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Jay Kim 2014. 10. 13. 14:30

지금으로부터 17 전인 1997년의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 구제 금융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국민이 모으기 운동 등으로 경제를 되살리는 데에 온통 집중하였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로 나선 사람 가운데 사람의 주요 후보가 TV에서 토론을 하였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TV에서 debate하는 것과 유사한 토론이었습니다.

때의 TV 토론에서 A 후보가 상대 B 후보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B 후보님,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기 위하여 성장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B 후보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만약 선거에 이겨서 집권하신다면 성장에 우선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상대 B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대답을 하였습니다.

, 저는 안정 속에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대답을 듣고 A 후보는 이상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와 관련된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염려하는 사람에게는 후보가 주고 받은 대화는 하나의 코메디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잠시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던 때여서 IMF 입김이 작용하던 때였습니다. IMF 우리나라 정부에 고금리 정책을 주문하여 금리가 자리 숫자를 돌파하여 20% 넘나들었습니다. IMF 고금리 정책을 요구한 이유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의 방만한 투자 활동을 잠재워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외환위기의 원인을 경기 과열로 인한 방만한 기업투자와 과소비라고 진단하였던 것입니다. 그에 따라 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우리나라 정부에 요구하였습니다.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있어서 금리 정책은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만약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라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금의 조달 코스트를 낮추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입니다. 반면 안정을 지향하는 경우에는 금리 수준을 올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IMF 우리나라 정부에게 경제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주문하였던 것입니다. IMF 입장에서는 과열된 우리나라 경제를 빠른 시일 안에 진정시켜 외환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요구하였습니다.

다시 대통령 후보의 토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A 후보의 질문을 금리 정책에 반영하여 본다면, 금리를 낮추어 성장을 독려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여 안정을 지향할 것인지 묻는 것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B 후보의 대답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수가 없습니다. ‘안정 속의 성장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레토릭(rhetoric)으로는 그럴싸하게 들릴지 모르나 실제 내용을 파고 들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안정 속에 성장을 하려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낮추겠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씨나리오를 실행하여야 것입니다.

만약 때에 안정 속의 성장이라는 답을 B 후보의 말을 듣고 A 후보가 그렇다면 금리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장을 위하여 낮추겠습니까 아니면 안정을 위하여 고금리를 유지하겠습니까?’ 라고 B 후보에게 물었다면 A 후보의 경제 실력은 빛나고 B 후보의 부족한 경제 지식은 금방 들통이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A 후보도 대응 없이 구렁이 넘어 가듯이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제가 추측하는 바로는 A 후보도 자신의 질문에 용의주도함이 결여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B 후보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만한 중요한 질문들을 선거 대책 조직 안의 경제 전문가가 정리하여 A 후보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가운데에서 A 후보는 질문을 하나 선택하여 B 후보에게 던졌을 것입니다. A 후보도 자신의 질문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B 후보가 허황된 답변을 하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 갔던 것입니다.

경제 정책을 성장 기조로 것인가 또는 안정 기조로 것인가는 금리 정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관련 분야에 실타래 같이 얽히고 설킨 상황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서 정교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여야 합니다. 정부가 의도한 경제 정책이 모두 성공한다면 나라의 경제를 운용하는 일이 얼마나 손쉽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경제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역효과가 나기도 하고, 때론 기대 이상으로 과도한 반향으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혹은 과도하게 가라 앉아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중요한 정책에 대한 질문을 마치 코메디 편과 같이 지나치는 것을 보면서 일말의 서글픔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주무르고 흔들어 왔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부류의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책에 대하여 부자들을 위한 정책, 재벌 중심의 경제 강화라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우리나라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기업을- 대기업이 되었든 중소기업이 되었든- 살려 주어야 나라 경제가 살아나게 됩니다. 대기업은 망하여야 하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입니다. 그러한 발언은 단순히 표를 의식한 인기 영합에 불과합니다. 대기업도 살아나고 중소기업도 살아나면 서민들의 경제도 어깨를 펴며 기지개를 있게 것입니다.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서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시행착오도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경제 정책은 정치인들의 손에 의하여 수립되고 집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인들이 중심이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경제인들이 경제정책을 수립한다고 하여서 정치인들이 수립하는 것보다 월등히 나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경제 정책에는 적어도 경제인들의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의 힘과 위세에 경제가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경제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제인들의 생각이 정치인들의 생각과 대등하게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