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Jay Kim 2012. 7. 19. 20:25

제가 지난 주말에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휴가차 와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늦게 자동차로 뉴욕을 출발하여서 도중에 1 박을 하고 월요일 오후에 테네시의 개틀린버그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이 곳은 미국의 국립공원 가운데 하나인 스모키 마운틴 내셔널 파크가 있는 곳입니다. 엊그제 화요일에는 하루 종일 스모키 마운틴 구석구석을 자동차를 타고 돌아 다녔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visitors information 을 찾아 가서 지도를 얻고 간단히 주변 정보에 대하여 물어 보았습니다. 그 곳 직원은 친절하게 어디를 돌아 보는 곳이 좋을지 그리고 드라이브 코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자세히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먼저 케이즈 코브 루프(Cades Cove Loop)를 둘러 보고, 그리고 나면 점심 시간이 될테니 타운센드(Townsend)라는 마을로 가서 점심을 먹으라고 하였고, 그 이후 일정도 자세히 조언하여 주었습니다.

점심 때가 되어서 식사를 하려고 타운센드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 갔습니다. 식사를 시켜 놓고 기다리면서 잠시 옛 생각에 잠겼습니다. 타운센드라는 이름과 연관된 저의 기억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Bank of America (BoA) 본점*에서 근무하던 시절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지도하여 주셨던 분이 있습니다. (*: 현재의 BoA 본점은 노스 캐롤라이나의 샤를롯에 있습니다.) 요새 즐겨 쓰는 말로 저의 멘토(mentor)라고 할 수 있는 분입니다. 그 분 성함은 Dr. Townsend Walker 입니다. 그 당시 거의 50세가 다 되어 가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그분도 이미 70대 후반은 되셨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분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금융계를 은퇴하시고 인터넷 작가로 활동하시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분 홈페이지는 www.townsendwalker.com 입니다. 예전에는 금융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쓰셨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금융과 관련된 글은 쓰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불행히도 제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었고, 저와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의 이름은 아직도 상당히 많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그 때 벌써 BoA 내부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에 계셨고, 화살표를 이용한 현금 흐름 교육 프로그램을 창시하여서 특허를 받고 그 특허를 BoA에 빌려 주셨던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동안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그 옛날에 한국에서 온 서울 지점의 차장급 말단 간부 이름까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저 스스로 위안을 하였습니다.

그 분은 스탠퍼드(Stanford)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이론만 알고 실무를 모른다는 스스로의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BoA에 취직하여서 외환 딜링룸 (FX dealing room)에서 말단의 직책부터 배우면서 은행 업무를 이해하셨던 분입니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셨던 분이고 성격도 온화하여서 무슨 일을 설명할 때에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상대방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해주는 스타일이었습니다.

Dr. Townsend Walker 보다 7~8 살쯤 나이가 더 들었고 그 당시 BoA 본점의 IMPC (International Monetary Policy Committee) 라고 이름 붙여진 국제 금융 분야의 ALM (Asset & Liability Management)을 담당하는 위원회의 책임자로 있던 Dr. Terry Turner 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UC Berkley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었습니다. 저는 IMPCSecretary General (총무)로 일하면서 IMPC의 회의록과 의제 등을 정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Dr. Townsend Walker를 포함하여 IMPC 위원의 연락 담당(liaison officer)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느꼈던 분위기는 Dr. Terry Turner는 조금 꼬장꼬장한 스타일이고 카리스마도 있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까칠하기도 하고 고집도 상당히 센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Dr. Turner Dr. Walker 사이에 의견이 다를 때에는 Dr. Turner 가 직설적으로 자기 주장을 내세워 백전백승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실제로 직급상으로도 Dr. Turner Dr. Walker 보다 상급자이다 보니 Dr. Turner 가 고집을 피우면 Dr. Walker 가 그 고집을 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다 보니 일하는 스타일에도 많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Dr. Turner는 모든 것을 아래 사람에게 시키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데에 익숙한 반면, Dr. Walker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구하기보다는 아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일이 더 많았고,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debate 하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Dr. Turner Dr. Walker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릴 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Dr. Walker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코 Dr. Walker가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Dr. Walker에게서 배울 점은 사전에 회의에 참석할 사람들과 미리 의견을 교환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였고, 그의 논리를 이해한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Dr. Walker의 이야기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Dr. Turner Dr. Walker 두 분의 의견 대립이 있었던 한 가지를 얘기해 보려 합니다.

