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2. 7. 6. 09:27

오래 전 이야기 한 가지가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키는 자그마하고 통통한 체격의 인품도 좋으시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연세가 오십을 갓 넘겼을 때에 그 분의 부인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평소에는 명랑하고 농담도 잘 하였던 분이었지만 부인상을 당하자 어두운 표정으로 문상객을 맞으셨고, 간혹 돌아서서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분의 부인께서는 암으로 짧은 시간을 투병하다가 돌아 가셨고, 마지막에 그 분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 주셨다고 합니다. 그 종이에는 아주 짧은 유서가 쓰여져 있었고 별 다른 내용이 없이;

넥타이를 너무 짧게 매지 마세요, 배가 나와 보여요.”

이 한 마디였다고 합니다. 자기가 죽은 다음 자신의 장례를, 묘지를 어떻게 해 달라는 말도 없었고, 남겨진 자식들에 대한 걱정도 한 마디 없이 오직 혼자 남겨진 남편에 대한 걱정- 그 것도 행여 넥타이를 짧게 매어 키가 크지 않은 남편이 다른 사람들 눈에 배가 나온 것으로 보일까 봐 걱정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 짧은 한 마디의 유서를 읽으면서 말 없이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는 남편의 모습을 그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애잔해 옴을 느낍니다.

간혹 이렇게 짧은 말 한 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으면서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갑니다. 만약에 부인이 남긴 유서가 A4 용지 대여섯 장에 달하였다면, 아마도 그 남편은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 하였을 것이고, 부인이 남긴 여러 가지 부탁을 다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단 한 마디 남겨진 말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며 그 부탁은 100% 지켜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후 공연히 저도 넥타이를 가급적 짧게 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무언가 깊이 각인되어야 할 말은 짧을수록 잘 기억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짧은 말 표현 가운데 동물적 감각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예를 들어 축구 중계를 보면서 강한 슛팅을 골키퍼가 막아 내면 날아오는 공을 반사적으로 막아내는 골 키퍼의 동물적인 감각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동물적인 감각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표현이 많은 것을 설명하여 줍니다. 많은 훈련에 의하여 쌓여진 반사 기능은 그야말로 동물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동물적인 감각을 너무 아무 곳에서나 사용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 고객 가운데 한 분이 수년 전에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투자를 담당하는 임원을 새로 뽑았는데 그 사람은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서 아주 운용을 잘 해요. 이번 달에도 수익을 3%씩이나 올렸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그 임원을 만나 보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부탁을 받고 저는 일단 그 임원을 만나고 난 다음 제 고객 분에게 더 이상 그 임원에게 투자를 맡기지 말라고 충고하였습니다. 매우 지성적인 분석을 기준으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여야 하는 투자는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하여야 할 것이 아닙니다.

오래 전 언론에 보도된 내용 가운데 주식에 투자할 종목을 선택할 때에 투자 전문가가 연구 분석하고 고심하여 구성한 포트폴리오와 원숭이에게 무작위로 선택하게 하여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실적을 비교하여 보았더니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가 나온 다음 일부 냉소적인 사람들은 주식 분석가, 투자 전문가를 비웃는 듯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투자 대상을 찾을 때에 주도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한 다음 투자를 하는 것이 정상이지 동물에게 종목을 선택하도록 한 다음 그 종목들에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투자 전문가들도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틀림없는 투자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 하고 예상이 빗나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려고 노력하고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동물적인 감각도 피하여야 하지만, 더욱이 실제로 동물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대박 종목을 알려주는 족집게 강좌를 광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배, 세 배, 아니 수십 배 대박을 터뜨릴 종목을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종목에 모든 것을 투입하는 소위 몰빵’ (올인: all-in) 합니다. 유명 포탈 사이트의 검색 엔진에 대박 종목을 치면 이런 종목을 추천하는 수 많은 사이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행여 이런 사이트를 기웃거리시는 분이 계시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대박 종목 추천 사이트를 찾아 가지 않더라도 수 많은 증권회사들이 여러 종목에 대하여 신뢰할 만한 리서치 페이퍼를 내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권회사의 종목 리포트 앞에는 아주 짧은 한 단어로 해당 종목을 평가합니다. BUY, HOLD, SELL 등 짧지만 강렬한 단어 하나로 표현합니다. 진정한 프로다운 투자를 원하신다면 여러 증권사에서 나오는 분석 자료를 꼼꼼히 살펴 보시고 가장 신뢰가 가고 논리적인 자료에 의존하여서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많은 분들이 증권회사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 라며 증권회사의 분석자료를 폄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남달리 많이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분석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고 그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쓴 보고서라면 한 번쯤은 읽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의 돈이 관련되고 자신의 재산의 일부를 투자하려고 한다면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검증되고 증명된 바에 따르면 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동물적인 감각에 의지하기 보다는 이성적인 분석에 의존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운용하는 것이 자신이 없을 때에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의하면 됩니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이 조금은 귀찮아 할 수도 있겠지만)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들에게 물어보아도 좋을 것이고, 위탁 운용을 해주는 회사를 찾아가서 운용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넥타이를 짧게 매면 배가 나와 보이는 것뿐이겠지만 투자를 잘 못하면 재산이 축나게 됩니다.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길게 이야기한 것들을 저도 짧고 강렬한 한 마디로 요약하겠습니다;

 

한 종목에 몰빵 투자하지 마세요,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비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주말에는 비가 개기를 기대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