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4~2016

Jay Kim 2016. 12. 2. 09:33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서 각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고 그에 더하여 그 단어가 풍기는 느낌, 인상 등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단어는 변태’ (變態)입니다.

변태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1.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탈바꿈’으로 순화.
2.
정상이 아닌 상태로 달라짐. 또는 그 상태.

이러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변태라는 단어의 쓰임새는 변태 성욕이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변태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성()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 또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지칭하여 변태라고 한다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변태라고 불리는 사람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태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이 금융과 관련된 분야에도 있습니다.

조금은 시간이 흘렀으나 지난 10월 초에 국내 일간지에 실린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내용은 벤처 창업과 연관된 창업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벤처 사업가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무죄선고_창업신화)

이 기사에 따르면 검찰이 29억원 상당의 창업회사의 지분을 불법으로 받았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한 결과 법원은 무죄라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결론을 내린 것은;

검찰 수사는 우리나라에선 세상을 바꿀 만한 벤처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라고 합니다. 벤처를 창업하는 사람이 자본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사업성을 설명하여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지분을 인정받으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고 투자자로 하여금 그 사업에 투자를 하여 수익을 올리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한 공에 대한 보상으로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정한 지분으로 보상 받으려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러한 지분의 보상을 불법적인 지분 수수로 본 것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사업가 + 돈을 가진 투자자] 의 조합에서 모든 지분을 투자자가 가지게 되면 사업가는 사업의 성공에 따른 과실을 모두 투자자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한낱 봉급을 받는 피고용인의 신분으로 남아야 합니다. 그러나 어렵사리 사업 아이디어를 짜내어 새로운 벤처를 일으키는 벤처 사업가에게 단순히 봉급을 받는 피고용인으로 봉사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벤처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입니다. 벤처 사업가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을 자본 투자자와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무 관련 법조문에는 벤처 사업가의 이러한 행위를 변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살펴 보면;

현금을 투자하지 않고 사업권, 특허권 등 무형의 자산을 출자하여 자본 지분을 인정 받는 것을 영어로는 investment-in-kind 하고 부릅니다. 우리 말로는 이를 현물출자 (現物出資)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무 관련 법 조항에 따르면 이러한 현물출자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물적회사(物的會社)의 변태설립(變態設立)’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태설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태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이러한 형태의 회사 설립을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형태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 기업에서 사업 아이디어, 특허권, 영업권 등을 지분으로 인정받아 투자자를 모으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현금으로 출자를 한 투자자 이외의 사업가는 모두 변태설립의 주체가 됩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설립 형태는 변태설립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변태로 바라보는 데에는 그럴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재벌회사들이 비상장 자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에 영업권 등의 무형자본을 투자하여 대주주 일가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편법으로 이러한 형태의 회사설립을 이용하였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세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편법, 변태라고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벤처회사들의 설립에도 똑같은 법 조항을 적용하면서 거의 모든 벤처는 설립하면서부터 변태설립을 통하여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금만 냉정하게 들여다 보면 이러한 회사들의 설립이 벤처회사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하기 위하여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과 재벌회사들이 대주주 일가의 편법 주식 증여를 위한 무형자본 투자인지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재벌회사들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법조항의 요구 조건을 맞춰 가면서 벤처회사의 설립 형태와 똑같이 만들어 가다 보니 세무 공무원들로서는 자신들의 판단보다는 법조항의 자구 해석에 의존하여 소위 ()대로모든 일을 처리하려 합니다. 그래야만 뒤에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이 또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과 자문위원들이 벤처회사의 설립과정을 조금만 더 면밀히 살펴 본다면 재벌회사들의 변칙적인 편법 재산 증여와 벤처회사의 창업을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 보고 방법을 강구한다면 벤처회사의 설립이 더 이상 변태설립이라고 불리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많은 벤처회사들이 자신들의 회사설립이 변태설립이라고 불리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법상으로는 이러한 무형의 재산권을 통한 지분참여는 모두 변태설립입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지난 10월 초에 언론에 보도된 기사도 그러합니다. 검찰의 눈에는 변태설립을 통하여 설립된 회사는 무언가 변태, 편법 거래를 하였을 것만 같은 선입관을 갖기 쉽습니다. 벤처회사의 생리가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회사를 세우게 되고,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해가 있었다면 무리하게 벤처회사의 창업자를 ‘29억원을 불법으로 편취한 부도덕한 사람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벤처회사의 설립이 세법상의 변태설립이라고 불려야 하는 현실 속에서는 모든 벤처회사들의 설립에 대하여 검찰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벤처회사 설립이 변태설립이라 불리지 않고 조금 더 긍정적이고 밝은 이름으로 불리게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