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1. 9. 24. 05:51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상당히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야구는 경기 특성상 투수의 비중이 매우 크고 중요하여 어떤 이는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모든 플레이는 투수가 던진 투구(投球, pitch)로부터 시작하고, 투수가 던진 투구가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타자의 무릎보다 높고 어깨보다 낮은 공간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strike)라 판정하고 그 밖의 공간을 통과하는 투구는 볼(ball)이라 판정합니다.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투구를 맞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맞혔을 때에 안타(hit)가 될 확률이 높은 투구입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은 주심이 내립니다.

요즈음 저는 이곳 미국에서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미국의 프로 야구 경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프로 야구와 비교하여 두 가지 점을 부러워합니다. 첫 번째로는 야규 경기장에 야구팬들이 들어와 관중석을 메운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Covid 19)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관중의 숫자를 제한합니다. 그러다 보니 관중석은 텅 비게 되고 아무리 멋진 플레이가 나와도 관중의 함성은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곳 미국의 야구장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의 함성 속에 야구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부러운 것은 심판의 정확한 스트라이크 판정입니다. 미국의 야구 심판이라고 오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모든 경기를 다 지켜본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제가 보았던 TV 중계에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따금 보여주는 홈 플레이트 위의 스트라이크 존(Strike zone)을 흰색 선으로 표시하여 놓고 TV 중계를 합니다. 이를  PTS((Pitch Tracking System) 존, 일명 스트라이크 네모 상자라고 부릅니다. 투수의 투구가 PTS의 스트라이크 존에 조금이라도 걸쳐 지나가면 심판은 정확히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스트라이크 존을 거치지 않은 투구는 볼로 판정합니다. 그만큼 심판들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인한 논란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한때는 베테랑 야구 선수가 방송 인터뷰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고 그 결과 해당 경기를 담당하였던 심판들이 징계성 조치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용규 소신 발언…7일 문학 경기 심판위원 전원 퓨처스리그 강등_segye.com_2020_05_08) 심판들의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너무나도 확실한 스트라이크 존 오심에 대하여 심판을 두둔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허운 KBO 심판위원장 “S 판정은 구심 고유권한"_kbs.co.kr_2020_04_29) 야구 규칙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 존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판들은 이 규정에 충실하게 판정하여야 합니다. 심판이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야구 경기는 규칙대로 플레이되지 않고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 아니라 스트라이크 판정은 야구 규정에 정하여져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은 심판입니다. 그런데 위의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심판위원장이라는 사람이 PTS의 사용을 자제하여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러면서 “더욱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심판들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심판의 역할이 공정한 판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얼핏 들으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오심에 대한 용서를 받을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구를 위하여서는 오심이 있어서는 안 되고, 오심을 하는 심판은 더 이상 야구계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능력 있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만이 심판 역할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심판의 오심이 팬들에게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야구 중계에 PTS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이 오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PTS는 야구 규칙에 의한 스트라이크 존을 최신의 과학 기술로 추적합니다. 사람의 눈보다 더 정확하면 정확하였지 PTS가 오심을 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PTS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 아니라 심판들이 스스로 PTS의 판정과 오차가 없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심판들에게 주어진 의무입니다.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심판은 더 이상 심판으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심판은 야구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약 20 여년 전 제 고객사인 보험회사의 창립자님께서 저를 그 회사의 임원으로 발탁하셨습니다. 저는 창립자님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창립자님께서는 제게 “내가 당신에게 열심히 하기를 바라고 발탁한 것이 아니고, 잘하라고 발탁한 것입니다.”라고 정색을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 한 마디가 제게는 큰 각성이 되었습니다. 저도 사실 그 전까지 여러 고객사에서 강연을 하면서,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임직원이 열심히 일한 댓가가 아니고 일을 잘한 댓가”라고 누누히 강조하였었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제가 임원으로 임명 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기업을 영위하면서 그 기업의 임직원이 열심히 일하였다고 보상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일을 잘하여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만 이익이 납니다. 기업의 임직원은 맡은 일을 잘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패배하고 탈락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잘하지 못하면 탈락합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고 문 닫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 회사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문을 닫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일하였으나 잘하지 못하여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해가 누적되면 결국에는 회사의 문을 닫는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하였다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한 듯 생각하기 쉽습니다. 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표한 결과를 잘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왜, 어떻게 일하여야 하는지 방법을 제대로 이행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잘 하여야 합니다. 이는 마치 야구 선수가 타격을 하고 1루에 도착할 때에 아웃 타이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여 뛰어 갔다고 하여서 세이프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심판이 최선을 다 하였다는 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야구 경기의 심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하여야만 심판의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계속하여 야구 심판으로 남아있는 것은 우리나라 야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고 팬들로 하여금 야구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하고 누가 보아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역할 수행의 잘 잘못을 감시하는 PTS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할 것이 아니라 PTS의 판정과 한 치의 오차가 없는 판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오심은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낭만적인 말은 심판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잘할 자신이 없으면 야구 심판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기업에서도 맡겨진 임무를 잘 수행하여 목표로 하는 결과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일을 잘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임직원은 스스로 물러나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기업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업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경제시장은 친선 모임도 아니고 자선 모임도 아닙니다. 엄청난 생존경쟁의 전쟁터입니다. 기업이 살아남고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각자에게 맡겨진 임무를 잘 수행하여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20조 원 규모의 성장금융 펀드 운용 책임자로 금융 경력이 전무한 행정관이 내정되었다가 자진 사퇴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낙하산’ 논란 성장금융, 전 靑 행정관 ‘자진 사퇴’_sedaily.com_2021/09/16) 펀드 운용이라는 것, 더군다나 펀드 운용을 통하여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나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손실이 날 수 있고, 펀드를 조성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혀 경험이 없고 관련 지식도 없는 사람이 자리에 앉아 열심히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는 내정되었던 낙하산 인사가 자진 사퇴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펀드 운용을 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임명하기 기대합니다.

언제나 정확하고 옳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