분은 당시 연세가 50 정도 되었고 업계의 신망도 매우 높은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G-5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재무장관들이 회합을 갖고 소위 플라자 어코드’ (Plaza Accord, *: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너무 지나쳐 세계 경제에 부담이 크므로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미국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리자고 G5 재무장관이 합의하였음.)가 발표 되었습니다. 곧 이어 미국 달러화는 추풍낙엽과 같이 그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당 200 옌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쥬세페 도제가 이야기한 예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달러화 약세를 의도하는 플라자 어코드의 이론적 배경이 쥬세페 도제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하였습니다. 저는 또 한 번 머리털이 쭈삣 서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저로 인하여 비슷한 전율을 느꼈던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1996년의 일입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재무관련 세미나를 위탁 받아 제가 강의를 하였습니다. 강의 도중 세미나에 참가한 임원 A 씨가 질문을 하였습니다. 당시 한국 원화의 이자율은 연 8~10% 수준이고 미국 달러화 이자율은 4~5% 수준이어서 선물환율은 한국 원화가 연 3~5% 정도 디스카운트 (discount, 미래가치 절하)가 되고 있으나, 실제 현물시장 환율의 움직임은 지나간 환율에 비하여 프리미엄 (premium, 미래가치 상승)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기업의 외환 전략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 때 저의 답변은, ‘현재의 외환 현물시장 상황은 정상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한국 원화의 가치를 높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환율 방어에 소비되고 있는 달러 현금의 양과 외환보유고를 비교해 보면 앞으로 2년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 나기 전에 한국 원화가 약세로 전환되도록 정책 방향을 바로 잡는다면 한국 원화는 서서히 평가 절하를 겪으며 안정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무리하게 계속하여 원화 가치를 방어하려고 한다면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그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충격을 겪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에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외환 부족사태를 맞이하여 ‘IMF 사태라 불리는 엄청난 경제위기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1996년에 제가 이야기하였던 2 년도 채 버티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때의 강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의 타개책으로 정부 투자기관들이 외화채권 발행을 시도하면서 제가 토지공사(현 토지주택공사)와 고문 계약을 하고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A 씨와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A 씨가 자신의 노트를 들고 나와 저의 강의 내용을 보여 줬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제가 한 답변이 마치 1997년의 외환위기를 예측이나 한 듯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A 씨도 제가 느꼈었던 것과 같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A씨가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던 저의 예언이 가능하였던 것은 결코 제가 어떤 예지 능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신 내림을 받았다거나 선견지명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다만 원론적이고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에 그렇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였던 것입니다. 원칙을 알고 원칙을 지키면 느닷없는 어려움을 맞닥뜨리는 일은 없습니다. 혹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강도가 약하고 충분히 이겨낼 수가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원칙을 벗어나고, 무리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재앙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원칙을 무시한 사례를 찾아보면 가까이로는 세월호 사건도 있고 그 동안 있었던 여러 금융 사고들, 또 최근 국내 금융지주회사에서 보이는 지주회사와 은행간의 갈등도 그렇습니다.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학계 인사, 관료 출신 등이 차지하게 되면 금융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의 원칙을 알고 그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금융을 책임져야 합니다. 재무와 관련된 일, 투자, 리스크 관리 등에는 특별히 원칙을 알고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