 

19841월 혹은 2월쯤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의 결과로 이자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자율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이러한 시장 움직임에 대비하여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는 전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IMPC 회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회의는 Dr. Turner가 의장을 맡고 Dr. Walker IMPC 정규 위원 자격으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대안들이 논의 되는 가운데 Dr. Turner는 스웨덴 왕국 (Kingdom of Sweden)이 발행하는 10년 만기 채권을 매입하는 안을 선호하였습니다. 스웨덴 국채의 신용등급은 AAA 였습니다. 그런데 Dr. Walker 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Citi은행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단기 어음 (CP)을 매입하고 이를 10년 만기 이자율 스왑을 통하여 이자율을 장기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더 수익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Citi가 발행한 CP의 신용등급은 A-1 등급이었고, 장기 채권도 AAA 등급 판정을 받았던 때였습니다. (Citi의 장기 채권 신용등급이 A- 인 지금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신용등급에 대한 리스크 부담 없이 이자율 스왑이라는 파생상품 거래를 통하여 약간의 스프레드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취하자는 것이 Dr. Walker의 주장이었습니다.

Dr. Turner의 생각은 대상 금액이 $수억 인데 매 3개월 혹은 6 개월마다 만기 도래하는 CitiCP 원금을 회수하여서 새로운 CP를 다시 사야 하는 오퍼레이션의 번거로움이 있고 행여 시장에서 Citi CP를 사지 못하게 될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도 감안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의 진행의 대세는 그 정도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 1억에 단 1 bp (basis point, 베이시스 포인트: 1%1/100, 0.01%) 만 수익을 더 올려도 1년이면 $ 1, 10년이면 $10만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게 되고 (실제로는 추가 수익이 5~6 bp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iti CP를 발행하지 않으리라는 유동성 리스크는 실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리스크 (remote chance risk)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기억한 것은 회의 바로 전 날 Dr. Walker가 제 방 바로 앞에 있는 Rodney Fetzer라는 IMPC 위원의 방에 찾아 왔었다는 것입니다. Rodney Fetzer는 영국 사람이면서 Dr. Turner에게 업무적인 보고 라인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평소에 Dr. Turner와 가까이 지내는 Rodney Fetzer를 회의가 있기 하루 전에 Dr. Walker가 미리 찾아와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미리 상의하였던 것입니다. 과거의 회의에서는 Rodney Fetzer Dr. Turner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제게는 익숙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회의 석상에서 Rodney FetzerDr. Walker의 논리에 동조하면서 Dr. Turner를 적극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의 결과는 Dr. Walker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 날의 회의가 끝난 다음 제 방 바로 앞에 있는 Rodney Fetzer의 방으로 가서 제가 물었습니다. “Not many attendants followed Terry’s idea today. What do you think?” (오늘은 Terry의 생각에 동조하는 참석자가 많지 않더군. 어떻게 생각해?) Rodney Fetzer 의 답은 아주 간단하였습니다. “Townsend looked more reasonable today.” (오늘은 Townsend의 의견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던데.)

아직도 일부 우리나라의 금융기관 회의에서는 윗 사람의 일방적인 훈시와 지시 사항을 아랫 사람들이 받아 쓰기에 전념하는 풍경이 없지 않으리라 봅니다. 보다 개방적이고 열린 토론이 가능해져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도 회의석상에서 합리적인 의견 개진과 그에 따른 결론이 나올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