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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3. 3. 01:20

 

 

정일우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기

 

그는 말이 없다. 내뱉으려다가도 한 템포 쉬고 다시 삼킨다. 브라운관 안의 어벙한 ‘윤호’를 떠올리고 대하다가는 상처입기 십상이다. 낯가리는 모습이 낯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가고 싶은 정일우와의 밀고 당기기. 
 
비,지현우, 강동원, 주지훈···. 이들이‘연예인’이라면 딱 학생 시절까지만 꺅꺅거리며 좋아하는 대상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누나들의 마음을 성레게 하고, 속 깊은 곳까지 사로 잡으며 수호자를 자처하게 만든 ‘남동생 타입’ 연예인이다. 공통점을 찾아보니 쌍꺼풀이 없거나(있어도 옅거나) 담백한 외모를 자랑하며, 훤칠한 키가 눈에 들어온다. 정일우는 최근 이 ‘남동생 타입’ 연예인의 계보에 올라 인기의 척도라는 네이버 검색어 순위의 상위를 장식하는 신예 연기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후 8시경만 되면 하던 일 멈추고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게 만든 프로그램이 있다.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등 시트콤 계의 획을 그었던 김병욱 프로듀서의 최근작 <거침없이 하이킥>. 이 시트콤에서 온갖은 폼은 다 잡고, 공부를 혐오하며, 할머니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식의 최절정을 달리는 캐릭터 ‘이윤호’ 역할을 정일우가 연기한다. 

 

많은 기자들이 공통으로 꼽는 ‘인터뷰하기 힘든 대상 1순위’는 대답을 최소화하는 형이다. “요즘 인기가 높아져서 기분 좋으시겠어요”라 물으면 “네, 그렇죠” “…” 잠시 이어지는 침묵. “어린 시절에는 어땠나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 또 이어지는 침묵.  질문에 대해 ‘네’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고 나면 그 어떤 상세한 예도 들어주지 않는 타입. 짐작했겠지만 정일우 또한 그랬다. 

 

역할을 처음 맡았을 때 PD는 그에게 철저하게 ‘윤호’가 될 것을 요구했다. 절대 오버하지 말 것. 극중 쌍둥이 형제인 김혜성과 캐릭터를 차별화하기 위해 표정과 말수를 줄여 연기한다. 순발력이 생명인 시트콤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 대본을 읽을 때마다 연기하는 것이 아닌, 진짜 ‘이윤호’가 된다는 그. 지난해 11월부터 일주일에 꼬박 5일씩 ‘이윤호’로 살아온 탓에 말수가 많이 줄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갑자기 치솟은 인기 덕분에 그나마 스케줄이 비는 이틀을 모조리 인터뷰에 빼앗기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할리우드 스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파라치와 동급의 존재가 국내 스타에게도 있는데 바로 최고의 정보수집력을 자랑하는 네티즌이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와 더불어 네티즌의 악플 또한 늘어간다. 정일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뷰 기사가 올라오면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비슷한 양의 악플이 달린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을 꺼내 샤넬 일우, 양파 일우 등 귀염성 있는 닉네임을 붙이기도 하며, 미니홈피를 샅샅이 찾아 그가 남긴 방명록을 캡처해 올리기도 한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활이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자신 또한 연예인이 되기 전 좋아하던 스타의 사생활을 궁금해 했던 팬이었기 때문에, 데뷔하면서 사생활 노출은 각오했던 일이라고.

중·고등학교 모두 남학교를 다닌 그는 별생각 없이 가입한 연극반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인 ‘병태’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때를 계기로 연기의 맛을 알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가 서울예대에 입학하기까지, 차근차근 연기자가 되기 위한 길을 밟는다. 그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여러 번 오디션을 탈락했다는 이야기. 보도된 것처럼 400번까지는 아니어도 수십 번 탈락하고 또 도전했다. 의기소침해졌을 만도 한데,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스스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성인이 된 요즘도 가족의 고마움을 실감한다. 새벽 촬영이 있을 때 항상 먼저 일어나 깨워주고, 밤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지면 잠들지 않고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효도해야지’ 생각한단다.   

 

 

 

 

정일우에게는 다섯 살 위의 누나가 있는데, 그가 뜨기 전 누나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남긴 글들로 인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누나들은 가슴을 설레야 했다. 하나같이 하는 말은 “이런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누나와는 나이 차이가 있어 사이가 좋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는 가장 가까운 고민 상담자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라 자주 볼 수 없다고. 극중에서 윤호는 서민정 선생님과의 러브라인이 기대되고 있다. 이래저래 누나와 인연이 깊다. 현재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이다. ‘예대’라는 학교 특성상, 공부도 노는 것처럼 노는 것도 공부처럼 하기 때문에 1학기라는 어찌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린 건 오리엔테이션에서 ‘미스 방송연예학과 1위’를 하면서부터.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면 여자라고 해도 믿을 그 모습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연기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었을 거라고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조금 아쉽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패션 디자이너가 탄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루하루가 벅차게 진행되는 시트콤 스케줄에 아직 다음 작품을 생각할 여유도 없어 당분간 CF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준비한 질문을 다 던지고 보니 그보다 다섯 배는 많은 말을 한 것 같다. 결국 정일우와 친해지기에는 실패했지만 추후 다시 만나게 되거나, 혹은 우연이라도 그와 만나게 될 다른 이들을 위해 ‘정일우 매뉴얼’을 준비했다. 아, 아직 테스트해본 적은 없으니 결과는 보장 못한다. [사진·황순정 | 진행·서영란 기자]

 

정일우 매뉴얼
1 카리스마로 휘어잡을 것.
2 그게 안 된다면, 짜증내지 말고 계속 두드릴 것.
3 자기 손으로 연 문은 웬만해선 닫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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