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Jay Kim 2018. 5. 25. 17:02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 경제계의 커다란 별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재벌 기업 가운데 하나인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각종 언론은 한결 같이 그 분의 훌륭한 인간성과 훈훈한 미담들을 연이어 보도하였습니다요즘과 같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재벌의 갑질에 분노하는 시류 속에서 보기 드물게 재벌 총수를 향한 칭송 일색의 보도를 접하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LG 그룹은 우리나라 재벌들 가운데 거의 맨 처음 회사 이름을 두 글자의 영문 알파벳으로 바꾸었습니다. 1995년의 일이었습니다그리고 LG 의 기업 아이덴티티 (CI: Corporate Identity)를 만들어내는 데에 구본무 회장이 당시 부회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헤럴드경제_LG_CI_1995)

LG 그룹이 LG 라는 사명(社名)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럭키 골드스타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었습니다럭키(Lucky)와 골드스타(Goldstar)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LG라는 이름을 정한 것입니다그러나 일단 LG 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나서는 더 이상 럭키 골드스타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만약 LG 라는 사명과 CI를 만든 이후에도 럭키 골드스타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 이는 새로운 이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영문 이름을 약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대체로 영문 약자를 회사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약자와 함께 약자로 만들어진 이름의 오리진(origin)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예를 들어 IBM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NCR National Cash Register등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것입니다반드시 약자가 아니더라도 NABISCO National Biscuit Company에서 줄여진 이름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1. 11. 25. 참조이와 같은 추세 속에서 살펴 본다면 LG LG 그룹의 뿌리인 주식회사 럭키(Lucky)와 금성사(Goldstar)의 두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1995년에 LG라는 새로운 형대의 사명이 나온 이후 국내 기업들 사이에는 앞다투어 영문 2 글자의 새로운 사명으로 바꾸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AK, SK, CJ, AJ 등 여러 기업들이 앞 다투어 사명을 두 글자의 영문 알파벳으로 바꾸었습니다아직까지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 최근에는 DB라는 새로운 이름도 만들어졌습니다이들 이름은 거의 대부분 원래의 이름을 영문으로 쓰면서 이니셜을 사용하였습니다예를 들어 선경 – Sun Kyung – SK, 애경 – Ae Kyung – AK, 동부 – Dong Bu – DB 와 같은 식입니다하나의 이름을 두 음절로 쪼개어 각 음절의 첫 글자를 사명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회사들은 기존 이름의 영문 약자를 사용한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줍니다.  영문 약자가 어떤 의미의 단어에서 유래되었는지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에 비하면 LG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이름을 새로운 영문 약어로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두 단어는 LG 그룹의 모태가 되는 기업들이었으며, 우리나라 기업, 산업계에 굵은 한 획을 그었던 역사적인 이름이었습니다.

좀 더 깊이 살펴 보면, LG를 구성하는 Lucky  Goldstar라는 이름은 매우 의미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Lucky (락희화학주식회사)는 한국 전쟁 직후 우리나라에서 콜게이트 (Colgate) 라는 미국제품과 우리나라 치약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콜게이트를 몰아내고(?) 럭키치약이 우리나라의 치약 시장에서 1등 상품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던 기업입니다세계적으로 콜게이트와 싸워서 이기고콜게이트를 몰아내고 국내 시장을 지킨 사례는 그 당시로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그리고 자랑스러운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Goldstar (금성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제품회사입니다국내 최초 진공관 라디오에 이어 국내 최초 트랜지스터 라디오국내 최초 냉장고국내 최초 TV (흑백등을 수 많은 국내 최초의 가전제품들을 만들어낸 우리나라의 근대사와 함께 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입니다금성사가 처음으로 우리나라 시장에 가전제품을 출시하던 당시에는 미군이 사용하던 중고 가전제품과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이 판을 치던 때입니다. 금성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 많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두 기업을 모태로 하여 발전해 온 기업집단 (재벌그룹) 사명이 LG입니다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회사의 이름과 CI에 대한 스토리도 때론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그 뿐 아니라 소비자고객의 인지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그런 면에서 LG는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들에게 잘 인식되어 있습니다.

영문 이니셜을 CI로 사용할 때에는 유사한 이름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유의하여야 합니다지금은 Citi Bank라고 알려져 있는 은행의 이름도 한 때는 First Nacional City Bank 였습니다처음 은행을 창립하였을 때에는 City Bank of New York 이었으나 뒤에 First National City Bank로 바꾸었고약자로 FNCB라고 불렀습니다뉴욕을 근거지로 영업을 하는 은행이었습니다그런데 뉴욕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같은 미국 안의 시카고에서 First National Bank of Chicago 라는 은행이 생겨났습니다이름의 약자는 FNBC 였습니다. FNCB FNBC 4 글자의 이름 가운데 처음 두 글자가 같고뒤의 두 글자도 순서만 바뀌었을 뿐 같은 글자였습니다이 두 은행은 유사한 이름으로 인하여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하였습니다결국에는 FNCB는 이름을 CITI Bank로 바꾸었습니다유사한 사명으로 인하여 고객에게 혼란과 불편이 빚어지게 되어 이름을 변경한 것입니다. (*주: 지금은 Fisrt National Community Bank라는 소규모 지역은행이 FNCB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https://www.fncb.com 참조)

외국에도 영문 이니셜을 사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예를 들어 TD Bank라는 은행의 TD는 원래 이 은행의 이름인 Toronto Dominion Bank의 약자입니다그러나 이 은행은 이제 더 이상 Toronto Dominion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새로운 이름인 TD Bank 만을 사용합니다예전의 이름은 현재 이름의 원래 이름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알려 줄 뿐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LG 그룹 회사들도 이제는 더 이상 Lucky Goldstar 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그러나 LG 라는 이름은 LG 그룹의 초창기부터 사용하던 옛 이름 럭키- Lucky와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제품 회사였던 금성사의 영문 이름 Goldstar에서 비롯되었다는 스토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그가 떠난 뒷자리에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많이 남겼습니다그리고 그가 만들어 놓은 LG 라는 이름과 CI는 오래도록 우리나라의 산업과 경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