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2. 25. 05:51

최근 언론에는 한창 기축통화(基軸通貨) 논쟁이 있었습니다. 어느 대선 후보가 우리나라 원화가 조만간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국가 부채가 지금보다 많이 늘어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논란입니다. (관련기사: 이재명 "기축통화국 가능" 발언_mk.co.kr_2022/02/17)

많은 사람들이 이 논란에 대하여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허구성과 진실성을 논하는 양 극단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일단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기축통화’가 무엇인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축통화라는 용어는 정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으면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영어로는 Key currency, 또는 Reference currency 등으로 쓰이기도 하며, 흔하지는 않지만 영어의 Functional currency를 한국말로 번역할 때에 기축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영어의 세 단어- Key currency, Reference currency, Functional currency 가 각각 어떻게 쓰이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Key currency는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말로 주요(主要) 통화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이나 국제 무역, 투자 등의 결제에 자주, 많이 사용되는 주요 통화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주요 통화도 좁은 의미의 주요 통화는 국제 결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국 달러화를 일컬을 때에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일반적인 주요 통화들을 지목할 때에도 사용되곤 합니다.

Reference currency라는 말은 국제 투자 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 한국의 삼성물산이 홍콩에서 일본 엔화 표시 드래곤 본드(dragon bond)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드래곤 본드의 Reference currency는 일본 옌화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 6. 참조) 또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많이 발행되었던 유로 본드 (Euro Bond)의 Reference currency는 모두 미국 달러화였습니다. 이와 같이 해외 채권 등을 발행하면서 자주 쓰이는 통화를 일반적으로 Reference currenc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외환 거래에서는 환율 표시의 기준이 되는 통화를 Reference currency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화대 한국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195 원이라고 표시한다면 이 환율 표시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Reference currency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4. 24. 참조) 환율 표시의 기준이 되는 통화도 기축통화라고 부릅니다. 현재의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국 파운드화는 10진법으로 표기가 불가능하여 영국 파운드화 만은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지 않고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쓰였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장관행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외환시장의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3. 9. 참조)

마지막으로 Functional currency라는 용어는 회계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용어로서 회계의 단위가 되는 통화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에 사용되는 Functional currency는 한국 원화이고, 일본에 있는 기업의 회계에 사용되는 Functional currency는 일본 옌화입니다. 그런데 국제기구라던가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를 기록하고 평가하는 데에 사용하는 통화도 Functional currency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세계 석유 수출국 기구 OPEC의 연차 보고서는 미국의 달러화로 표기됩니다. (OPEC annual report 2020 참조) 이 경우 OPEC 연차 보고서의 Functional currency는 미국 달러화입니다. OPEC뿐 아니라 IMF, IBRD 등 국제 금융기구,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의 회계에도 미국 달러화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제기구 등에서 회계의 기준 단위로 자주 쓰이는 통화를 일반적으로 Functional currency라고 부르고 이를 우리말로 기축통화라고도 부릅니다.

영어로 어떤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말로 기축통화라 불리는 통화는 단연코 미국 달러화입니다. 넓은 의미의 Key currency라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달러화 다음으로는 유로화, 일본 옌화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논란을 일으킨 대선 후보측의 해명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 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 바스켓의 구성통화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SDR 바스켓에 포함되어 있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옌화, 중국 렌민비(人民币, 人民幣)의 다섯 통화입니다. 이 다섯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으로 SDR 가치를 평가하고 결정합니다. SDR 바스켓 통화가 앞으로 늘어날지 여부는 IMF의 결정에 따르게 됩니다.

우리말 ‘기축통화’를 정의하면서 영어의 어떤 단어를 빌려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원화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기축통화가 되어서 국가채무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준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 이후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국의 예를 보면, 중국 렌민비는 2015년에 SDR 바스켓의 구성통화로 포함되었습니다. 중국이 SDR 바스켓의 구성통화가 되기까지는 치밀하고 끈질긴 작업이 선행하였습니다. 2012년 중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미국 달러화를 배제한 무역 결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협약을 맺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12. 14. 참조) 이 당시에 월 스트릿 저널(WSJ) 신문은 중국의 렌민비가 세계 기축통화- Reference currency-의 지위를 넘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관련기사: China Finds a Friend on the Outside - WSJ_2012/11/29) 그러나 중국의 물밑 작업은 그 이전부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AIIB),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 등을 통하여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1. 13. 참조) 아울러 중국의 정책에 호응하는 국가와 주변 국가에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중국 렌민비의 유동성을 국제 금융시장에 쏟아부어 넣고도 금융시장에서의 신용도에서 아직도 미흡한 평가를 받고 있어 중국의 렌민비는 Key currency, Reference currency 또는 Functional currency 가운데 어떠한 의미로도 기축통화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놓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AIIB)의 연차 보고서에도 미국 달러화를 Functional currency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www.aiib.org/annual-report/2020 참조)

우리나라 원화가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반길 만한 일입니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굳건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 동안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에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출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한 작업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적자를 내더라도 상대국가에서 거리낌 없이 우리나라 원화를 결제 대전으로 받아 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나라 빚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발행한 채권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쉽사리 판매 되면서 재정 충당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지금 그러한 상황을 누리는 나라는 딱 한 곳 미국 뿐입니다.

얼마 전 제 칼럼의 애독자 한 분이 ‘요사이에는 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이야기가 없어졌나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최근에는 쌍둥이 적자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한 때는 미국의 누적되는 무역 적자와 매년 늘어만 가는 재정적자를 가리켜 쌍둥이 적자라고 불렀고 미국 경제의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하였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이 발행한 자국 통화인 달러화로 지급되고 있으며, 미국이 발행한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문제없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쌍둥이 적자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가 누릴 수 있는 특전은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를 별 어려움 없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위치에 오르게 된다면 나라 재정을 운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재정운용이 더 방만해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재명 한마디에 말이 된다, 안된다, 우리도 기축통화에 들어간다등 설왕설래를 하는데
참 웃기는 해프닝 거리도 안되는 이야기죠. 옆의 어느 참모가 이야기 했다고 쳐도
본인이 절대 불가능한 걸 알아야 할텐데... ㅉㅉㅉㅉ
저도 드디어, 칼럼 내용에 인용이 되었네요 ㅎㅎ
그럼요 ㅎㅎㅎ
가장 열심히 애독해 주시는 분 가운데 한 분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