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1. 10. 29. 05:47

지난주 금요일 모닝커피를 읽은 독자 한 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질문 내용은;

시장에서 매수가 (買受價, bid price)에 팔고, 매도가(賣渡價, offered price)에 사는 것은 알겠는데, 이런 거래를 하는 상대방- 은행, 또는 증권회사 등-은 매도가에 팔고, 매수가에 사는 것 아닌가. 그들은 거래 가격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라이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하여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격에 사고, 유리한 가격에 팔게 되는가?

매우 원초적이고 당연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시장의 메카니즘을 알게 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가격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시장 참여자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장에는 가격 제시자(價格 提示者, price maker)가 있고 가격 추종자(價格 追從者, price follower)가 있습니다. 거래는 대체로 가격 추종자가 가격 제시자에게 가격을 물어보면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인 A가 B은행에게 미국 달러화 대 한국 원화의 환율을 묻습니다. 그러면 B은행은 1 달러당 환율은 1,170원 ~ 1,180원이라고 알려 줍니다. 이때 1,170원은 B은행의 달러 매입가, 즉 비드 (Bid)이고, 1,180원은 매도가, 오퍼(offer)입니다. 이 상황에서 B은행이 고객인 A에게 가격을 제시하였으므로 B은행은 가격 제시자가 됩니다. 고객인 A의 입장에서는 거래를 하려면 B은행이 제시한 가격을 추종하는 가격 추종자가 되는 것입니다. 가격 추종자는 가격 제시자의 비드 가격에 거래 대상물을 팔고, 오퍼 가격에 거래 대상물을 삽니다. 이 경우 고객 A가 달러를 팔려면 B은행의 비드 가격인 달러당 1,170원에 매각하고, 반대로 고객 A가 달러를 사려고 한다면 B은행의 오퍼 가격인 달러당 1,180원에 사야 합니다.

언뜻 보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가격 구조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가격 추종자인 고객 A는 자신이 원하는 거래만을 선택하여서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하여 가격 제시자인 B은행은 자신이 원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고 거래 상대방- 가격 추종자인 고객 A가 원하는 거래를 하게 됩니다. 이 거래를 들여다보면 가격 추종자인 고객 A는 거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대신 가격에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그 반면, 가격 제시자인 B은행은 자신이 원하는 거래가 아닌 거래 상대방이 원하는 거래를 받아 주어야 하는 반면 거래 가격에서는 유리한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격 추종자 자신이 원하는 거래를 선택할 수 있다 비싸게 사고 싸게 판다
가격 제시자 상대가 원하는 거래를 하여야 한다 싸게 사고 비싸게 판다

 

거래를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 아니고 각각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한 가지씩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달러 가격이 상승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가격 제시자 (은행)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달러를 팔지 않고 사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 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는 가격을 제시하게 되면 가격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시장에서 따돌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시장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서 시장 가격보다 조금 높게 가격을 제시할 수는 있습니다. 시장보다 가격이 높으면 가격 추종자는 다른 은행에 가서 시장 가격에 더 접근한 가격으로 달러를 매입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격 제시자가 원하지 않는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가 강세여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데, 고객 A가 찾아와서 달러를 매입하게 되면 달러를 고객에게 매도한 B은행은 다시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이때에는 B은행이 가격 추종자가 되어서 또 다른 C은행에게 가격을 묻습니다. 이렇게 되면 B은행은 가격 추종자, C은행은 가격 제시자가 됩니다. 그리고 B은행은 자신이 원하는 거래를 할 수가 있는 대신에 가격은 C은행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거래를 하게 됩니다.

시장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면 상대방은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를 하는 것은 결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곧 시장의 원리입니다.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공평하게 작동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입니다.

외환, 자금 시장에서 가격을 제시할 때에 적용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거래를 조금 더 불리한 방향으로 가격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달러 대 원화 시장 가격이 1,170원~1,180원인데, 가격 제시자가 달러를 팔기 싫고 사고 싶다면, 자신이 사는 가격을 시장보다 조금 높게, 파는 가격도 높게 부르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1,173원~1,183원과 같이 가격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 가격보다 비드는 달러당 3원 높아서 파는 사람- 고객 A의 입장에서는 더 유리한 가격입니다. 그 반면 오퍼도 시장 가격보다 달러당 3원이 높아서 만약 고객 A가 달러를 사려고 한다면 이는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 되므로 거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가격 제시자는 거래를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격 제시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가격 추종자가 원하는 거래를 하여야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B은행은 자신이 원하는 거래의 가격만 제시하고 다른 가격은 제시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금융업을 영위하는 은행이 고객에게 금융 상품의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고서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참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시장을 떠날 생각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시장 참여자는 가격 제시를 요구받았을 때에 항상 가격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예를 한 가지 더 든다면, 보험 가입자가 보험을 해약하려고 할 때에 보험회사가 해약을 안 받아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해약 환급금을 보험 계약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만들어서 해약을 안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는 있으나, 계약자가 해약을 원하는데 해약을 안 받아주어서는 안 되듯이, 시장에서도 가격의 제시를 요구받았을 때에 가격 제시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격을 가격 제시자가 원하지 않는 거래의 가격을 상대방에게 더 불리하게, 그리고 가격 제시자가 원하는 거래는 상대방에게 더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여야 할 것은 시장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식 시장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이 가격은 항상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방금 가격 제시자인 B은행이 오퍼 가격에 달러를 팔았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그 사이에 움직여서 가격이 더 비싸졌다면, B은행은 가격이 오른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달러를 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드 가격과 오퍼 가격의 차이가 결코 가격 제시자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드 가격과 오퍼 가격의 차이는 가격 제시자가 어떤 거래를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리스크 프리미엄- 리스크 부담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가격 추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거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 옵션-이 주어졌으므로 그에 합당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비드와 오퍼의 가격 차이를 감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시장은 항상 균형을 갖추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균형이 무너지면 시장은 없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따금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하여 시장을 망가뜨리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시작은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과도한 외환 시장 개입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0. 16. 참조) 현정권의 부동산 시장 개입도 그러합니다. 무리한 시장 개입은 화를 불러일으킵니다. 항상 명심하여야 할 금언이 있습니다. ‘누구도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잠시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스스로 바로 고치는 능력도 있습니다. 시장은 늘 균형 잡혀 있고, 항상 옳습니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니 전달 양호! 자, 전달 끝이요.
항상 잘 정리된 설명 감사합니다.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