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3. 4. 05:53

지난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온 식구 다섯 사람이 동네의 멕시칸 레스토랑에 갔었습니다. 비교적 규모도 크고 잘 알려진 레스토랑이어서 무척 붐볐습니다. 웨이터는 우리가 앉은 테이블뿐 아니라 여러 테이블을 맡아서 주문을 받고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음식을 나르고 빈 접시를 치우는 일은 주로 버스보이(busboy)들이 하였습니다. 버스보이들은 웨이터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보니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테이블에 음식을 날라주는 버스보이는 영어를 못하는 젊은이였습니다. 식사를 할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후식으로 츄로스(churros)를 시켰습니다. 다섯 조각의 츄로스가 나왔고, 우리 식구들은 한 조각씩 먹었습니다. 상당히 맛이 좋아서 우리는 한 접시를 더 시키기로 하고 웨이터에게 츄로스 한 접시를 더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버스보이가 츄로스를 4 조각을 가지고 왔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버스보이에게 ‘아까는 5 조각을 주더니 왜 이번에는 4 조각을 주느냐?’고 물어보았자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초등학교 4학년인 제 큰 손자가 버스보이에게 ‘씽코, 콰뜨로?’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버스보이는 웃으며 ‘씨~’ 하고는 주방에 가서 츄로스 한 조각을 더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신기해서 제 손자에게 ‘씽코, 콰뜨로’가 무슨 말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제 손자는 ‘씽코는 cinco라 쓰고 5, 콰뜨로는 cuatro이고 4’라는 것입니다. 즉, ‘아까는 5 (씽코)였는데 이번에는 4 (콰뜨로)’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스페인어는 할 줄 모르니 중요한 단어 씽코와 콰뜨로만 이야기했고, 그 말을 알아들은 버스보이가 츄로스를 한 조각 더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계 어린이들이 적지 않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에 관심을 갖고 1부터 10까지 숫자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버스보이가 대답한 ‘씨’라는 말은 스페인어 ‘si’로서 영어의 ‘yes’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웨이터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상황을 물어보았더니 웃으면서, ‘원래 츄로스 한 접시는 4 조각인데 우리 일행이 5 사람이어서 5 조각을 처음에 대접하였고, 추가 주문을 받았을 때에는 규정대로 4 조각을 가지고 나왔으나 손님이 불만을 표하므로 버스보이가 알아서 추가로 한 조각을 더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순발력 있게 대처해준 버스보이가 고마워서 그에게는 따로 소액의 추가 팁을 주었습니다.

이 식당은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꽤 잘 알려진 성공한 멕시칸 식당입니다. 이 날 버스보이가 츄로스 한 접시에 원래는 4 조각이 나오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상황에 맞추어 한 조각을 더 제공하는 센스와 융통성을 보고 한 때 홍콩 증시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 받던 ‘하이디라오’ (海底捞火锅) 음식점을 떠올렸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10. 5. 참조) 하이디라오는 중국식 샤부샤부를 판매하는 체인점 식당입니다.

하이디라오는 종업원의 복지 등에서도 남다른 면을 보였으나, 무엇보다도 종업원에게 권한의 위임 (delegation of authority)을 실천하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종업원이 판단하여 필요하다면 종업원이 추가적인 음식을 제공하거나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훈련된 종업원들이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고, 그 결과 더 많은 고객 확보와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끌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권한의 위임은 제가 처음 경영학에 입문하였던 50년 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제 기업의 현장에서는 쉽사리 적용되지 않았고, 특히나 우리나라의 기업에서는 권한의 위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권한의 위임을 이야기하면 제게는 제가 약 10년 전에 제 고객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검토를 하였던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이 회사의 대출 의사결정과 관련한 금액의 한도는 직급에 따라 달랐습니다. 개인 신용대출을 보면 부서장 전결한도 1억 원, (대출 건수 96.3%, 금액 61.1%), 부문장 전결 한도인 10억 원 (대출건수 3.7%, 금액 33.0%), 대표이사 전결 한도 10억 원 이상 금액의 대출은 건수 0.1%, 금액 5.9%로서 각 결재권자 한도별 분포가 비교적 잘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음의 표를 보면 이 금융기관의 대출 전결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전결권자 금액(백만원) 금액 % 건수 건수 %
개인대출 부서장 49,756 61.10% 3,724 96.30%
부문장 26,858 33.00% 143 3.70%
대표이사 4,800 5.90% 2 0.10%
81,414 100.00% 3869 100.00%
기업대출 부서장 219 0.20% 11 30.60%
부문장 1,472 1.70% 5 13.90%
대표이사 86,742 98.10% 20 55.60%
88,433 100.00% 36 100.00%

 

기업 대출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기업 대출은 개인 대출보다 규모가 큰 대출이 많다 보니 부서장 전결한도 1억 원 미만 대출은, 건수는 30.6%이나 금액으로는 0.2%에 불과합니다. 부문장의 경우에도 전결 한도인 10억 원 미만의 대출 건수는 13.9%이나 금액으로는 1.7% 뿐입니다. 그 반면 대표이사 전결 한도 10억 원 이상 금액의 대출을 살펴 보면 건수로는 55.6%이며, 금액으로는 무려 98.1%에 이릅니다. 기업 대출의 경우 대출 금액 대부분, 건수의 반 이상이 대표이사의 결제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금융기관의 부실대출 상황은;

  • 총대출금: \252,284백만
  • 고정 이하 분류: \9,748백만 (총대출금 대비 3.86%)
  • 최대 단일 부실 (고정 분류); \8,000백만-D사 (총대출금 대비 3.17%)
  • 최대 단일 부실 제외시 고정 이하 분류 부실율: 0.69%
  •  (국내 은행 평균 고정 이하 분류 부실율  - 내국 은행: 1.2%, 외국 은행: 0.2%)
  • 거액 대출 1건 (D사 8,000 백만원)으로 인하여 고정 이하 분류 부실율이 매우 높음
  • D사 건을 제외하면 고정 이하 분류 부실율은 0.69%에 불과하여 국내 금융 기관 평균 1.2%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나 대표이사 결재에 의한 거액 대출 1 건으로 인하여 부실 채권 관리의 부실을 초래하였음.

 이 금융기관이 직면하였던 문제는 D사의 거액 부실대출 1건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 대출은 여신심사 위원회의 심의와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쳐 이루어진 대출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하급조직에 권한의 위임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이사의 승인 군한에 의한 대출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대표이사가 전체 기업대출 건수의 55% 이상, 금액으로는 98% 이상을 결제하면서도 권한의 위임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이사의 승인한도 안에서 이루어진 대출이 이 금융기관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말았었습니다. 권한의 위임 과정에서 발생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한의 위임은 하급 직위의 사람에게 적정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책임도 무겁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고객의 ‘씽코 콰뜨로?’라는 말이 무슨 요구인지 알아 듣고 고객 만족을 위하여 츄로스 한 조각을 더 제공하는 직원의 권한은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는 권한의 위임으로 이루어진 대출에서의 부실보다 최고책임자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대출에서의 부실이 훨씬 크게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권한의 위임도 중요하지만 권한을 가진 사람이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여야 합니다.

종웝원이라도 융통성의 권한을 위임하는 분위기! 이게 선진 경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