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제주의 이야기

다호다호 2010. 6. 29. 00:14

 

 

제주의 차 그리고 제주의 녹차

오랜만에 글을 쓴다 일반적으로 칼럼이라는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저자의 고민을 우선 호평과 비평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어려움을 갖게 한다 호평은 칭찬과 덕담의 글이요 글의 대상에게 용기와 희망을 샘솟게 해주며 칭찬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들고 코끼리도 춤추게 할 만큼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하지만 비평은 악담과 비판의 글이 되며 글의 대상에게는 잘못의 반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양자간의 한 맺힌 냉담의 현실로 만드는 글이다 그래서 곡예사가 외줄을 타듯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적당히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해서는 만만치 않은 것이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외줄 타는 법에도 요령이 있는데 바로 균형을 잡아주는 긴 장대가 있다 이와 같이 글에서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은 바로 글 자체의 내용에 본질인데 주제를 벋어나지 않는다면 칭찬과 비평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을 주게 된다.

 

지난 2010년 6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무역센터 전시장에서 대한민국 최대의 茶 박람회인 제 8회 국제차문화대전(Tea world festival)이 열렸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여러종류의 차와 차와 관련된 음료, 식품등이 출시되었고 차에 관련된 여러단체들이 차문화 행사를 선 보였으며 직접 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주는 많은 업체가 참가 하였는데 청정제주의 녹차벨트로 한곳에 모여서 제주의 아름다움과 멋을 뽐낼 수가 있었으며 제주와 한국 차의 우수성을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필자역시 중국에서 만든 보이말차와 茶金바리라는 제주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참여했다

 

제주는 대한민국 최남단의 차재배지이며 세계 3대 녹차 생산단지이다 제주 茶(차)의 역사는 1840년 유배 온 추사 김정희와 유배지까지 찾아온 초의선사로부터 시작되어 일본의 식민지였던 1930년대 서귀포를 중심으로 식재됐으나 차밭이 정식으로 경작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이 제주에 차를 시작한 도순다원이 조성되면서부터 발전되어 왔으며 제주녹차는 2000년 이후 일반농가 재배를 시작으로 재배면적을 크게 늘려왔다 기업체가 독점하던 1995년 107㏊이며 2007년에는 농가 재배와 합쳐 353㏊로 급증했고 녹차 재배농가는 70여 농가에 이르렀으나 2007년 이후 제주의 차 산업 발전의 선두주자였던 대기업의 농약 녹차파동과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차 산업이 위축되면서 제주 녹차 판로 개척을 위한 소비확대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2000년 이후 제주의 차 농가 재배면적의 발전은 제주의 차를 살리기 위한 목적 보다는 무분별한 제주농가의 대체 작물의 선정으로 인해 미래의 상품개발과 안정적인 소비시장의 방안 없이 추진되어 와서 이제는 녹차는 있는데 시장과 상품이 없는 불안한 미래를 서로가 서로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에 깨닫게 되는 문제는 제주에는 차는 없고 녹차만 있다는 것이다 녹차라는 이름의 협의체나 단체 연구소등 모든 차 생산 관련 업체나 기업 그리고 박물관등등 기존의 모든 차에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 녹차라는 이름을 쓴다 일반인들에 대한 명칭의 편의성으로 녹차라는 이름을 쓰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만나면 녹차이야기만 한다 정작 차이야기는 별로 없고 말이다 그래서 현재의 소비시장이 발효차가 더 많음을 스스로 포기하기에 이른다 사실 세상에는 녹차나무라는 것은 없다 차나무만이 있을 뿐이다 차나무로 녹차를 만드는 것이지 녹차나무로 녹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차나무의 잎으로 녹차도 만들고 발효차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에는 녹차만 있다 심지어 발효녹차라는 말을 한다 발효한 것은 발효차이지 녹차가 아니다 표현이 뭐 그리 대수인가 하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산 정약용선생께서 우리나라 백성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만든 책이 아언각비이다 그 책에도 차를 제대로 호칭하지 못함을 다산선생은 안타까워 했는데 차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명칭하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필자가 세계차박물관을 하다 보니 어떤 이는 자동차박물관인줄 안다 차와 자동차는 엄연히 명칭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차 하는 사람들 역시 스스로를 녹차라고 이름 짓고 녹차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산다 녹차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으니 차가 나아가야 할 정체성을 잃기 쉬어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녹차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발효차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세계 차시장의 70%가 홍차 시장이며 국내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미 외국의 홍차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를 식품의 재료로서의 활용이다 그러면 훨씬 더 많은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이번에 티월드에서 제주의 차를 갖고 만든 대체 상품과 발효차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으니 다행이다

 

 

세상에 필요한 먹거리를 팔고 싶으면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알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주의 차밭은 심은 나무가 녹차를 심은 녹차밭이 아니라 차나무를 심은 차밭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다 녹차도 만들고 발효차도 만들고 마시는 차 이외의 수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자연유산의 아름다운 제주에서 스스로의 무한한 가능성에 희망을 가져야한다 그렇다 제주의 밭은 녹차밭이 아니라 차밭인 것이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