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Jay Kim 2022. 6. 24. 05:44

저의 금융 경력을 돌아보면, 처음 은행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에는 심사분석(credit analysis) 그 다음으로는 외환 거래(FX trading),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심사분석 분야는 많은 선배들이 이미 상당 기간 누적된 지식과 경험들이 있었던 분야였습니다. 그 반면 외환, 투자은행 분야는 제가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만 하여도 새로운 분야로 인식되어 저보다 선배들도 많지 않았고, 저보다 먼저 해당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분들도 실제 경력과 관련 분야 지식의 축적은 충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해외 연수를 통하여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1981년 7월 싱가폴로 on-the-job training 연수를 떠나 3 개월을 그 곳에서 보냈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싱가폴에서 외환 거래를 하면서 연수를 받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기회였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환 거래를 거의 하지 않고 코레스 관계 (correspondence)가 있는 은행 가운데 거래 관계가 많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상대에게 외환 거래를 위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 당시 국내 은행에서는 외환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는 은행들로부터 필요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신용한도(credit line)를 충분히 제공 받지 못하였습니다. 또 직원들이 외환 거래 경험이 부족하고 특히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외환 시장에 직접 참여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심사 분야에서 외환 분야로 직종을 변경하면서 그 당시로서는 첨단의 분야에서 첨단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첨단 분야의 개척자 취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간혹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외환 관련 사건이 터지기라도 하면 일부 언론의 기자들이 찾아와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사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관련 분야의 지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전문가로 인정 받던 제게 자문을 구하였던 것입니다.

최근 국내 언론에 보도된 외환 관련 기사를 보면서 오래전 신문기자들이 제게 자문을 구하였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최근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은 ‘원화 약세 주범은 국민연금 해외 투자’였습니다. (관련기사: 원화 약세 주범은 국민연금 해외투자?… 재무부, 원·달러 환율 급등 요인으로 지목_chosun.com_2022. 6. 20.) 이 기사 내용을 보면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와 한국은행의 금융 통화 위원회 회의록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외환 시장 전문가에게 자문한 내용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이 기사를 보도한 신문기자가 보도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고 기사를 썼거나 혹은 누군가 전문가가 검토한 후 문제가 없다고 확인하여 준 듯 합니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재무부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6백 억 달러 이상의 신규 해외 투자를 하면서 한국 원화를 팔고 미국 달러화를 샀다고 합니다. 그 결과 원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가치는 상승하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금융 통화 위원회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에 덧붙여 ‘근래에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투자를 하느라고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면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달러 환율이 오르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였다는 것입니다.

한국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하여 하락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원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떠나는 것입니다. 금년 들어 13조 원이 넘는 금액의 우리나라 주식을 매도하고 외국인 자본이 우리나라를 떠났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외국인 매도 공세에 휘둘리는 코스피_segye.com_2022. 6. 21.) 13조 원이면 미국 달러화로 1백억 달러가 넘는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6백억 달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1백억 달러의 한국 원화를 매각하고 미국 달러화를 사들였으니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원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크게 상승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손을 빼고 원화를 팔아서 달러를 매입하여 자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국민연금이 더 많은 금액의 원화를 매각하고 달러를 사들여 해외 투자를 한 것입니다. 불붙은 우리나라 원화 가치의 하락에 기름을 끼얹은 격입니다.

우리나라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지난해부터 이미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우리나라 원화에 대하여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원화를 팔고 미국 달러화를 사들이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더욱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2021년) 1월 초 1,100원을 아직 넘지 않던 달러대 원화의 환율이 지금은 1,300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1300원까지 넘 보는 원달러 환율…2009년 금융위기 후 최고_edaily.co.kr_2022. 6. 20.)

이러한 환율의 움직임에는 미 재무부의 분석대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영향이 큽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달러 대 원화의 환율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러한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가 없었을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였다 하더라도 대응 조치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만약 그동안 투자한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다시 원화로 바꾼다고 하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상당 부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과 같이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라고 불릴 정도의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치자 급격히 하락합니다. (관련기사: 자이언트 스텝도 부족…미 금리 4~7%까지 올려야_yonhapnewstv.co.kr_2022. 6. 18.)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국민연금이 매입한 채권들은 최근 들어 가치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섣불리 외화 채권을 팔게 되면 채권 매매 손실이 발생하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되어 버린 국민연금은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포트폴리오를 쉽사리 변경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주식을 매각하려고 한다면 매각하는 주식은 가격이 폭락할 것입니다. 그러니 섣불리 보유 종목을 매각하지도 못합니다.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약 900조 원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코스피 시가 총액은 약 1,900조 원입니다. 국민연금의 자산 전체를 주식시장에 투자한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국민연금의 총자산은 과도하게 커 보입니다. 제가 연금, 복지 분야에는 문외한이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의 연금 자산을 국민연금이라는 하나의 기관이 모두 관리하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교직원, 교수, 군인, 경찰, 공무원 등 특정 분야의 집단은 자신들의 퇴직 연금을 하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 국민의 노후 연금 자산 운용을 하나의 기관이 맡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는 사회복지의 개념에 앞선 나머지 기금 운용에 대한 깊은 연구와 준비가 부족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미국의 연금 제도처럼 각 개인이 자신의 연금 계좌를 자신이 운용하는 연금 자산 운용 제도를 도입하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전 국민의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 짧은 기간에 해외 자산에 큰 금액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연금 자산을 운용할 때에 젊은 시기에는 조금은 과감히 리스크 부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설사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금 지급이 임박한 연령층에서는 연금 자산을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개념의 연금 자산 운용은 전 국민의 연금 자산을 하나의 기관이 운용할 때에는 쉽지 않습니다. 각 개인이 자신의 연금 자산을 투자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운용한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개인의 연금 자산 운용 실적에 따라 자신의 연금 자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노후 연금이 얼마나 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처럼 전 국민의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에 각 개인의 자산이 묻혀져 있으면 자신의 연금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고 막연한 추상적인 기대를 갖게 됩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운용 방법을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운용 자산의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전 국민의 연금 자산을 국민연금이라는 초거대 조직에 맡겨 놓은 현재의 운용 방식은 연금 개혁을 통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연금 개혁을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문제, 그리고 단일 조직이라는 점과 해외 투자 규모가 원달러 환율하락의 주범이리는 평가는 확실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