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6. 10. 05:55

지난 수요일 6월 8일 오전에 느닷없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95세의 현역 방송인 송해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전국노래자랑 MC 송해 별세…향년 95세_khan.co.kr_2022. 6. 8.) 이 분은 참 대단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95세의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셨고, 1988년부터 전국 노래자랑 프로의 사회를 지금까지 맡아 왔습니다.

언젠가 이 분이 인터뷰에서 남긴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나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았어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관련기사: 88 송해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았어요"_huffingtonpost.kr_2015. 1. 22.) 그분 말씀에 따르면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언제 없어질는지 또 자신이 맡은 역할이 언제 다른 사람에게 맡겨질는지 모르는 채 그저 주어진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하여 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이 시간이 올 때까지 3년치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습니다. 방송인들은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피가 마릅니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았어요. 그래도 저는 행복한 것이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로수를 누비며'를 17년 진행했다는 겁니다."라고 일갈하였습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정규직으로 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비정규직이기에 더욱더 최선을 다하여야 했던 그분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비정규직이란 없어져야 할 사회악(社會惡) 인양 불려졌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결과는 고용의 질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허울 뿐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고용의 질은 제자리_hankooki.com_2022. 5. 30.)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을 없앤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정치인들이 그저 듣기 좋은 말로 비정규직 제로를 외쳐댔지만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제로인 구호일 따름입니다. 그러기에 비정규직 제로를 외치는 정당에서 자신들의 정당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뽑는 코메디 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비정규직 없는 나라’ 내건 정의당, 정작 당직자는 '계약직' 채용공고_sedaily.com_2019. 9. 25.) 비정규직 제로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비정규직 제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다면 이는 그들이 부도덕한 것이고, 이들이 정말로 비정규직 제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다면 이들의 무지무식(無知無識)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려는 고용주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직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비정규직은 언제고 있을 수 있는 고용 구조입니다. 송해 선생이 맡아 왔던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자를 KBS의 정규직원으로 뽑아서 맡겼었더라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은 아마도 지금과 같은 오랜 세월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지 못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비정한 이야기이지만 치열한 경쟁의 현실 속에서는 정규직으로 안주하는 것은 경쟁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항상 경쟁에 뒤처지지 않게 살아남아야 하는 자리라면 정규직으로 안주하여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을 없어져야 할 악 취급하는 현실 속에서도 멀쩡한 정규직의 아나운서들이 퇴사하면서 프리랜서(freelancer)를 선언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정규직을 버리고 비정규직으로 지위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사람이 스스로 경쟁력에 자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역으로 비정규직을 극구 거부하며 정규직을 원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제로를 요구하는 근로자는 비정규직의 지위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아 정규직으로 신분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에 불만이 없으나 스스로 살아남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정규직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고용의 안정을 기도할 것입니다.

많은 세상 일들이 그렇듯이 비정규직의 문제도 단칼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피고용자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하여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이어가며 노동력을 이용하는 고용주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무조건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며 사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고용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 사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용주가 비정규직이라는 상황을 이용하는 것인지, 혹은 노동자가 정규직 고용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용의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아 노동자가 일할 기회를 빼앗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강력히 개입하여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던 것은 일부 분야에서 고용의 안정을 도모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많은 분야에서 고용의 기회가 줄어들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섣불리 정부가 고용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항상 최소한으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주에 있었던 또 다른 보도는 정부의 탁상공론이 얼마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여 해외 공장을 철수하고 국내로 유턴(U Turn)한 중소기업인이 결국 일용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매출 80 사장→일용직 전락…대한민국에 사기 당했다_hankyung.com_2022. 6. 8.) 정부는 해외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이 생산시설을 국내로 들여오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믿고 해외에 있는 공장을 철수하여 국내로 돌아온 중소기업이 결국 문을 닫고 기업인은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말로만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는 약속을 믿을 수 없으니 기한을 정하여 놓고 그 안에 약속을 실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기업이 약속한 것을 모두 단기간에 이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정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공장 설립 초기에는 매출이 충분하지 않아 서서히 공장을 증축할 생각으로 소규모의 공장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약속한 공장을 모두 짓기 전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기업이 약속을 이행하면 보조금을 모두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조금이 언제 지급되느냐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 자금이라는 것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금액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필요한 자금이 제 때에 공급되지 않으면 기업은 즉시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정부는 보조금이 언제 지급되느냐 보다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정한 조건이 갖추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기업과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다 보니 갈등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해외에 공장을 가지고 있던 기업은 정부의 지원 정책을 믿고 국내로 유 턴하였다가 종국에는 기업의 문을 닫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후 사정 이야기를 한 마디로 ‘대한민국에 사기당했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기업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정부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규정에 입각하여 지원하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과 정부의 입장에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시행해 오던 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지원 책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미 문을 닫은 희생양 기업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 이를 데 없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합니다.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부작용만을 남기게 됩니다. 해외 공장의 유 턴 지원책은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않고 규제에 얽매이다 보면 유 턴 정책에 호응한 기업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손해만 보면 다행이고, 기업의 문을 닫게 됩니다. 정부 정책이 보다 융통성을 가지고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여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비정규직 제로를 외치던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이 정부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들이 정책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압을 하면서 120% 공감하는 내용이죠
요즘 산재가 용역, 하청으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매우 과격히고 외골수 발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