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6. 3. 05:31

며칠 전 차량 운행 중에 연료가 바닥에 다다른 것을 보고 황망히 연료를 주입하려고 지나가던 근처 주유소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88 올림픽도로 반포 부근을 운행하던 중이어서 국립묘지 부근에서 빠져나와 고속터미널 방면으로 가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유소를 막 벗어나려는데 마주오는 반대방향 차선에서 경찰 오토바이 두 대가 앞에서 경광등을 번쩍이고 그 뒤에 검은색 차량 여러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 뒤에 앉아 있던 제 손자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제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언뜻 대통령이 지나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손자에게 ‘대통령이 출근하시나 보다’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러자 제 손자는 신이 나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미국에서 들어온 제 손자는 그저 대통령이 지나가는 차량행렬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특별히 국민의 미움을 사는 대통령이 아니라면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때 손을 흔들며 경의를 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나 영국에서는 여왕의 행차를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 서서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어 경의를 표합니다. 국가 원수에 대한 국민들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공직자들도 국민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켜 줍니다. 국민들의 환호와 박수에 예를 표하며 감사를 표시합니다. 그런 모습이 선진국다운 모습이라고 보여집니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경제력이 앞선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라던가 행동이 그 나라의 수준을 드러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경제력이 앞선 나라라고 하더라도 그 나라의 국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정신 수준을 보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경우 가운데 하나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앞서면서도 선진국이라 불리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첫째는 졸부(猝富)입니다. 소위 SWS-sudden wealth syndrome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돈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부자가 되면 돈을 물 쓰듯 씁니다. 돈이 없이 살던 때에 느꼈던 돈 없는 설움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과소비를 하고,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그에 대한 죄의식을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며 때로는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기도 합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직전의 우리나라 경제가 이러한 형국이었습니다. 거의 광적인 과소비를 하고 있었고, 정부가 한국 원화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려는 자국통화 고환율(高換率) 정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고평가 되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0. 16. 침조) 그에 따라 외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외국에 나가서도 돈을 물 쓰듯 하였고,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외화자산이 바닥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부(富)와 재력(財力)에 대한 경멸입니다. 열심히 일하여 돈 번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은 그저 운이 좋거나 혹은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인들도 이러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 4~5년 전 공정거래 위원장의 직책을 맡았던 사람은 재벌들을 지극히 비도덕적이고 혼내야 하는 대상으로 매도하였었습니다. (관련기사: 김상조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 _joongang.co.kr_2017.11.4.) 재벌들이 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혼나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재벌들이 혼날 만한 일을 하였다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잘못된 것에 대하여 지적하고 처벌을 받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돈이 많다는 것 때문에 정부로 부터 혼나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사업 수완을 배워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 앞장서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처럼 재벌을 백안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재벌들도 잘못하는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잘못에 대하여 적법한 처벌을 받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막연히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들을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경제력뿐 아니라 선진국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구급차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응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구급차가 나타나면 모든 차량은 구급차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을 열어 줍니다. 어쩌다가 신호대기에 차가 막혀 있기라도 한다면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로로 역주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모든 차량들은 그 구급차가 갈 수 있도록 정지하거나 비켜 줍니다.

우리나라는 요즈음에는 조금 나아지기는 하였으나 구급차에게 양보를 잘해주지 않았습니다. 구급차가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구급차가 환자를 싣기 전에 환자를 실으러 가는 경우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못하고 교통 신호는 물론 일체의 교통 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응급환자를 싣고 난 다음에는 구급차로 인정하지만, 응급환자를 싣기 전, 환자를 실으러 갈 때에는 구급차로 인정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상태가 위급한 환자를 태우러 가더라도 신호에 걸리면 서야 하고, 사이렌을 울려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구급차가 야간에 아파트 단지 부근을 지나갈 때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운행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규칙을 만들게 된 데에는 구급차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민의 잘못된 의식 수준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구급차를 택시 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개그 우먼 강유미 구급차 인증샷 해명_donga.com_2013. 12. 13.) 그러다 보니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길을 막아서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죽으면 책임진다니까” 응급차 막아선 택시기사_seoul.co.kr_2020. 7. 5.) 이런 부류의 기사를 보면 결코 선진국 사회의 소식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금융 분야라고 하여서 선진국이라 불릴 만한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앞으로 큰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한국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겪게 될 미래 4가지_chosun.com_2022. 5. 28.) 이 기사는 이웃 나라인 일본의 선례를 거울 삼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생길 가능성이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지적한 것은 ‘보험료율이 오른다’는 것입니다.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를 거두어야 하는데 그 재원이 점점 부족하게 됨에 따라 보험료율을 계속 올려야만 할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수입이 있는 경우에는 연금 지급을 줄일 수 있으므로 나이 든 연금 가입자에게 계속 현역으로 일하면서 수입을 갖도록 조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연금 지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연금 가입자를 계속하여 현역으로 남아 있으라고 부추기게 됩니다. 그다음 세 번째로는 연금 수령 나이가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연금 재원이 고갈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연금 개시 시점을 늦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로는 연금액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연금 설계를 할 때에 인플레이션 부분을 보정해 주는 의미에서 매년 물가상승분만큼 연금액이 늘어나게 되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재원 부족으로 인하여 연금 지급액을 올려 주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7년 전 저의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던 문제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5. 8. 참조) 그동안 책임 있는 정부 인사들이 국민연금의 개선책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점점 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서둘러야 합니다. 7년 전 저의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을 현실화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연금 자산 운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제도가 제대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진정한 선진 금융이 가능할 것입니다. 논리적인 뒷받침 없이 목소리 큰 사람의 고집대로 이끌려 가서는 선진 금융의 꿈은 요원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7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력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결코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 당시 저의 대학 입학식에서 노산 이은상 선생님께서 축사 겸 훈화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경제 선진국은 될 수 없을지언정, 정신적인 선진국, 학문적인 선진국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후진적인 사고방식으로 정신적인 후진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게을리하여 학문 후진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생각하고 배워서 우리나라를 정신적인 선진국, 학문의 선진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경제력으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학문적으로 선진국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 옛날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훈화를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새겨 보게 됩니다.

항상 공감하는 글빨! 오늘도 이의가 없소이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