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Jay Kim 2014. 8. 22. 10:17
 

지난 주에는 마치 광풍이 휩쓸고 가듯 프란체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다녀 갔습니다. 휩쓸고 갔다는 표현이 조금은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카톨릭 국가라도 되는 전국민이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명하고, 언론이 교황에 관한 소식을 대서특필하는 것도 모자라, 신문의 7~8 면을 교황에 관련된 기사로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일는지 모르겠으나 프란체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것이 조금은 억지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영웅이 나오기 힘든 사회라고 합니다. 사람이 훌륭하고 위대한 일을 하게 되면 그의 훌륭함, 위대함을 부각하기 보다는 그가 가진 나쁜 , 부족한 면을 찾아내 영웅이 없음을 기어이 증명해 내곤 합니다. 예를 들어,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 박사도 건국 초기의 어려움, 혼란, 국제적인 고립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건국의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 뒷전으로 밀려난 () 장막에 쌓여 판단을 그르치는 나이 많고 고집장이 노인으로 치부됩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경제 부흥과 북한과의 군비, 경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였다는 공은 무시되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영구집권을 기도한 독재자라고 비판 받습니다.

비아냥거리기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은 충무공 이순신마저도 인터넷이 발달하기 , 몰래 카메라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 살았기 망정이지 요즈음 같은 세상에 살았더라면 어디에서 어떤 약점을 잡혀 비판 받고, 전쟁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짓을 삼는 사람으로 매도되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란체스코 교황이 불과 45일의 일정으로 우리나라에 머물렀기에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면을 보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웅이 나오기 쉽지 않은 사례는 스포츠계에도 있습니다. 얼마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홍명보 감독은 축구 팬들의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하여야 했습니다. 월드컵 경기 직전에는 그가 우리나라 축구계를 구원할 차세대 리더인 부추기기도 하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취임하던 지난 여름 신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선수 시절엔영원한 리베로흥부로 일컬어진 홍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소통 역량까지 갖춘 탁월한 리더십과 품격(品格)을 보인다고 해서 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각 분야에서 지도자 행세를 하면서 천박하고 야비하기까지 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더 부끄럽게 할 만하다.” (관련기사: 2013/7/22-문화일보-홍명보리더십)

그렇게 칭송 받던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대회에서의 초라한 성적과 함께 귀국하자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신문에 실린 기사는 제목부터 자극적입니다. ‘고집불통 홍명보의 몰락’ (관련기사: 2014/6/27-문화일보-고집불통홍명보) 소통역량을 갖춘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서 고집불통의 천대꾸러기로 전락하는 데에는 채 1 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인격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도 그에 대하여서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프란체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1 년을 머문다면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고 완벽하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파고 들면서 비판하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버텨내지 못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금융계에도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존경 받을 업적을 칭찬하기 보다는 부족하고 완전하지 못한 점들을 비판 받고 물러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금융계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원동력은 소신(所信)이 아니라 보신(保身)’이라는 우스갯말까지 있습니다. 금융계는 돈을 만지는 곳이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이권(利權)과 청탁에 연루되기 십상입니다.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결국 일을 잘 해보려는 의욕과 소신은 사라지고 무사안일로 흐르게 되어 보신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사안일, 보신이 그 동안 우리나라 금융의 발전을 막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경제에 관심을 표명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가끔씩 외국에서 온 금융계 거물들을 만나곤 합니다. (관련기사: 2014/7/2-연합뉴스-대통령_국제금융거물) 이런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외국 금융기관의 CEO와 의견을 교환하였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의 수장들과는 비중 있는 만남이 없었다는 것도 함께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국 금융계의 거물들을 만나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금융기관 CEO들과 만남에서는 일방적인 지시와 요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관련기사: 2010/5/7-매경-MB 은행장) 국내 금융기관의 CEO들을 불러 모아놓고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 요구하고 지시합니다. 외국에서 온 금융계 거물들로부터는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입니다.

외국의 금융계 거물들이라면 당연히 금융과 경제 분야에 관하여서는 일가견을 가진 대단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런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국내 금융기관의 CEO들은 대통령의 지시만 듣게 됩니다. 대통령이 국내 금융기관 CEO의 의견을 경청하였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하였습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수장들이 부족한 면도 많이 있고 인간적으로 크게 존경 받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금융기관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사람인 만큼 그에 걸맞게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 경제에 대한 안목과 경험, 그리고 계획과 비전을 정부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함께 공유한다면 우리나라 금융, 경제가 발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금융기관은 돈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이권과 청탁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권과 청탁이 잘 먹혀 들어가게 하려고 금융기관에 압력을 가합니다. 그리고 금융기관 CEO의 부족한 면을 들춰내어서 권력자의 말에 순종하게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하여도 크게 잘못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도 언제까지 권력기관의 하녀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독립적인 금융기관으로 당당하게 제 발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금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주위의 시선과 권력기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부족한 면만을 꼬집어내고 비판하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존경 받을 만한 영웅이 나오고, 금융인도 전문가로서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 받게 되는 날이 오기를 손 꼽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