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方外之士

空手잠빌 2007. 7. 8. 14:18
[접속! 지구촌 인터뷰] 독일 곤충 법의학자 마르크 베네케 박사
"벌레들이 시체 냄새 속 '진실' 알려줘"
주검 연구 '세계 최고'… FBI 훈련 교관도
8년간 전 세계 450여건의 미제 사건 해결

시체를 연구 중인 마르크 베네케 박사(사진 오른쪽 아래의 해골 마크는 그가 설립한 국제법의학연구컨설팅을 상징). 오른쪽 위는 부산일보 독자들에게 보낸 그의 서명.
장마보다 무더위가 먼저 찾아왔다. 올해는 유난히 더 기세를 부릴 듯하다. 이럴 때 공포 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만큼 유효한 피서도 없다. 그런데 영화나 소설이 아닌 실제 살인 사건의 진상을 듣는다면? 이번 주에는 무더위를 날려버릴 '납량 인터뷰'를 준비했다. 시체 연구에 유난히 관심이 많고 시체 속의 벌레를 끔찍히 사랑(?)하는 독일의 30대 남자를 e-메일로 만났다. 세계 최고의 법의(法醫)로 유명한 마르크 베네케(37·Mark Benecke) 박사다. 지금 미드(미국 드라마)의 열광적인 팬을 확보한 수사물 'CSI 시리즈'의 사건 반장인 존 그리섬도 곤충학 전공 법의학자다.

"거의 모든 벌레를 좋아합니다. 구더기도, 진드기도, 금파리도 다 사랑스럽죠." 특히 악취가 푹푹 풍길 만큼 부패한 시체 속의 꿈틀거리고 윙윙거리는 벌레라면 금상첨화라고 그는 답했다. "시체 속의 벌레는 주검의 시기와 이유를 증언해 줄 목격자들이죠."

그는 지금 프리랜서 법의학자다. 지난 1999년 '국제법의학연구컨설팅(IFRC)'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사건을 수주하고 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때로 경찰이나 검찰의 의뢰를 받지만 수감 중인 죄수가 사건 진상을 제대로 밝혀 달라는 제의를 해오기도 합니다." 그는 의뢰인이나 피해자의 신분이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전제했다. "누구든지 죽음에 의문이 있다면 제보할 수 있고 사건을 맡길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건을 처리했는지 물었다. "450건 정도 됩니다." 8년 만의 성과(?)라고 했다. 사건 수주는 고국인 독일뿐 아니라 미국과 필리핀, 콜롬비아 등 전 세계에서 들어왔다.

"어떤 주검은 아주 간단히 확인되지만 대부분은 많은 과정을 거쳐 어렵게 규명됩니다. 시간도 꽤 오래 걸리는 경우가 흔하죠." 그는 하지만 어떤 주검에 대해서도 소홀히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가 이 분야에서 유명하게 된 것도 성실성 덕분이라고 했다. 다른 법의학자들이 꺼리는 지역도 그는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죽음의 단서를 찾기 위해 국경을 넘나든 경우도 있었죠."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렇다면 제가 돈을 많이 벌었을까요?" 그는 자문한 뒤 스스로 'No'라고 답했다. "저는 지금 자동차도, 집도 없습니다. 유일한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주검에 대한 열정이죠." 시체 썩는 냄새를 코에 달고 다닌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냄새 속에서 '진실'을 찾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일에 대한 보람이었다.

그는 독일 콜론대학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른바 곤충학자였다. 그러다 1997~99년 미국 연수에서 법의학의 참맛을 깨달았다. 당시 뉴욕 맨해튼의 '수석의학검사소(Chief Medical Examiner's Office)'였다. 이후 세계 최고의 시체 연구소로 불리는 미국의 '보디팜(Body Farm)'에서 FBI(연방수사국) 특별 수사관 훈련 교관을 맡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독일로 돌아온 뒤 국제법의학연구컨설팅을 설립했죠."

1997년 파슨 클라우스 게이어 목사의 아내 살인 사건은 그를 일약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그는 당시 '청파리 구더기(Bluebottle Maggots)'와 개미의 습성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

사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다른 사례도 들었다. "2000년 7월이었죠. 당시 2살배기 아이가 아파트에서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엄마는 20대 마약중독자 겸 매춘부였다. 경찰은 아이의 엄마와 사회복지국 관계자를 용의 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사건은 결정적인 순간에 오리무중으로 빠졌고 결국 그가 투입됐다. "시체부터 재확인했죠. 그런데 아이가 죽은 시점이 경찰 추정과 다르더군요." 사건 열쇠가 아이의 기저귀에 오롯이 남아 있었다. "기저귀에 서식 중이던 벌레 중에 죽은 세포에는 살지 않는 종류가 있더군요." 결국 아파트에 아이가 혼자 남겨졌던 것이 죽음의 원인이었고 방문 의무가 주어졌던 사회복지사의 불성실이 문제가 됐다. 그가 실마리를 풀어낸 이 사건은 나중에 '주검이 증언한 직무 태만'이란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대뜸 죽음에 대해 물었다. 시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질문했다. "범죄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그러면 사진부터 찍습니다. 사진은 때때로 좋은 증거 자료가 되고 사건의 진상을 재조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죽음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궁금했다. "주검의 신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설령 아주 유명한 인사였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진상을 밝히는 데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그는 죽음을 부패 현상의 하나로 규정했다. "시체가 썩는다는 것은 곧 분해과정을 거친다는 얘깁니다."

다른 질문을 던졌다. 판단 잘못이나 실수는 없었느냐고 속을 긁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죠." 그는 실수를 게으름의 결과로 규정했다. "열정을 다하면 실수는 줄어듭니다. 몇 차례 더 반복하면 될 일인데 잠시 게으름을 부릴 때 실수가 발생하죠."

직업 성격상 추리소설을 좋아할 듯했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소설책을 본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관련된 전공 책을 보기에도 급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 추리력이 뛰어난 '셀록 홈즈'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기이한 연구가로도 유명했다. 한때 흡혈귀의 흔적을 추적해 성과(?)를 올리기도 했고 화장된 것으로 추정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두개골과 치아를 찾아내 분석한 결과를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흔적을 추적할 당시 미국과 러시아, 스위스의 정보기관을 죄다 뒤졌죠." 그의 지독한 탐구력을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노벨상의 '진지함'을 한껏 비틀어 놓은 '이그노벨상' 제정과 운영도 그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금도 이그노벨상 운영을 맡고 있는 '황당무계한 연구에 대한 연보(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의 공동 편집인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기행의 진수로 '펑크 밴드'를 사례로 들고 싶어했다. 지난 1989~2000년 11년 동안 독일의 펑크음악 밴드에서 가수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는 스스로를 '혐오스럽고 지루하고 혼란스러운' 음악가로 규정했습니다." 그것은 당시 그들에게 지상 최고의 의미였고 삶의 모토였다고 했다.

백현충기자 choong@busanilbo.com


# 마르크 베네케

△1970년 독일 출생
△독일 콜론(Cologne)대 교수
△시체 연구소 '보디팜(Body Farm)'의 FBI 교관
△국제법의학연구컨설팅 설립
△노벨상 패러디한 '이그노벨상' 주도
△저술:노화와 생명의 수수께끼, 범죄생물학, 살인의 방법, 웃는 지식 등 19권
△www.benecke.com, improbable.com


/ 입력시간: 2007. 07.07. 09:39