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Jay Kim 2017. 1. 6. 15:05



새해가 밝았습니다.


희망찬 새해(新年)에 떠오르는 해(太陽)를 바라 보며 부푼 꿈을 꾸어 봅니다. 새해에는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어둡고 슬픈 소식보다는 밝고 기쁜 소식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문득 새로운 새해 기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나라.”


우리나라가 원칙을 지키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해 말 우리나라 국적기 항공사 안에서 중소기업의 사장 아들이 난동을 부리고 항공기 승무원들이 이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항공 승무원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힘으로 안 되면 테이저 건을 쏘아서 라도 그를 진압하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항공사에서 원칙을 내세우며 그를 자사 항공기에 탑승 금지 블랙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기내 난동자 대한항공 못탄다)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혼자 웃음을 짓게 되었습니다. 만약 대한항공이 기내에서 승무원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소란을 피우는 승객에게 힘으로 제압하거나 테이저 건을 쏜다는 원칙을 진작에 지켰더라면 아마도 땅콩 회항이라고 불리며 자기 회사의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린 항공사의 부사장이자 재벌 오너의 딸은 어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원칙대로 한다면 그 부사장도 한낮 승객에 불과하므로 소란을 피우면 좌석에 앉으라고 승무원이 지시를 하여야 합니다.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힘으로 또는 테이저 건으로 그 승객을 제압하여야 합니다. 만약 항공기가 다시 브리지로 돌아갔다면 난동을 피운 승객을 공항 경찰에게 인계하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현실은 난동을 부린 항공사 부사장- 오너의 딸은 비행기에 남았고, 엉뚱하게도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려야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12. 12.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금융분야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신용카드는 카드를 발급 받은 본인만 사용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신용카드를 제시하였을 때에 본인 확인을 하지 않습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분실한 카드를 주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의 일입니다. 저와 예전에 함께 일하던 여직원 A씨가 제게 다급하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A씨에게는 아들 B가 있고 마침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A씨는 아들 B군을 미국으로 언어연수 여행을 보냈습니다. B군이 공항에 내리자 낯선 남자 한 사람이 다가와 언어연수 온 학생이냐고 묻고는 자신이 B를 공항에 데리러 온 대학교 직원이라고 소개하고 B를 차에 태우고 B가 주소를 가지고 있는 하숙집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자가 B에게 차량 운임과 학교에 내는 돈 등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면서, 돈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니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순진하기만 한 B는 별 의심 없이 다음 날 다시 찾아 오겠다는 그 남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맡겼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B는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급한 대로 B의 어머니 A가 준 신용카드로 슈퍼마켓에 가서 간단한 음식을 사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슈퍼마켓에서 신용카드는 A의 명의로 되어 있고 신분증 확인 결과 B A와 다른 사람이어서 A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꼼짝 없이 오갈 데 없게 된 B는 하숙집에 틀어 박혀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B가 머물고 있는 뉴욕으로 제가 마침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저보고 B에게 돈을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A씨의 부탁을 받고 뉴욕에 가서 바로 B를 찾아 돈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A씨는 저와 함께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를 하였던 분입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는 본인 확인, 등록된 서명, 인감 등의 확인이 국내 금융기관보다도 철저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 금융기관과의 거래에서 느슨한 기준에 익숙해지다 보니 별 생각 없이 아들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들려서 보냈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외국에 나가시는 독자분들 가운데서 자신의 신용카드가 아닌 남편, 부인,부모님 명의의 신용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할 계획은 꿈도 꾸지 마시기 바랍니다.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아직도 우리나라의 금융관행에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때로는 편의를 위하여 원칙을 안 지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원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조금은 불투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소위 수익 비용 대응의 원칙입니다. 모든 수익은 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동원되고 이용하는 자원에 연관된 비용을 충당하고 남아야 하며, 그 남는 부분이 바로 금융기관의 수익입니다. 그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의 수익성은 그 자산을 구성하는 자금의 원천인 해당 부채의 비용을 기반으로 산출하여야 합니다. 두리뭉실 전반적인 자금 코스트를 감안하여 자산의 수익성- 대출 이자, 수수료 등을 산출하는 것은 제대로 금융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상품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확실히 지키지 못한 상품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금융 상품의 정확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각 고객별, 상품별 수익성에 대하여 철저한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을 적용하여 수익성을 분석하여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도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7년에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도 제대로 된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을 지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금융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