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4. 22. 05:43

우리나라 말 가운데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 사전에 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내심 뿌듯한 자긍심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입니다. 또는 비록 사전에는 오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외국의 언론에서 우리나라 단어를 소개한다고 하면 그 또한 우리말에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내로남불이라는 희안한 신조어(新造語)가 우리나라 안에서만 쓰이는 것도 모자라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내로남불 뉴 노멀’ _chosun.com_2020. 1. 4.) 이러한 상황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상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끄러워서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것이 내로남불입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나 정치인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정치적인 성향은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만, 정치인들 전반에 대한 혐오는 반드시 저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가 1996년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시가보다 현격히 낮은 전환 가격을 적용하여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편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하였다고 검찰이 기소하였다는 보도가 17~18 년 전에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검찰, 삼성에버랜드 편법증여 기소_pressian.com_2003.12.1.) 이 사건은 정치권에서 들고일어나 삼성 그룹 전체가 마치 엄청난 부정을 저지른 듯이 닦달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사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건은 삼성 그룹의 불법 행위를 기소한 것이 아니라 편법을 기소한 것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편법이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편법이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의 결과는 무죄로 판명되고 말았습니다. (관련기사: 이건희 전회장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무죄확정_lawtimes.co.kr_2009.5.30.) 거의 6년 동안을 법정 다툼을 벌인 결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습니다. 불법이 아닌데도 편법이라는 이유로 기소를 하는 것은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상대방을 골탕 먹이고 어려움을 겪게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에버랜드가 전환사채 발행이 결코 자랑스럽게 내세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적인 잘잘못을 다툴 건도 아니었습니다. 정치인들도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삼성의 편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정치인들도 편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최근 소위 ‘검수완박’이라는 전대미문의 관련 법안을 상정하면서 정상적인 절차로는 국회에서 원하는 시기 안에 통과가 어렵다고 보이자 편법을 동원한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회기 쪼개기, 사회권 이양… 꼼수완박해야 검수완박 가능_chosun.com_2022.4.16., 정의구현 위해서라는 검수완박, 처리 과정은 '꼼수에 꼼수'_nocutnews.co.kr_2022.4.20.) 그뿐이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이미 수많은 편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불과 2년 전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을 한데 묶어 일부 중소 정당들과 연합하여 관련 법 통과를 성공시킨 여당이 막상 선거가 다가오자 개정된 선거법을 무력화시키는 편법을 동원하여 위성정당을 창당합니다. (관련기사: 비례정당 꼼수 쓰는 與, 명분·실리 다 잃을 판_fnnews.com_2020.3.9.) 여론에서는 꼼수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동원하며 비난하였지만, 현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런 편법을 동원한 거대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편법에 대하여 검찰에서 조사하고 기소하였다는 보도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편법은 불법이 아니므로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적용된 듯합니다. 편법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기업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정치권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내로남불뿐이 아닙니다. 정치인들의 현실 인식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습니다. 지금 한창 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하였습니다. 이에 관한 여러 보도를 보면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연설 초청을 안 하는 것이 더 나았었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관련기사: 국회가 우크라이나에 저지른 7가지 모욕_chosun.com_2020.4.15.) 만약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미국의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보인 것과 같은 행태를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보였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또다시 죽창가를 부르며 의병 타령을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경계선을 맞대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평화 타령을 하더라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대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항상 경계 태세를 갖추고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가급적 많은 우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이역만리 우리나라에까지 국회의원을 상대로 자국을 도와달라는 연설을 하는 이유는 단 한 나라라도 더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노력일 따름입니다. 물론 그런 노력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였는지는 뒤로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노력은 가상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당연하고 하여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외교적으로 자기편을 들어주는 나라가 많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힘이 됩니다. 반대로 외교적으로 고립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힘이 들고 고립되기 십상입니다. 전 세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나라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대만 (臺灣, 타이완)입니다.

대만은 정식으로 국교를 맺고 있는 나라가 불과 십여 개국뿐입니다. 그나마도 중국의 집요한 외교, 경제 공세로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하려는 국가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생존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미국과의 방위조약을 기반으로 하는 국방력과 둘째로는 국방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의 증강입니다.

대만의 인구는 2천5백만이 채 안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절반 수준입니다. 중국의 인구가 14억이 넘는 것에 비하면 거의 1/60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고 당당히 버텨내는 것은 물론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방어막을 쳐주기도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제력으로 인하여 대만은 중국에 밀리지 않습니다. 대만은 외환 보유고에서도 전 세계 5 위 안에 들만큼 많은 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음 표- 세계 주요국의 외환 보유고 참조)

세계 주요 국가 외환 보유고

순위 국가 외환보유고
1 China $3,222.40
2 Japan $1,259.90
3 Switzerland $1,033.80
4 India $569.90
5 Taiwan $548.90
6 Hong Kong $478.70
7 Russia $463.90
8 South Korea $437.50
9 Saudi Arabia $429.50
10 Singapore $407.80

(단위: 십억 달러, 출처: Investopedia.com)

 

대만이 인구는 우리나라의 1/2 수준이지만 경제력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비교하여볼 만한 순준임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외환 보유고는 우리나라가 4천4백억 달러, 대만은 5천5백억 달러입니다. 대만이 약 25% 가량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시가 총액은 2,114조 원 (US$ 1.76조)이고 대만의 시가 총액은 US$ 1.95조, 우리나라 원화로 환산하면 약 2,342조 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규모보다 대만의 주식시장 규모가 조금 더 큽니다. 국가 전체의 GDP(2020년 기준)는 대만 6천7백억 달러, 우리나라 1조 6천4백억 달러로 우리나라가 약 2.5배 정도 더 많습니다. 1인당 GDP는 대만이 2만 8천3백 달러, 우리나라는 3만 1천6백 달러로 우리나라가 10% 정도 더 많습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경제적으로 대만은 우리나라와 견줄만하며, 지리적으로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문화적으로도 아시아권에 속하여 있어 상당 부분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깝고 수출입 비중이 매우 커서 상대적으로 대만과의 거래를 조금은 멀리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에 제조업 공장을 짓고 저임금의 중국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도 경제 교류뿐 아니라 자본 투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한 유안타(元大) 증권, 2018년 현대라이프를 인수한 푸본(富邦)현대생명 등이 모두 대만에서 유입된 자본이 투자한 회사입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대만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외국 자본이 대만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대만의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으면 외국에 투자를 하여 대만의 존재를 여러 나라에 알리는 것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만과의 관계를 등한시하였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거대한 시장임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규정과 정책의 일관성에서는 심히 불안한 나라입니다. 정상적인 비즈니스의 상대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대만이 더 안정적인 비즈니스 상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본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있다면 대만의 자본을 도입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내로남불을 하더라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상식과 판단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험난한 세상에서 우리와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서 대만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해 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대만이 살아 남는 이유, 살아 가는 방법을 우리는
항상 배워야죠. 30년 이상 그들과 거래하면서
특히 대만 원주민, 특히 200년전 이주한 하카사람의
매우 유연한 마인드를 배웠죠.
2022년 GDP는 대만이 우리나라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4225536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